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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목의 죽음 그리고 캄보디아의 비극
진덕규   |  2006-08-02 01:14:39  |  조회 2545 인쇄하기
외신들은 지난 주 금요일 타 목(Ta Mok)의 죽음을 전했다. “크메르 루즈 (Khmer Rouge) 군의 지도자로 1970년대에 캄보디아에서 국민의 3분의 1에 달하는 2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타 목이 프놈펜의 군병원에서 80세로 사망했다.”면서 그 기사의 말미에다 “그는 끝내 비극적인 인종 학살에 대한 재판도 받지 않은 채 사망했다.”고 덧붙여 놓았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그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저 백발의 허약한 노인일 뿐 “인간 백정”으로 알려진 그의 잔인함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그처럼 끔찍한 인종 학살을 주도했다니! 그렇게 하고서도 병상에서 곱게 눈을 감고 죽을 수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런데 더 기막힌 일은 그의 장례식에 수백 명의 조문객이 몰려들어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였다. 아무리 그의 지지 기반이 캄보디아 북부의 안롱 벵(Anlong Veng)이었고, 그 곳에서 그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해도 그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욕의 타 목
그는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군의 사령관으로서 폴 포트(Pol Pot) 정권이 저질렀던 민중 학살의 주범이었다. 1926년생으로 올해 80세였던 그의 본명은 치트 췐(Chhit Choen)이다. 그는 처음에는 프놈펜의 고등학교에서 승려 교육을 받았다. 1940년대에는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주의에 맞서 투쟁했던 젊은 민족주의자였다. 그가 한 쪽 다리를 잃은 것도 이때였다. 그 뒤 캄보디아 공산당에 가입하여 중앙위원이 되었고 남서부 군사령관으로 활동했다.

1970년대 중반기에 캄보디아가 내전 상태에 돌입했을 때에도 그가 속한 캄보디아 공산당, 즉 크메르 루즈는 “평화 지향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체”로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 결과 1975년에는 정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이때부터 달라졌다. 골수 맑스-레닌주의자로 자처했던 크메르 루즈는 “민족적 사회주의 조국 건설” 을 내세우면서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인사들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식인과 도시 거주자, 심지어는 장애우들까지도 사회주의 조국의 “기생충”이라고 학살하면서 20세기 말 최대의 “킬링 필드, killing field”를 연출했다.

폴 포트의 죄악
캄보디아의 비극을 연출했던 주요 인물로는 타 목 뿐만 아니라 폴 포트를 지적할 수 있다. 어느 면에서는 폴 포트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할 수도 있다. 타 목이 군사 지도자였다면 폴 포트는 정치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사실 폴 포트는 파리 유학생 출신으로 교사였으며 승려 생활도 2년이나 했을 정도로 지식인이었으며 종교인이었고 선각자였다.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맏형”이라고 불렀을 만큼 그는 카리스마적인 리더였다.
“나는 맑스-레닌주의에 대한 책은 모두 다 읽었다. 그 밖의 것은 나에게는 책도 아니었다!” 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젊은 시절부터 강한 편견의 소유자였다. 파리 유학 시절 그의 아파트는 캄보디아 청년 공산주의자들의 학습처였다. 그는 귀국 후 공산당 지하 조직의 당 총서기로 선출되었으며, 한때는 시아누크 정권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캄보디아 북서부에 있는 고원 지대로 피신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 곳 사람들의 생활을 목격한 그는 그런 생활이야말로 “크메르인의 삶의 원형”이라면서 기뻐했다. 농업 공동체적인 자급자족의 생활 양식, 그것이야말로 돈이나 공업 제품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주의 사회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몰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이와 같은 사회를 건설하는 것 뿐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지식인 등 자본주의에 오염된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기 시작했다.

사악한 지도자의 말로
그런 폴 포트도 마침내 실각했으며, 결국 캄보디아 북부의 정글로 숨어들어간 크메르 루즈의 인민재판에서 자택 연금을 당한 후 병사했다. 그는 죽기 얼마 전에 “내가 한 일은 우리 조국의 순수한 양식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굶주림과 살육으로 주민 200여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의 죄과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 사회의 지도자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주민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고, 불안에서 벗어나 해방을 누리게 하며, 집단적 강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족이나 계급 또는 조국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어떤 것도 그것이 주민을 굶주림으로 몰아넣고 불안에 떨게 하며 강제로 끌려 다니게 한다면 제 아무리 위대한 지도자로 자처한다 해도 그는 사악한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더구나 그 자신이 마치 황제인 양 생활한다면 그는 반드시 인류의 법정에 서야 할 죄인에 지나지 않는다. 문명 사회에서는 그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그 죄과를 재판받지 못했던 타 목이나 폴 포트도 저 세상에서는 통절한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하나의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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