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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대북 정책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들은 주로 미국 민주당 계 연구소와 연관된 인사들로 수적으로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부시의 대북 정책은 김정일 체제를 붕괴시키지도 못했고, 변화시키지도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 체제는 더욱 강화되면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의 주장은 대안적이라기보다는 문제를 지적한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워싱턴 일각에서는 6자 회담 무기 연기라든가 북한의 미사일 실험 재개설 등을 고려하면 이제는 미-북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만큼 교착 상태에 떨어진 미-북한 관계에 새 돌파구가 모색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봉쇄 정책
그 동안 부시 행정부는 대북 봉쇄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밀수출, 아편 밀무역, 달러화 위조 등 각종 범법을 자행했다고 비난한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제재는 2002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 때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유출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북한 군부와 연계된 스위스 계 상사들까지도 규제했다. 또 지난 2005년 9월에는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anco Delta Asia) 은행이 북한과 불법적으로 재정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8개 대외 교역 회사의 “불법적인 상행위”도 비난했다. 한편, 미국 정보 당국자는 북한에서 제작된 약 5천만 불의 미국 위폐를 압수했다고 발표했으며,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의 미국 내 출입도 금지시켰다.
부시 행정부가 취한 대북 강경책의 여파는 6자 회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규제가 중지되지 않는 한 6자 회담에 불참한다고 선언했다. 사실 6자 회담에는 북한과 직접 대화하지 않으려는 미국 측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 동안 아무런 성과도 없이 지속되어 온 6자 회담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게 하는 등 북한의 “시간 벌기”에 이용당했다는 것이 미국 내 강경파들의 생각이다.
북한의 대응과 변화
미국의 대북 봉쇄 정책이 북한 경제에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동안 북한 경제도 많이 달라졌다. 오늘의 북한은 맑스-레닌주의 체제와는 차이가 있다. 북한은 일종의 시장 지향적 레닌주의 체제로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 1998년에 개정된 북한 헌법은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부 시장 거래도 인정하고 있다. 2002년에는 임금과 가격 제도에 대해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자본주의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동안 북한에 대해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각종 정보들이 외부로부터 유입되었다. 그 정보에 의하면, 요즘 북한의 고위 관료들은 해외 여행도 자주 하고, 외부와의 학술 교류도 빈번해졌으며, 심지어는 뉴욕의 증권 거래소도 방문했다고 한다. 지난 해 6월에는 독일의 한스 자이델 재단(Hans Seidel Foundation)이 평양에서 제2차 경제 워크숍을 개최했는데, 58명이 참가하여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 토의했다. 또 9월에는 나우만 재단(Friedrich Naumann Foundation)이 북한 인사들을 독일로 초청해서 독일 은행 등을 돌아보게 했고, 10월에는 평양에서 동유럽의 전환기 경제에 대해 토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개성 공단이다. 지금은 불과 11개의 한국 공장들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2012년경에는 수백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취업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강경파의 견해는
그러나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관점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북한에서 김정일 체제가 변하는 것은 단지 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또한 그러한 변화가 체제 변화로 이어져 주민들에게 자유를 부여해 주는 새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변화되기에는 김정일 체제가 저질러 놓은 범죄적 죄과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체제 변화는 곧 김정일 자신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김정일 체제에 유리한 변화만 선택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에 김정일 체제를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이들 강경파들은 김정일 체제를 반대하는 세력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는 단지 위기에 놓인 “김정일의 살아남기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강경파건 온건파건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변화가 반드시 의도적인 결과만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도 북한에 조금씩이나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바람이 북한 사회를 완전히 다르게 변화시키거나 김정일 체제를 붕괴시키는 일은 그 다음 문제일 것 같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srips.org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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