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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기업 비자금 파동 석학들의 고언 곱씹어 보자`
홍세표   |  2006-05-11 06:53:13  |  조회 2505 인쇄하기
글로벌 시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경제의 암적 존재인 정경유착 고리가 끊기고, 기업 투명경영이 뿌리내리기를 얼마나 절실히 바라왔던가. 최근 비자금 조성 사건에 말려들어 있는 대기업 총수들과 그 뒤에 숨어 있는 흑막의 로비스트 보도를 접하는 국민의 마음은 실로 착잡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환율·고유가 등 부정적 요인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의 어려움을 강조해 왔다. 위기의식으로 임직원 임금 동결과 하도급 업체의 납품가 인하까지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 어떻게 그 많은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생긴다. 더구나 정·관 로비설, 후계도 각본설 등 추측이 만발하니 서글프기만 하다. 앞으로 이 스캔들의 전모가 드러나면 밝혀지겠지만 확실한 것은 기업이 결코 범해서는 안 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국가는 비용 잡아먹는 장본인”

최근에 서거한 금세기의 석학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21세기를 위한 경영도전』에서 “경제는 글로벌화로 치닫고 있지만 경제활동에 있어서 국가는 오히려 장애요소이고 비용을 잡아먹는 장본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등 모든 조직이 그 시각을 국가나 국민에게만 한정한다면 사업하기 어려워질 것이므로 항상 세계적 관점으로 바라봐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기업이 결코 행해서는 안 될 사항을 몇 가지 들고 있다.
“유혹에 빠져 경영상 판단을 게을리하지 말 것, 정부 등이 제공하는 각종 달콤한 미끼를 덥석 물지 말아야 한다 …. 또한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 경영상 이유 이외의 어떠한 행동도 금지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그는 특히 “아무리 매력적인 유혹이라 하더라도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므로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설사 당장의 경영상 판단이 긍정적으로 나오더라도 뇌물제공 요구는 단호히 뿌리쳐야 한다”고 했다.

약 16년 전 앨빈 토플러는 ‘포천’에 미국에서 대기업을 경영하는 재벌 2세에 대한 기업경영권 세습과 관련해 “세계의 권력구조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기업은 물론 일상생활의 구태의연한 권위나 권력의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마당에 바보 같은 짓을 한다면 그 기업의 운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재벌기업의 2세대는 상식의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교육받아 변화에 둔감할 뿐 아니라 이를 기피하는 성향의 수구층”이라고 말하면서 “부의 승계와 기업의 승계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톰 피터스는 ‘경영파괴’(부제:광기의 시대는 광기의 조직을 요구한다)에 “생잔(生殘) 할 수 있는 사람은 편집병환자(Paranoia)와 같은 부류의 인간뿐”이라고 한 인텔의 대표적 CEO 앤디 글로브의 말을 서두에 싣고 있다. 피터스는 그 이유로 급속하게 진전되는 조직의 신진대사를 들고 있다.

그는 또한 ‘변혁을 넘어 모든 것을 파기하자’ ‘기존 조직을 해체하여 상상력을 해방시키자’ ‘권한 부여를 초월하여 모든 것을 비즈니스화하자’ ‘충성심 같은 낡은 개념을 타파하여 프리랜서의 사고 방식을 익히자’ ‘변혁을 넘는 연구 혁명을 지향하자’ 등 기존 상식을 무시한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 역시 “기업의 세습은 미친 짓”이라는 극단적인 혹평까지 했다.

시시포스 저주처럼 반복은 곤란

이런 그의 눈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2세, 3세에 대한 기업 경영권 인계가 어떻게 비칠지 불문가지다. 그나마 온갖 불투명한 부조리를 범하면서까지 행해지는 억지 경영권 인계가 아닌가? 결국 이들 석학이 한결같이 하는 충고는 이 시대 또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기업 경영은 세습화를 재고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앞에서 말한 기업 경영권 세습이나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정경유착과 뒤에 숨어 활약하는 흑막의 로비스트의 발호와 관련하여 결코 간과해서 안 되는 또 하나의 고질적 병폐는 관료의 존재다.

칼 본 볼퍼랜은 그의 저서 『정치화된 사회의 거짓 실체』에서 ‘아시아 제국의 정치 권력은 관료와 경제·정치 엘리트의 상층부에 두껍게 깔려 산재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관리자(Administrator)다. 이들이 중시하는 것은 고위직에 있는 친구, 동창회 네트워크, 가계 등 비공식적이지만 끈끈한 인맥이다. 더 나쁜 것은 경제적 이권이 개입된 인간관계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인간관계 또는 인맥에 의해 막대한 영향력이 행사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볼퍼랜은 관료에 대해 “가장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척 연막을 치면서도 어느 누구보다 더욱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그들의 무리한 정책을 합리화하는 편리한 도구 역할을 한다”고 꼬집었다. 관료들이 이렇게 경제계를 장악하고 지배하며 정·관·경 유착의 가장 편하고 강력한 매개체가 되어있다고 질타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지난 역대 정권에서 이런 모습을 무수히 보아왔고 여기에 반드시 끼어들고 있는 파렴치한 로비스트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 사실 정·관·경의 유착이라는 온상은 해충인 로비스트가 성장하기 꼭 알맞은 곳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린 이번 비자금 문제와 이미 얽힌 부조리들의 처리 결과가 어떻게 수습이 될지 우리는 모두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의 저주처럼 언제까지 이토록 얽힌 부패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헤매야 하는가. 이것은 결코 몇 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장래와도 직결되어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선현·석학들의 충고와 경구를 겸허하게 되씹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現혜원학원 이사장,前외한은행 한미은행장)
-2006. 4. 10일자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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