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회원칼럼
[도하 라운드] 붕괴와 그 이후는
진덕규   |  2006-08-16 06:33:34  |  조회 2676 인쇄하기
지난 주 [도하 라운드, Doha Development Agenda, DDA] 의 마지막 협상이 실패로 끝났다. WTO(World Trade Organization)의 사무총장 파스칼 라미(Pascal Lamy)도 “도하 라운드의 실패”를 선언했다. 그는 “이 협상의 논의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패자로 결판이 난 결과를 맞았다.”고 술회했다. 제네바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미국, EU, 일본, 인도, 브라질, 오스트랠리아 등이 참가했다.

세계적인 단일 무역 협정 체제를 이루기 위한 이 회의는 처음부터 성공의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국가마다 이해의 차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WTO에 의해 거의 4년 동안이나 끈질기고 지루하게 추진되어 온 이 협상의 실패는 “시장 자유화”의 기치가 한 순간에 무색해졌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제는 세계 무역이 다자간의 협정에 의한 단일 체제에서 벗어나 당사국 사이의 쌍방 협정으로 지속되는 변형된 보호무역주의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감마저 나돌고 있다.

비판으로 시종된 회의
지난번 홍콩에서 열렸던 [도하 라운드]는 한국의 농민 단체 등 각국 시민 단체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로 몹시 소란스러웠다. 그 때 WTO는 [도하 라운드]의 향후 절차를 마련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전부터 이 협정에서 핵심이 되었던 것은 농산품 수입 시장 개방과 농민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불 문제였다. 미국, 일본 등 선진 국가들은 브라질이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가들에게 공산품 수입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 농산품을 수출하는 일부 국가들도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인하해 줄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서로 다른 요구에 대한 논의는 지루할 정도로 시간만 끌었을 뿐이다. 게다가 미국 등 선진국 농민 단체의 로비스트들의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그 결과 미국도 농업 분야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감소시킬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게 되었다. 특히 미국과 EU가 관세 문제를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실패의 책임은 이들 국가 사이의 서로 다른 주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EU는 미국이 경직된 태도로 회의에 임한다고 비판했으나 미국은 EU가 농업 단체의 압력 때문에 보호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외국 농산물 수입에 지나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서 비난을 퍼붓는 등 이번 회의는 온통 비난으로 시종되고 말았다.

[도하 라운드]의 손익 계산
물론 지금 단계에서 [도하 라운드]의 실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여전히 몇몇 사안을 중심으로 WTO에 의해 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이 협상도 실패한다면 다자무역협정체제로서의 WTO는 존립 위기에 내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개별 국가도 더 이상 초국가기구에 의한 다자협정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될 것이고, 국가 대 국가의 협약으로 전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이 다시 둘러쳐질 수도 있는데, 그 손해는 고스란히 약소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강대국들은 지금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서 관세 협정을 요구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 등 이른바 중진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들 국가들은 선진국의 농산물에 의해서, 심지어는 공산품에 의해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국가들도 지금의 무역 협정으로는 어느 정도 유리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기회를 더 이상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가장 큰 실패자는 역시 WTO가 될 게 분명하다.

WTO에 대한 비판
관세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 기구인 WTO야말로 글로벌리제이션의 기수라고 할 수 있다. 1995년에 세워진 이 기구는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의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 Gatt가 공업 제품에 대한 관세 문제를 다루었다면, WTO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이나 금융, 지적 재산권과 같은 서비스 분야의 국제 거래도 맡고 있다. WTO는 현재 149개 회원국으로 조직되어 있으나 회원국에 가입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부과하고 있다. 2001년 12월에 회원국이 된 중국도 무려 15년간이나 가입을 추진했었다. 지금은 러시아도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데, 그 전제 조건으로 제시된 것은 러시아의 경제 관행을 신뢰할 정도로 개혁하는 것이다.

WTO의 각료급 회의, 즉 “무역 라운드”에서는 관세 문제가 논의되기도 하는데, 이번에 [도하 라운드]가 실패함으로써 WTO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예를 들면, WTO는 지나치게 강력한 국제기구라든가 미국, EU, 일본 등 강대국 중심의 기구라는 비난 또는 노동자나 아동 노동, 환경, 건강 문제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비난 및 WTO 조직의 비민주성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WTO가 전세계인의 경제 수준을 상승시키기보다는 강대국의 이익 보호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점에서 이번 [도하 라운드]의 실패는 강대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WTO가 지나치게 “강대국의 이익 보호”를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srips.org에서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0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422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 “길고도 지루한 전쟁”  진덕규 06-08-16 2667
421 중동에 총성이 멎으려면  1  김영희 06-09-14 2532
420 [월요인터뷰] 고홍주 미국 예일대 법과대학원 학장  김영희 06-08-18 2828
419 [도하 라운드] 붕괴와 그 이후는  진덕규 06-08-16 2676
418 韓美FTA, 어떻게 봐야하나  김병주 06-09-14 2660
417 무엇이 '국민 위한 사법' 인가  김인섭 06-07-28 2712
416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신봉승 06-08-16 2741
415 타 목의 죽음 그리고 캄보디아의 비극  진덕규 06-08-02 2545
414 대책 없이 고군분투하는 노 대통령  김영희 06-08-07 2506
413 박수길 前 유엔주재대사·문정인 연세대 교수 대담  박수길 06-07-19 2709
41424344454647484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