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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총선과 베를루스코니 vs 프로디
진덕규   |  2006-04-24 01:44:34  |  조회 2603 인쇄하기
지난 4월9-10일에 실시되었던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발표되었다. 야당인 중도좌파연합이 상원에서는 2석 더 많은 158석을, 하원에서는 4,700만 표 중 25,000표의 근소한 표차로 전체 의석 630석 중 340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현직 수상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는 이 선거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총선은 승자와 패자를 구분할 수 없는 완전 교착상태만 가져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야당 대표이며 전임 수상인 로마노 프로디(Romano Prodi)는 야당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에게 연정을 제의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중도좌파의 승리를 선언한 프로디의 행동은 무책임하다면서 투표 용지에 대한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을 지지해 준 과반수 유권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발표되었지만 패자가 인정하지 않는 선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승자로 자처하는 프로디는 “우리는 선거의 승리자로 이탈리아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베를루스코니는 “우리는 정신적인 승리자로서 이탈리아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면서 맞서고 있다.

재벌 정치인 벨루스코니

이번 선거는 중도우파에 대한 중도좌파의 도전이었다. 중도우파의 지도자로 지난 5년 동안 수상으로 재임해 온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최대의 재벌이다. 유럽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정치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미디어 산업, 광고 회사, 보험 회사, 식료품 회사, 건설 회사, 의류 회사 등 모든 분야의 기업체를 소유하고 있으며, 유명 축구 클럽인 AC 밀란의 소유주이기도 했다.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편파적이라고 비난받았던 TV 방송국도 그가 소유한 기업체이다. 반대파들은 “융탄 폭격에 가까울 정도로 그를 선전하는 화면만 방송되었다.”고 비난했다. 사실 베를루스코니는 기업 활동에 천재적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1936년생으로 어릴 때부터 장사 길로 들어섰는데 진공 청소기 판매원, 나이트 클럽 무명 가수, 유람선의 보조원 같은 일도 했었다. 그러나 그에게 큰 돈을 안겨준 것은 1960년대에 밀라노 시 동부 외곽에 건설했던 거대 규모의 호화 아파트였다.

숙명적인 대결

그 후 베를루스코니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93년에는 [포르자 이탈리아, Forza Italia]라는 정당을 창당했다. 1994년에는 우파와의 연정을 통해 수상이 되었다. 정계에 투신한 지 불과 1년만의 일이었기 때문에 “경제력이 정계를 지배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996년의 선거에서는 좌파인 로마노 프로디에게 패배했는데, 이때부터 그와 프로디는 숙적 관계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들 두 사람의 대립은 이탈리아 정치를 엮는 씨줄과 날줄 같았다. 이 무렵 베를루스코니는 패배한 자신의 정당을 완전히 개편했는데 그 덕택인지 그는 2001년의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수상직도 되찾게 되었다.

한편, 프로디는 베를루스코니와는 정반대되는 인물이다. 올해 67세인 그는 “조용한 교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밀라노 가톨릭 대학을 거쳐 영국에 유학한 뒤 볼로냐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기도 했다. 그는 중도좌파로 주로 노동 정책 분야에서 활동했다. 1970년부터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치를 표명하면서 정계에 투신했다. 그는 수상직에서 물러난 뒤 유럽 위원회의 의장 일을 맡기도 했다. 이번에 수상직을 찾게 되면 그는 베를루스코니와 번갈아 가며 수상직을 맡는 셈이다.

이탈리아를 위한 정치

이탈리아는 이제 아주 근소한 표차로 집권 세력을 가려야 할 처지이다. 프로디가 집권해도 안정적인 정치를 펼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상원 의석 중 6석은 외국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에게 배당되었기 때문에 그 표는 아직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새 내각 구성은 5월 중 의회에서 선출될 대통령에 의해 수상이 임명된 다음이라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현재의 베를루스코니가 수상으로 그대로 있게 된다.

어느 경우이건 지금 이탈리아는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어려움에 놓여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경제의 활성화”를 주장하면서 수상직에 취임했지만 지난 2005년에만 해도 경제 성장률은 0.8%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주요 수출품도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밀리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정 적자와 조세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GNI $26,000인 이탈리아의 경제는 지금 감기 몸살을 앓고 있다. 과연 새 수상으로 선출될 프로디가 명의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알겠지만 그에게도 안정된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에 그도 어려움에 놓일 게 뻔하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지금 앓고 있는 감기 몸살보다 더 깊은 질병을 앓게 될지도 모른다는 나쁜 예감에 빠져드는 것이 한낱 기우이기를 기대해 본다.
-srips.org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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