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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 있는 사람
신봉승   |  2006-04-10 07:29:24  |  조회 2642 인쇄하기
늙어서 몸이 부자유하게 된 사자가 병든 척하고 동굴 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병문안을 오는 동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우가 찾아왔으나 동굴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 앉아서 문안을 올렸습니다. 사자가 왜 들어오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간 발자국은 많으나, 밖으로 나온 발자국은 하나도 없습니다.

라는 여우의 대답은 참으로 절묘합니다.

물론 이솝우화에 들어있는 얘깁니다. 이 간단하고 단출한 얘기에는 큰 교훈이 담겨져 있습니다. 사려가 깊은 사람은 주변을 살펴서 위험을 예견할 줄 알고, 그 예지로 위기를 모면한다는 교훈이 아니겠습니까.

고대 그리스의 우화작가 이솝Aesopd이 세계인이 사랑하는 <이솝우화>를 지었습니다. 희랍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이솝은 BC 6세기 때의 사람으로 사모스 사람인 이아노몬의 노예살이를 하면서 숫한 교훈적 얘기를 지어냈으나, 누구에겐 가에 살해되었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솝이 말하는 내용이 교훈적인 것은 앞뒤를 가릴 줄 모르는 기득권 세력을 동물에 비유해서 비아냥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윤리나 반도덕의 굴레는 식자층의 전유물이기가 십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노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교훈적인 얘기가 기득권 세력들을 즐겁게 하기보다 마음 상하게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이솝의 입을 막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듭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그런 이솝을 삶을 안타까이 여겨서 그의 동상을 만들어 세우고 ‘아이소포스(이솝)상’이라고 이름 하였는데 그 몰골이 또한 가관이었습니다. 불록하게 튀어나온 배, 검고 비할 데 없이 추악한 용모로 만들어 졌습니다. 역시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얼굴이 뜨거워진 이른바 지식인들의 속 좁은 소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솝우화>는 동물의 행동, 성격을 빌어서 일반 대중들에게 적절한 교훈을 주면서 처세술에 활용하게 하였습니다. 그 문장은 간결하고 명쾌하며, 비유는 적절하여 사람들의 우매함을 풍자한 대목이 대부분입니다. 이 <이솝우화>가 세계의 여러 나라에 전해지면서 그 나라에서 얼마간 추가된 부분도 있는 데, 특히 인도의 경우가 그렇다는 설도 있습니다.

동물의 얘기가 아닌 사람의 얘기를 적은 것도 있습니다. 너무도 교훈적이어서 우리의 옷자락을 여미게 합니다.이솝을 노예로 부리고 있는 주인이 목욕을 해야겠다면서 마을 공중목욕탕에 가서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오게 하였습니다. 이솝이 목욕탕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이솝이 목욕탕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데 돌멩이(장애물)에 걸려 서 넘어지는 사람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라나 넘어진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목욕탕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솝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 자리에서 좀 더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돌멩이에 걸려서 넘어지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만, 모두 태연히 일어서서 목욕탕을 들어갈 뿐이었습니다.

잠시 뒤, 한 청년이 또 돌멩이에 걸려서 넘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청년은 그 돌멩이를 치우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솝은 집으로 돌아와서 주인에게 보고했습니다.

-목욕탕에는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이 짤막한 얘기에서 우리는 사람의 도리와 양식이라는 것을 뼈아프게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기에 더불어 살아야 하는 덕목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더불어 사는 덕목을 소중이 해야 하는 것은 요즘의 삶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솝이 살았던 시대는 2천 5백여 년 전입니다. 우리 생활을 아름답게 하고, 가치 있게 하는 동양의 고전古典들도 1천년, 혹은 2천 년 전에 씌어진 것들이 대부분인데도 그때에 비하여 오늘의 일이 더 혼탁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shinb33.pe.kr에서
<극작가, 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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