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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 立法발상 근본부터 잘못됐다
유재천   |  2006-07-11 08:08:26  |  조회 2600 인쇄하기
6월29일에 내려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두 법률의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조항의 개정만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또 그런 조항까지도 본래 자신들의 입법(立法) 취지를 살리려는 쪽으로 개정안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할 일이 아니다. 이 기회에 현행 법은 폐지하고두 법을 새로 제정해야 옳다. 헌재가 헌법소원 청구를 각하했거나 합헌결정을 한 많은 조항이 여전히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매체의 언론행위와 관련해 새로이제기되고 있는 현안들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새로운 신문법은 어떤 규범적 지향성을 추구하는 입법이어야 할까?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은 언론자유는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국가의 부작위를 요청하는 소극적 권리라는 데 근거해 입법돼야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어떤 간섭도 배제하는 입법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언론의 자유를 신장함으로써 민주주의 제도를 보다 공고히하며, 신문의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됨으로써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든다는 철학(또는 신념)을구현하는 입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매체 융합시대의 추세에 따라 신문 산업의 생존과 발전을 염두에 둔 보다 적극적인미래 지향적 비전을 지닌 입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규범 지향성을 구현하는 입법이 되기 위해서는 현행신문법의 몇 가지 잘못된 전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서 무엇보다도 중대한 오류는 헌법 제37조2항과 관련하여 공익을 위해 언론의 자유도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논거를 언론의 사회책임이론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자유를 누리는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아무도 없다. 언론의 사회책임이론을 정립한 ‘언론자유위원회’는 만약 언론이 자유를 오용하거나 남용함으로써 사회적 의무에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면 정부가 이를 시정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바로 이 같은 건의는 언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개인이나 집단에유혹의 손길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 책임이론이언론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언론자유위원회는 “만약 언론에 내재하는 제반 조건을 교정하는 것을 정부에 맡긴다면 국가는 무의식중에 전체주의로 향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언론기관이 정부에 의해 통제받는경우, 우리들은 전체주의에 대한 중요한 안전장치를 상실하게 되고, 동시에 전체주의를 향해 거대한 일보를 내딛는 것이 된다”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그뿐만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하나의 도덕적 권리이므로 국가가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백하게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도덕적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공적(公的)과업을 충실히 수행하도록법률로써 규율하려는 현행 신문법 입법의 발상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신문법은 마땅히 새로 제정돼야한다.

신문법을 새로 제정함에 있어 국회에 진정으로 바라는 바는 이제는 제발 정파적 이해에 사로잡히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정파의전략을 넘어서 허심탄회한 자세로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신문법을 입법함으로써 자손만대의 미래를 예비한 국회로 칭송 듣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언론>
-2006.7.10일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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