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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이면 고이즈미는 일본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지난 6월 말에는 미국을 방문하여 부시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요나라 정상회담”이었다. 이 회담에는 여러 면에서 총리직을 떠나는 고이즈미에 대한 부시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 특히 중요 현안에 대한 양국 정상의 논의보다도 고이즈미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인 그레이슬랜드(Graceland)를 방문한 것이 더 화제가 되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광적인 팬으로 한때는 프레슬리의 머리 스타일을 흉내내기도 했으며, 그 자신이 직접 프레슬리의 곡을 선곡해서 CD를 만들기도 했다. 그 날도 고이즈미와 부시는 프레슬리의 곡을 함께 불렀다. 고이즈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만 들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와 그의 동생은 어릴 때부터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도쿄 히라주쿠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동상을 건립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고이즈미는 자신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사실에 더할 나위 없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 적도 있다.
부시의 눈물
부시와 고이즈미는 국제적인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는데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중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시각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관심은 그 문제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6자 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점에는 합의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6자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편들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그와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담은 한국의 묘한 위치 때문에 어느 면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구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부시는 고이즈미를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맹자로 여기고 있다. 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와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부시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부시는 올해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침공 때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던 영국 수상 블레어도 멀지 않아 사임할 예정이고, 이탈리아의 수상이었던 베를루스코니는 이미 물러났으며, 이제는 고이즈미가 그만 둘 차례가 되었다. 결국 부시만 남게 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일본 정계의 후계 구도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이후의 수상 후보자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들 후보자들은 단순히 일본 수상으로서가 아니라 세계 5대 강대국의 지도자라는 의미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지금 대외정책을 둘러싸고 강경론자와 현실론자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것은 이웃인 한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론자도, 강경론자도 모두 보수 진영의 논리 위에 서 있다.
현실론자들은 일본이 아시아의 이웃 나라들에게서 고립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그렇게 되면 일본의 경제 회복도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도 반대하며, 일본이 부시의 대외 정책에 지나칠 정도로 발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경파는 중국이야말로 일본에게 가장 원초적인 적대 국가이며 위험한 존재라고 규정한다. 그들은 이를 규제하기 위해 일본이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과제는 미국과의 돈독한 동맹 관계라고 주장한다. 전자의 대표인 야수오 후쿠다는 북한과의 협상론을 내걸고 있으나 후자의 대표인 신조 아베는 북한에 대한 강경론을 내세우고 있다.
반복되는 논쟁
이들 두 사람은 자민당 소속의 직업 정치인으로 모두 정치가 집안 출신이다. 아베는 올해 51세로 소장 세대를 대표하며 노부스케 키시 수상의 손자다. 반면에 후쿠다는 금년 70세의 전통적인 정치인으로 “냉철하고 합리적이며, 계산이 빠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 수상 다케오 후쿠다의 아들이다.
이들의 서로 다른 견해, 즉 강경론과 보수론은 모두 메이지 시대의 탈아론(脫亞論)과 연대론(連帶論)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탈아론이 아시아를 넘어 일본의 대국화를 추구한 것이었다면, 연대론은 대동아 공영권처럼 아시아가 연대하여 서구 제국주의를 극복하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논리가 일본의 시대성을 반영하고 있다는사실이다. 일본이 서구 강대국과 갈등 관계에 있을 때에는 아시아 연대론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에는 탈아론이 위세를 누려 왔기 때문에 일본의 수상 선택은 후보자들의 국제관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강경파로 하여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할 것 같다. 그런데 국가 지향의 논리를 가진 일본 지도자를 보면서 우리가 어떤 아쉬움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한림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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