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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런던은 온통 엘리자베스 여왕의 80회 탄신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가득 찼다. 사실 지난 주에는 여왕 탄신 축하 행사로 왕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도 일주일 내내 떠들썩하게 지냈다. 여왕의 큰 아들인 찰스 왕세자는 여왕 탄신 80회를 기념하는 메시지를 방송했다.
"전 생애를 오직 헌신과 봉사로만 살아오신 여왕의 탁월한 능력과 영광에 감사드립니다!”는 말로 시작된 이 날의 방송에서 그는 환갑을 몇 년 앞둔 자신의 어린 시절도 회고했다. 그는 어머니의 대관식 전날을 떠올리면서 “왕관을 쓴 채 나와 동생에게 다가와 잘 자라고 말씀해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 날 이후 어머니께서는 항상 왕관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재임하시는 동안 어머니께서는 항상 침착함과 용기를 잃지 않고 지내셨으며, 확신과 신뢰로 온 세상 사람들을 포옹하셨습니다. 세상이 온갖 무질서로 치달릴 때에도 어머니께서는 오직 의무와 봉사로 일관된 삶을 지켜 오셨습니다.” 이 날 BBC 화면에 비친 찰스 왕세자의 모습은 오직 어머니의 생신을 진실로 기뻐하는 평범한 아들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쌍둥이"들의 파티
여왕은 80회 생신을 축하하는 공식 모임을 갖기 전에 영국 전역에서 여왕과 같은 날에 출생한 사람들, 즉 출생일이 1926년 4월 21일인 사람들을 여왕의 “쌍둥이”라고 부르면서 99명을 선발해 버킹검 궁으로 초대했다. 초대된 70명의 할머니와 29명의 할아버지들은 여왕과 담소하면서 쉐리를 마시고 식사를 같이 하며 즐거운 생일 파티를 즐겼다. 고손자까지 둔 어느 할머니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여왕은 참 우아하셨습니다. TV에서 보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키가 자그마하고 친절한 분이셨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오스트랠리아를 여행하다 급히 돌아온 한 노인은 여왕의 옆 자리에서 식사하는 영광을 누렸는데, 그는 “여왕은 자연스러운 기품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사람들을 인자하게 맞아 주셨습니다!”라고 말하며 감격했다.
이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국빈 방문에 준하는 식사를 대접받았다. 여왕은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지난 80평생은 결코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건강을 허락해 주시고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우리의 가정과 이웃으로부터 받아 온 사랑에 감사하며, 해마다 새롭게 신나는 기억을 남겨 줄 앞날에 대해서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로 그 녀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쌍둥이“입니다. 모두를 향해 다 함께 'Happy birthday'라는 인사를 합시다!”라는 말로 서로를 축하했다.
운명이 만들어 준 여왕의 자리
엘리자베스 여왕은 1952년에 왕위를 계승했는데 그 녀가 왕위를 계승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둘째 왕자의 첫째 딸로 태어났던 그 녀는 왕위 계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역사의 바람은 묘하게도 그 녀에게 왕위를 넘겨 주었다. 그 녀의 할아버지인 조지V세의 첫째 아들이며 그 녀에게는 큰 삼촌인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의 한 이혼녀와 결혼하면서 왕위를 버리게 되었다. 그 뒤를 이어 조지 V세의 둘째 아들이며 그 녀의 아버지인 조지 VI세가 왕위에 올랐다. 그 때문에 엘리자베스도 왕위를 물려 받을 수 있었다.
그 녀는 공주 시절 수줍음을 많이 타는 젊은 여성이었다. 1947년에는 먼 친척인 필립 공과 결혼했다. 1952년 아버지 조지 VI가 서거하자 그 녀는 아프리카의 여행지에서 급거 귀국해 왕위에 올랐으며, 1953년 6월에는 대관식을 갖게 되었다. 여왕이 된 후 그 녀는 부군인 필립 공과 함께 6개월 동안 영연방을 순방했다. 지난 2002년에는 영국민의 사랑을 받는 자애로운 여왕으로 재위 50주년을 기릴 수 있었다.
다 함께 하는 여왕
여왕의 탄신 8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윈저 성에는 아침부터 수많은 축하객들이 모여들었다. 축하 카드와 꽃다발을 든 사람들도 있었다. 어린 아이로부터 휠체어를 탄 어른에 이르기까지 많은 군중이 모여들었다. 그 중 한 여인은 “여왕과 함께 이 시대를 산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면서 여왕의 대관식을 시청하기 위해 TV 세트를 구입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 날 여왕은 핑크 빛 드레스를 입고 부군 필립 공과 함께 군중 속으로 걸어 나왔다. 어린이들의 축하 꽃다발을 받으면서 군중들의 손을 잡고 미소로 응답했다. 저녁에는 왕족들과 함께 축하 만찬을 가졌고, 런던의 밤하늘을 밝혀 준 축하의 불꽃놀이도 구경했다. 그 녀는 이 날 아마도 101살로 세상을 떠난 모후와 비운의 운명을 맞았던 다이아나 전 왕세자비도 떠올렸을 것 같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재임하면서도 통치하지 않는 군주로써 명예와 헌신의 의무만 수행해야 하는 왕위도 오직 국민들의 기림 속에서만 지켜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여왕은 분명히 떠올렸을 것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지지 위에 서지 않는 한 어떤 군주나 지배자도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생각이 여왕 자신의 탄신 80주년을 모두의 기림 속에서 펼쳐질 수 있게 했을 것 같다. -srips.org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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