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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길이 두 갈래로 갈려 있다. 한 갈래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열고 가야 한다. 지난 월요일(24일) 제네바에서 열린 G6 각료회의가 교착되자 세계무역기구(WTO) 파스칼 래미 사무총장이 도하라운드의 결렬을 공식선언했다. 농업보조금에 대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첨예한 대립,그리고 개도국의 공산품 관세장벽 고집이 파탄을 몰고 왔다. WTO가 지향하는 다자간(多者間)협정을 국제무역협상의 고속도로에 비유한다면 지역별 또는 양국간 교역 협정은 일반도로인 셈이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국도나 지방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EU와 아세안을 합친 것보다 큰 세계최대의 시장이다. 한.미 FTA는 비록 양국협정이지만 웬만한 지역 통합시장보다도 더 큰 시장에 교두보 확대여부를 결정하는 중대사이다.
성장하는 경제에는 농업 등 전통부문에서 제조업 및 서비스 부문에도 자원이동이 수시로 일어나게 마련이다. 같은 산업 내부에서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부단히 일어난다. 그래야 역동적인 경제가 된다. 국제교역은 자원이동과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킨다. 구조조정을 당하는 부문에 고통이 따른다. 그렇다고 그 고통호소에 휘둘리면 성장 없는 정체(停滯)경제의 선택만 남게 된다.
요즘 한.미 FTA 문제를 놓고 반대여론이 거세다. 누가 왜 반대하는가?
첫째,이익집단의 반발이다. 성장경제에서 불가피하게 경쟁력을 상실한 부문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공기업 대기업의 귀족노조는 집단행동으로 중소규모 이하 비조직화 노동자의 이익을 짓밟고,전문직(법률.의료.교육 등)들은 무쇠밥통을 지키려 소비대중(국민대다수)의 권익을 유린한다. 협정이 성사되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의 출하와 서비스의 접근 덕분에 이익을 얻게 될 소비대중은 그릇된 홍보에 홀려 뿔뿔이 흩어진 채 침묵한다. 미래에 고용기회 확대로 일자리를 얻게 될 수혜계층인 젊은이들도 전교조의 거짓 교육 때문에 반대대열에 동조하고 있다.
둘째,현 정부 참여세력의 이념지향성이다. 정부에는 공식조직인 제1정부가 있고,각종 시민단체(일부 언론포함)와 정부내 동조세력이 참여하는 제2정부가 있어 보인다. 한.미 FTA는 제1정부가 이끌고 제2정부가 가로막는 형세다. 참여세력의 밑바닥에 맥맥히 흐르는 반미 정서가 분출되고 있다.
몇해 전 여중생 사고사에서 올해 평택기지 이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반미 운동집회마다 같은 얼굴들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시종일관 장기 국익은 아랑곳없었다. 지금처럼 반대여론이 고조화된 건 정부의 자업자득 탓도 있다. 좀더 일찍이 문제를 터놓고 공론화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다 현 정부의 전직 나팔수들이 내는 불협화음이 혼란을 증폭한다.
셋째,야당의 당리당략이다. 현 정권의 인기도가 워낙 낮으니까 내년 대선이 정권쟁취 호기로 보고,정치산술(算術)이 발동하는 모양이다. FTA의 장기적 국익은 안중에 없고 내년 말 득표수만 보인다. 다 된 죽에 코 빠트리고 싶지 않은 심사일 터이고,집권 후에 자기네가 성사시켜 업적을 삼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미국측 일정이 촉박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깔끔하지 못하게 벌어진 일이지만 봉합하고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반대 진영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협상상대가 있는 이상 협상카드를 모두 공개하라는 반대파 요구는 무리하다. 무엇보다도 FTA의 이익을 과장도 말고,손실을 축소하지도 말고 사실 그대로 이성적으로 진솔한 대내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한국경제의 살길은 큰 시장 얻고 신기술 구하는 교역확대와 투자유치이다. 다자간 협상이 막힌 마당에 양자간 협상이 남아 있는 생존의 길이다.
집단이기주의,당리당책을 극복해야 한다. 굳이 친미(親美)가 아니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큰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확대해야 한다. 평양에서 밥 굶기는 정치이념이 서울에서도 국민에게 밥 먹여줄 수 없다.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
-2006.7.28일자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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