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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의 G8과 “가난한 민중의 정상회의”
진덕규   |  2006-07-24 09:40:16  |  조회 2611 인쇄하기
상트페테르부르크 G8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온 부시 대통령은 도착하자마자 러시아의 NGO 대표들과 만났다. 그는 러시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러시아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나의 중요한 관심사”라고 말했는데, 이 말 속에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 대한 견제성 압력이 담겨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푸틴에 의해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돌기도 한다. 푸틴의 집권 행태가 또 다른 권위주의로 내달린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그는 부시의 주장에 맞서 “지금 러시아에는 부시의 민주주의 강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부시와 푸틴은 겉으로는 마치 동맹국의 지도자인 양 서로 뜨겁게 포옹하면서 무명 용사비에 헌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서로 다른 이해의 감정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올해의 G8
올해의 G8 정상회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7월 15일부터 7월 17일까지 열린다. 이번 회의에는 회원국인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및 캐나다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특별 초청을 받았다. 올해는 러시아 측이 설정한 세계 에너지 문제와 전염병 문제, 교육 문제 등이 의제로 제기되었지만 실제로는 중동 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핵심 사항이 되고 있다.
이 회담을 주도할 부시와 푸틴은 처음부터 의견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부시는 의도적으로 “미국은 (러시아가) 언론과 종교의 자유가 있는 이라크처럼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면서 푸틴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푸틴은 “러시아는 미국이 이라크에 이식한 것과 같은 민주주의는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후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을 뜻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러시아는 어떤 십자군 전쟁에도, 어떤 성스런 연합에도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들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부시는 “최선의 방안은 헤즈볼라가 무기를 내려 놓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푸틴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한편, 부시는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반대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이번 G8도 선진국 원수들의 만남 그 이상의 효과는 없을 것 같다.

노변 한담
G8은 “국제 교역과 금융 지원, 글로벌 경제의 발전, 평화와 민주주의의 증진, 세계 갈등의 예방과 해결”을 목표로 하여 선진 8개국 정상이 연례적으로 갖는 모임인데,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즉, G8은 본부도 없고, 예산이나 사무요원도 없는 “선진국 원수들만의 비공식적인 회의체로서 세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한다"는 것이다.

G8에는 총회와 같은 엄숙한 모임은 없지만 각국 원수들은 개별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갖기도 한다. 이 모임은 석유 위기가 발생했던 1970년대 초에 유럽과 미국, 일본의 재무 담당 책임자들이 비공식 모임을 갖은 데에서 유래되었다. 그 후 1975년 프랑스에 의해 선진국 수반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는데 이 때부터 연례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G6였으나 캐나다와 러시아가 가입한 후 G8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 모인 각국 수반들은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할 뿐 아니라 어떤 강제적인 구속도 받지 않기 때문에 “노변 한담(fireside chats)”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가난한 민중의 정상회의"
이 모임도 다른 국제 회의와 마찬가지로 미국 대통령에 의해 주도되며, 때로는 중요한 국제 문제가 이 회의에서 조정되기도 한다. G8은 선진국 수반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국제 사회에서 그 국가의 등급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영국 수상 블레어에 의해 새롭게 G8에 참여할 국가로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이 거명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대조적인 것은, G8 이 열리는 바로 그 시간에 아프리카 말리의 가오(Gao)에 있는 한 시골 학교에서는 사하라 사막 남쪽에 위치한 빈곤국의 민중 대표 수백 명이 민중 대회를 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가난한 민중의 정상회의”라고 명명했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공정한 국제 교역이다. 그들은 선진국이 그들의 경제를 약탈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WTO 교역 체제에 맞서자면서, 이제는 선진국도 빈곤 추방과 인간적인 삶을 함께 책임져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가난한 민중의 정상회의”에서 울부짖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G8에는 들릴 것 같지도 않기 때문에 그들의 슬픔은 결국 사하라 사막에서만 맴돌 게 분명하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srips.org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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