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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변화와 새 지도 체제의 등장
진덕규   |  2006-07-03 02:35:21  |  조회 2840 인쇄하기
지난 정초부터 베트남은 공산당의 리더십에 대한 논박으로 들끓었다. 이러한 현상은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대단히 희귀한 일이다. 비록 내면적으로는 권력 갈등이 일어난다 해도 겉으로는 표출되지 않는 것이 공산당 지배 체제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공산당 체제에서는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논박하거나 민중들이 비판하는 것은 최대의 금기 사항이다.

그러나 지금 베트남에서는 이러한 금기 사항이 무너지고 있다. 물론 공산당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다. 공산당 고위 간부들은 공산당에 대한 공세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해악”이라면서 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산당을 비판하는 분위기는 점점 더 증폭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비판의 핵심은 베트남 지도층의 부패와 고위 관료들의 권력 남용으로 모아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공산당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호치민시에 거주하는 어느 교수는 “공산당은 현재의 상황(반대파의 주장)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체제에서 벗어나는 길”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시장 경제의 채택
베트남의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경제가 깔려 있다. 베트남은 민족 통일 전쟁에서 승리한 뒤 한동안 기세 좋게 농업 중심의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추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베트남을 빈곤으로 밀어 넣었으며, 전후 복구를 위해서는 “개방 경제”만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지배 체제이지만 경제 만큼은 시장 체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지난 2000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여 미국-베트남 관계가 정상화되자 베트남은 경제 발전에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되었다.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베트남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기 때문에 시장 중심의 개방 경제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1980년대부터는 시장 경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으며, 2000년에는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외국인의 투자가 허용됨으로써 미국은 베트남 경제의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도시의 소비 시장에서는 전자 제품과 고급 외제품에 열광하는 젊은이들과 중산층의 수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베트남도 WTO에 가입하기 위해 노력할 정도가 되었다.

반체제 세력의 주장
그러나 베트남의 정치는 이러한 변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산당 통치 체제는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주장이나 소수 민족의 인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정책에 맞서는 반체제 인사들의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즉, 공산당 일당 체제에 반대하는 각계 전문가들이 반체제 세력으로 뭉쳐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각급 학교의 교사와 변호사, 회계사, 언론인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새 시대에 맞는 베트남의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베트남 공산당은 반제민족투쟁에서는 유효한 투쟁 기구였지만 지금은 시대착오적인 존재라고 비판하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경제의 다원주의가 효율성을 높였던 것처럼 국가 발전에서도 정치의 다원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복수 정당제와 언론 자유 등을 주장하는 이들 반체제 인사들은 그들의 주장을 유인물로 만들어 전국에 전파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 활동에서 벗어나 공공연하게 공산당에 맞서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공산당의 당 이론가인 구엔 닥 빈(Nguyen Duc Binh)은 “공산당에 대한 도전은 곧 베트남 민족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반체체 세력을 반민족적인 존재로 몰아붙이고 있다.

새 지도 체제의 등장
지난 6월 27일 베트남 의회는 구엔 민 뜨레(Nguyen Minh Triet)를 대통령으로, 구엔 탄 둥(Nguyen Tan Dung)을 총리로 선출했다. 이들이 선출된 것은 베트남 공산당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한다. 이들은 “가능성을 지닌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경제의 자유화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구엔 민 뜨레는 올해 63세로 호치민 시의 당서기를 역임했으며 경제적으로는 개방론자에 속한다. 총리인 구엔 탄 둥은 56세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시장주의적 개혁론자이다.

이들은 20대를 미국과의 전쟁에 바쳤고, 30대에는 국가사회주의의 고난을 겪었으며, 40대에는 1986년부터 시작된 경제 개혁, 즉 도이 모이(Doi Moi)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산당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들이 구상해 온 변화를 추진해야 하며, 년 7%에 이르는 고도 성장 속에서 기승을 부리는 부정과 부패까지 척결해야 하는 이중적인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들은 “베트남의 선택은 딩샤오핑(鄧小平)의 길이다!”라고 선언할 정도로 개혁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21세기의 패러다임은 개혁과 개방인데 이제는 베트남에서도 그것이 실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것 같다.(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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