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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재앙’ 부르는 노마진 경쟁은 하지 않을 생각
한미·외환은행장을 역임한 금융인 홍세표(71) 전 행장이 「이코노미스트」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한다. 홍 기자는 앞으로 ‘홍세표와 차 한 잔’ 등 고정 코너는 물론 다양한 금융기사를 제공할 예정이다. 홍 기자는 “그간 얻은 금융지식과 현장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수준 높은 기사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 기자는 첫 번째 기사로 신한은행의 신상훈 행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3월 10일 신한은행 6층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신 행장은 홍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신한·조흥은행 통합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향후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했다. 편집자
▶신상훈 신한은행장
1948년생. 군산상고·성균관대 경영학과, 1967년 산업은행 입행, 1982년 신한은행 입행.2003년 신한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얼마 전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여자 농구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신 행장은 체육관에서 신한·조흥은행원으로 구성된 응원단과 함께 열심히 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연장전까지 가는 격전 끝에 신한은행은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42점을 기록한 우리은행의 용병 타미카 캐칭은 MVP로 선정됐다. 신한·조흥은행의 젊은 사원들은 “우리은행은 토종은행이라고 떠들더니 경기에서는 외국인 용병에게만 의존해 이겼다”며 패배를 아쉬워했다.
하지만 신 행장의 생각은 달랐다. 패배가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는 진실한 모습은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신한은행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은행을 만드는 곳입니다. 상대는 원맨 팀이었지만 우리는 온 팀이 하나가 되어 노력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 직원들도 하나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값진 패배를 경험한 것이지요.”
경기에서 이들이 함께 응원한 것처럼 신한·조흥은행의 합병은 비교적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통합과정에서 여러 가지 마찰음이 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과거 다른 은행들의 합병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었습니다. 그래서 통합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해 왔습니다. 먼저 잘 아시는 것처럼 2003년 9월 조흥은행이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저희는“선 인수, 후 통합”이라는 독특한 모델을 추구했습니다. 통합에 앞서 2년간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나 고민해 온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제도와 프로세스의 통일은 물론 양행 직원 간 심정적인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 행장은 최근 단행된 통합 신한은행의 인사발령을 이야기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신에 따른 구분과 차별의 틀을 깨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과감히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를 단행한 것이 차별 혹은 역차별에 대해 불안해하던 조흥은행 출신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원칙을 한결같이 지켜나가겠습니다. 능력과 성과 중심이라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부터 마찰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노조를 만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2월 24일 조흥은행 노조의 천막 농성장을 방문한 것도 같은 뜻입니다. 우선 노동조합을 비롯해 모든 직원과 마음을 열어놓고 적극적으로 대화한다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며 참 성실하고 뛰어난 인재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힘을 합쳐 일하면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사실 경영진이나 노조나 알고 보면 모두 조직이 잘되길 바라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래서 찾아가 말했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간다면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어디 있겠느냐고요. 노조 측에서도 저를 반가워했습니다. 앞으로도 대화의 창구를 계속 열어놓고 있을 생각입니다.”
직접 가서 만나보니까 조흥은행 출신들의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이던가요.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요?
“차별에 대한 불안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타은행에 인수당한 은행 출신들이 차별받고 불이익받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봐 왔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공정한 프로세스를 통해 양행 인사를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받아들여집니다.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결코 입으로만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나라 은행들도 월드클래스 수준의 경쟁력이 없으면 어려워집니다. 있는 인재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신한은행 인사에서는 영업 출신들의 등용이 너무 두드러지는 것 아닌가요? Risk-management, ALM 등의 지원 부서 강화가 필요하리라 보는데 앞으로도 영업통을 중용할지 행장님의 생각은 어떤지요?
“저희 신한은행은 창립 이후 한결같이 견지해 온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고객 중심, 영업 현장 지향입니다. 임원 혹은 본부장 자리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성과를 내는 자리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역량을 고객 접점인 영업 현장과 시장에서 100% 성과로 구현하는 사람이야말로 참다운 리더고 이런 분들에게 기회를 드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Risk-management, ALM, IT 분야, 그리고 PB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도 실력 있는 외부 인사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최근 카이스트 MBA와 미국 MBA 출신 인재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신 행장은 능력·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밀려날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이미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교육과 연수를 통해 충분히 바람직한 미래 인재상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신한·조흥은행에 입사한 인재라면 뛰어난 자질이 있다고 봅니다. 이들의 재능을 잘 관리해 활용하는 것은 회사의 몫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신 행장께서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행’ ‘노마진 출혈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밝혀오셨습니다. 공격적으로 나서도 힘드실 텐데 경쟁 없이 성장하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요.
“좁은 국내 시장에서 논쟁을 하면서 땅 뺏기에 몰두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지도 밖으로도 나가보고 블루오션을 찾아 다른 사업 분야도 개척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저희가 추구하는 리딩뱅크는 단순히 규모만 큰 은행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내실과 경쟁력을 갖춘 진정한 선도 은행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신 행장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노마진식의 과도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을 제약하는 등 ‘승자의 재앙’을 초래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 행장은 이 외에도 해외 진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수년 내에 국내 시장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있다면 토착화된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는 지금 중앙아프리카, 터키, 인도 등지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점 하나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현지법인을 세우거나 현지 금융사와 합작하는 방법을 실제로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신 행장은 4월 1일부터 신한·조흥은행 통합 은행장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홍세표 …
1935년생, 춘천고,고려대 경제학과, 1958년 한국은행장, 1967년 외환은행 기획조사부 조사역, 1993년 한미은행장, 1997년 외환은행장
-이코노미스트 8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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