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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멕시코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들 사이에서 신사협정이 체결되었다. [시민 협약, Civility Pact]이라는 이름의 이 협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그 주요 내용은 7월 2일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은 상대방 후보를 인신 공격하지 않을 것,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 선거법을 충실하게 지킬 것, 정부는 선거 관리를 공정하게 할 것, 선거 결과에 반드시 승복할 것 등이다.
이 협약에 서명한 사람은 유력한 후보자로 선두를 다투고 있는 여당인 국민행동당(National Action Party, PAN)의 펠리페 칼데론(Felipe Calderon)과 야당인 민주혁명당(Democratic Revolution Party, PRD)의 로페즈 오브라도르(Lopez Obrador) 등이다. 그러나 이들도 이 협약이 그대로 준수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선거전이 너무 치열하고 혼탁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으로부터의 탈출"
멕시코는 남아메리카의 숙명을 그대로 타고났다. 300여 년간 스페인의 식민지로 지내다 19세기 초에 독립되었지만 실제로는 이름만 독립 국가일 뿐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경제에 종속된 전형적인 신식민지 국가였다. 특히 1994년의 페소화 평가 절하로 인해 지난 5년 동안은 심각한 경제적 혼돈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NAFTA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다소나마 경제 회복의 기미가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낮은 임금 구조와 25%에 달하는 실업률 및 수입 배분의 극심한 불균등성 등은 멕시코를 분열과 갈등의 나라로 몰아넣었다.
그러한 성격은 지난 2000년 7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멕시코 역사상 최초로 야당인 국민행동당의 폭스(Vincente Fox)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 때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수많은 유권자들은 지금 허탈감을 맛보고 있다. 그 때만 해도 그는 “새로운 것”을 이룩할 수 있는 지도자로 여겨졌다. 1억이 넘는 인구 중 특히 남부 지방 거주자들은 수입이 북부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멕시코는 년 평균 경제 성장률 3%에, 개인당 GDP 1만 불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대다수 국민들이 극심한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선거전의 핵심 주제도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 될 수밖에 없다.
위험한 포퓰리스트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한 민주혁명당의 로페즈 오브라도르는 별난 인물이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세금은 가난한 사람이 내고, 부자는 그 세금을 횡령한다!”고 주장하면서 “멕시코는 1%의 특권층이 99%의 서민을 약탈하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은 가난한 사람들의 형제라면서 과감하게 좌파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그는 베네슈엘라의 위고 차베스(Hugo Chá-vez) 대통령을 능가할 만큼 “위험한 포퓰리스트”라고 주목한다.
올해 53세인 그는 아들만 셋을 둔 홀아비로 멕시코의 어느 국립대학에서 정치학 등 사회과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계속 정치 활동에 종사했는데, 주로 그의 출생지인 남부의 빈민을 위해 일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빈민을 위한 메시아”라고 부른다. 지난 2000년-2005년 멕시코시티의 시장으로 당선되자 그는 혼잡한 멕시코시티의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섰으며, 도시 빈민과 노약자 등에게 사회 복지 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 복지 정책을 실시했다. 또한 시청 공무원을 500여 명이나 감원했고, 공무원의 급여도 삭감했다. 그로 인해 멕시코시티의 재정 상태는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타오르는 불길은
가난한 사람들은 오브라도르를 그의 이름의 약자를 따서 Amlo라고 부른다. 그가 유세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Amlo를 외친다. 이들은 “Amlo만이 우리의 친구다! 그는 정직하고 순수하다!”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인 폭스도 대통령 후보자 시절에는 “멕시코를 철저히 바꾸겠다. 나를 포함해 모두를 바꿔 놓고 말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렇지만 그는 끝내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고, 이제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멕시코를 바꾸겠다고 부르짖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에 나선 오브라도르는 절대 다수인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음 그들의 열기로 멕시코를 포퓰리즘의 불길에 맡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가난한 사람으로 구성된 이분적인 사회 구조에서는 포퓰리즘의 불길이 타오르기 쉬운 가연성 기름이 흘러넘치게 된다. 멕시코 선거전이 또 다시 보여주는 것은, 포퓰리즘을 탓할 것이 아니라 분열된 사회를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srips.org에서
<한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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