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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의 80회 생일 : 독재자가 가져다 주는 것은
진덕규   |  2006-09-14 11:46:06  |  조회 2889 인쇄하기
카스트로의 병상 소식

며칠 전 외신은 쿠바의 카스트로(Fidel Castro)가 “단단한 거목처럼” 병상에서 회복 중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을 가장 반긴 사람은 카스트로의 “이념적 동지”로 자처하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위고 차베스(Hugo Chavez)였다. 그는 “카스트로의 80회 생신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 그의 곁으로 달려갈 것이다. -- 나는 그에게 19세기 라틴 아메리카의 민족주의 지도자였던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가 지녔던 단도와 컵을 선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는 반미-반자본주의의 기치를 치켜든 사람들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지난 7월 31일 카스트로가 수술실로 후송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비탄에 빠졌지만 그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번 주말로 예정된 그의 탄생 80회 기념식은 쿠바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연기되었다. 아직 그의 병상에 대한 정확한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위고 차베스의 아바나 행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이다.


반체제 투쟁의 선봉장

카스트로는 공산주의자로, 반미주의자로, 독재자로 쿠바를 무려 50여 년간 철권 통치해 왔다. 미국의 끈질긴 전복 공작과 침공을 위협받는 초긴장 속에서도 그는 정권을 유지해 왔다. 그의 개인사는 쿠바의 반미 투쟁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철저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 살았지만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예수회의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아바나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나 이웃의 빈곤을 목도한 후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으며, “빈곤한 이웃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범죄 행위”라면서 반체제 무장 운동에 투신했다.
1953년에는 당시 쿠바의 독재자였던 바티스타(Fulgencio Batista) 정권에 맞서 봉기했던 민중 반란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그 해 7월 6일에는 100여 명의 추종자들과 함께 바티스타 정권의 군영을 공격했으나 실패하고 체포되었다. 2년간의 투옥 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후에는 멕시코 등지에서 반 바티스타 투쟁 조직을 만들고 지도했다. 그리고 1959년에는 바티스타 정권을 붕괴시키고 그 자신이 직접 쿠바의 새 지도자로 올라섰다.


"체 게바라의 동지"

카스트로는 두 가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가난한 민중의 참다운 형제”라는 것과 “체 게바라(Che Guevara)의 동지”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는 바티스타 정권의 부정, 부패, 친미 종속에서 벗어나 평등, 정의, 번영이 함께 하는 쿠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마르크스-레닌주의자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의회주의자로 계획 경제에 의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 했던 진보주의자였다. 그는 미국 아이젠하워 정부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후르시초프 (Nikita Khrushchev)의 소련 진영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결국 쿠바를 냉전 체제의 최전방에 놓이게 했다.
미국은 그들의 목에 해당되는 지역에 위치한 쿠바가 소련의 위성국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았다. 그 한 예로 1961년에는 쿠바 망명객을 중심으로 해서 조직된 군사 단체가 피그 만(Bay of Pigs)을 침공했지만 1,000여 명의 포로만 남겨 둔 채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에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는 문제로 미-소가 핵전쟁의 위기로 치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터키에서 미사일을 철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소련도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거하면서 미-소는 핵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카스트로는 미국의 공적 제1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독재자의 통치 결과는

쿠바는 카스트로의 50여 년에 걸친 통치에도 불구하고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이룩한 것은 단지 수준 높은 의료 복지와 98%에 이르는 문자 해득률 그리고 낮은 유아 사망률 정도이다. 미국이 지난 40여 년간 실시해 온 온갖 규제로 쿠바 경제는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관광 수입을 통해 겨우 외화를 획득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이 쿠바의 니켈 산업에 투자하고,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를 값싸게 공급받고 있지만 낙후된 경제를 회복하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50여 년간 독재를 하면서 카스트로가 남겨 놓은 것은 오직 빈곤 뿐이다.
이제는 쿠바인들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배고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카스트로가 그의 아우에게 권력을 세습하려는 것을 목도하면서 “체 게바라의 신화”조차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지금 1,100만 명에 이르는 쿠바인들은 카스트로에게 혐오감을 갖는 사람과 그를 사회 혁명의 기수라고 믿는 사람으로 양분되고 있다. 독재자는 아무 것도 이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들은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한 것 같다. 카스트로의 병상 회복 소식이나 그의 아우가 후계자로 집권할 것이라는 보도 등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독재자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 더욱 무거운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으며, 우리 시대의 민족적 번민으로 떨어지게 되는 진한 아픔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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