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회원칼럼
인터뷰 “한국경제 위기는 리더십 실종서 비롯”
김병주   |  2006-07-13 09:02:22  |  조회 2717 인쇄하기
김병주(67) 서강대 명예교수.초대 한국경제교육학회장과 한국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한 그를 일컬어 사람들은 ‘경제학계의 거목(巨木)’이라고 부른다.

남덕우 전 총리에서 시작된 ‘서강학파’의 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정통 서강학파 1세대의 마지막 주자’로 통하기도 한다.

지난 2004년 정년퇴임 이후에도 왕성한 대내외 활동을 해온 김교수의 행적을 기억하는 기자는 그가 어지러운 이 세상을 향해해줄 말씀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자의 착각이었다.

간곡한 인터뷰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것이다. “나는 이미이 세상 건너편에 와 있는 사람”이란 이유에서였다. 이미 ‘흘러간 사람’에게 언론이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게 부담스럽다고도했다. 그를 설득하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제자가 방 하나를내준 것이라는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12일 오후 어렵게그를 만날 수 있었다.

# 통합은행의 성패는 ‘인화’그는 ‘은행합병의 달인’이다. 과거 국민은행·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신한·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국내 은행업계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때마침 자신이 산파역을 맡았던 통합 신한은행 출범 100일(7월9일)에 즈음한 소회를 여쭤봤다.

“그저 잘되길 바라며 옆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통합 상승(시너지) 효과로 많은 이익을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건 역시 ‘인화’입니다. 신상훈 행장께서 잘 대처해가는 걸 보니 자부심도 느껴지는군요.”김 교수는 평소 독주는 입에도 대지 않는 자신이 통합 은행명과존속법인을 정하는 과정에서 폭탄주 10잔 이상을 들이켜며 양측의 의견을 조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무척 힘이 들었지만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경복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미 프린스턴대 박사학위를 딴 그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것은 지난 1970년 3월. 그가 서강대에 부임하기 직전 남덕우씨가 재무부장관으로 발탁돼 서강대를 떠났으며, 이승윤·김만제전 부총리가 교수로 재직중이었다. 1970, 1980년대 한국경제 압축성장을 주도했던 ‘서강학파’의 중심에 몸을 담게 된 것이다.

“당시 국내 경제학 분야에서 실증적 연구능력에 관한 한 서강대교수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서강학파가주도했던 압축성장 모델에 대해 요즘 이런저런 지적들이 나오고있지만 일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문제는 결국 시장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만은 확고했어요.”지난 6월 서강대 시장경제연구소가 문을 연 것과 관련해 그는 “시장경제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요즘 우리사회가 시장경제의 장점을 망각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시장경제의 좋은 점을 많이 전파하고 교육해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론스타’ 해법화제를 경제현안으로 슬쩍 돌리자, 다소 어눌한 듯하던 그의 목소리에 돌연 힘이 들어갔다.

“한·미 FTA는 국익을 위해서도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요즘정부의 행태를 보면 과연 한·미FTA를 하자는 건지, 그만두자는건지 경제학자인 제가 봐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그는 “정부의 핵심에 몸담았던 이가 돌연 반(反)FTA의 선봉에서고, 정부정책 홍보에 앞장서온 방송매체가 FTA의 폐해를 과장보도하는 걸 보노라면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와 관련해 김 교수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로 인해 몇천억원 손해를봤다면 문제가 됐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론스타 문제의 본질은 ‘괘씸죄’라는 것. 그는 “신용카드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2003년 당시 시장상황에 대해 감사원과 검찰의 이해가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 개인적으로도 ‘모피아(MOFIA)’와는 악연이 많지만 외환은행 매각건으로 당시 정책결정자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그 누구도 국가위기 상황에서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국가차원에서 단순히 몇조원의 국부유출 이상의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에요.”# ‘할말’하는 경제부총리를 보고 싶다김 교수는 현 참여정부와도 ‘짧은 인연’을 맺은 적이 있었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다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 경제보좌관으로발탁됐던 조윤제 현 주영대사의 적극 추천으로 자의반 타의반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맡았던 것.“2003년 당시 참석했던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모임에 대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위원들은 한목소리로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오래 쓰라’고 건의했어요.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일정기간 업무수행 실적을 보고 나서 결정하겠다’고 말하더군요.”그는 당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개인적으로 학교(경복고)후배이기도 했던 김진표 부총리에게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말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경제관료들을 믿지 않고 있구나’하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주도할 세력은 다른 데(대통령측근 보좌관 등)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그는 전했다.

새롭게 경제팀을 이끌 권오규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해 조언을권했다.

“한덕수 부총리는 사람은 좋았지만 너무 얌전했어요. 앞으로 권오규씨는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도록 대통령을 적극 설득해야 합니다. 또 지난 3년간 대통령이 경제를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하고 자각토록 해야 합니다. 그게 노 대통령을 살리고 자신도 사는길입니다.”# 이순(耳順)이 아니라, 이역(耳逆)?그는 요즘 1년에 150회가량 산에 오른다고 한다. 등산화와 등산복 사는 데 유일하게 ‘사치’를 부리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나이만 들었지, 아직 철이 덜든 것 같다”고한다. 나이 60을 ‘이순’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나이가 되면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자신은 거꾸로 가는것 같단다. 아닌 것을 보면 반드시 ‘아니다’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자신의 심성이 개인적으론 못마땅한가 보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리더십 실종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를 마치민주주의의 상징인 것처럼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풍부한 경제경륜을 가진 사람을 마치 비리연루자나 부정축재자로 인식케하고, 경험이 없는 자를 참신한 인재로 평가하는 것 또한 잘못입니다. 대통령은 결국 경제로써 평가됩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안돼요.”그의 인생 좌우명은 ‘물처럼 살자’라고 했다. 앞길이 막히면무리하게 뚫으려 하지 말고 옆으로 에둘러 가고, 불평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란다. 그러나… 물처럼, 산처럼 살고자 하는 노(老)교수의 작은 욕심을 이 험한 세상이 그냥 봐주질 않는 모양이다. -2006.7.13일자 문화일보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0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412 상트페테르부르크의 G8과 “가난한 민중의 정상회의”  진덕규 06-07-24 2611
411 인터뷰 “한국경제 위기는 리더십 실종서 비롯”  김병주 06-07-13 2717
410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신봉승 06-07-24 2870
409 신문법 立法발상 근본부터 잘못됐다  유재천 06-07-11 2600
408 고이즈미와 그 이후의 일본 수상  진덕규 06-07-11 2684
407 옛 것을 새 것처럼 2  신봉승 06-07-24 2644
406 한미FTA 체결의지 있기는 한가  김병주 06-07-11 2658
405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려면  김영희 06-07-11 2512
404 [뉴스분석] 미와 직접 대화 노린 극약 처방…'제재 강화'..  26  김영희 06-07-11 2995
403 김병주 교수 포럼강연-경제부처의 '무지' 신랄히 비판  김병주 06-07-11 2978
41424344454647484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