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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는 민간 여객기를 공중 납치하여 뉴욕에서는 세계무역센터(WTC)에, 워싱턴에서는 펜타곤에 충돌하면서 건물을 파괴시키고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그뿐 아니라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여객기를 추락시키는 등 실로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켰다. 이날 세계무역센터에서 희생된 사람은 실종자가 4972명, 사망자가 152명이나 되었으며, 펜타곤에서는 125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납치된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세계무역센터 충돌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아메리칸항공 AA11편에서 92명, 유나이티드항공 UA175편에서 65명이었다. 또 펜타곤 충돌 사고에서는 아메리칸항공 AA77편 탑승객 64명이 사망했으며, 펜실베이니아 추락 사고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 UA 93편 탑승객 45명이 사망했다. 결국 2001년 9월 11일 하루 동안 알카에다의 테러로 무고한 민간인이 5515명이나 희생되고 말았던 것이다.
희생자들 중에는 미국의 이슬람 정책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보다는 국제 정치와 담을 쌓고 살아가던 평범한 시민들이 더 많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그 테러의 희생자가 되고 만 것이다.
수사학적 표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테러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뒤에는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Taliban) 정권을 붕괴시켰다. 그는 2002년 1월 상하 양원 회의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예방 전쟁의 차원에서 선제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대량 살상 무기와 국제 테러와의 연계를 내세우며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테러와의 전쟁으로 세계가 들끓게 되었을 뿐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대립, 후기 냉전 체제(post cold-war),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런던 테러, 이란의 핵개발 위협 등으로 세계는 전보다 더 심각하게 갈등과 반목으로 대립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년간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희생된 민간인은 5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테러와의 연관 혐의로 체포된 사람만 해도 거의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여겨진다.
알카에다의 확산
물론 “테러와의 전쟁”으로 알카에다도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그들의 지도자가 폭사당하기도 했고, 그들이 장악했던 지역이 “해방”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활동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는 그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알카에다는 9/11 테러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약 30여 차례나 테러를 자행했는데, 그 중 중요한 것으로는 카라치에서 3회, 이슬라마바드와 발리에서 2회, 자카르타에서 2회, 이스탄불에서 2회, 런던, 마드리드, 튀니스, 카사블랑카, 몸바사 등에서 저지른 테러를 들 수 있다.
지금 알카에다는 전보다 더 반미 민족적 종교운동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치 초국가적인 반미운동의 최일선에서 투쟁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1)이슬람 세계에서 외국 군대의 완전 퇴출, 2)부패한 사우디 왕가 제거, 3)중동 전역에서 친서구적 엘리트 정권의 붕괴, 4)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5)지역적 민중 자주 정권 수립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수많은 이슬람 교도들을 그들의 확고한 지지자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알카에다는 점차 단순한 테러 집단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네오콘의 논리
부시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것은 네오 콘(Neo-conservatives)이다. 이들은 두 가지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 하나는 미국 제일주의이며, 다른 하나는 기독교 문명론이다. 미국 제일주의의 기본 전제는 “미국에 좋은 것은 다른 나라에도 좋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 민주주의가 세계로 확산되면 테러리스트도 사라지고 평화가 이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바로 세계”라는 이들의 의식이야말로 미 제국주의에 다름 아니다.
기독교 문명론 역시 엄격하게 말하면 현대판 십자군 전쟁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21세기 문명은 기독교에 기반을 둔 가치 체계라고 믿으며, 문명의 실현은 비기독교 사회의 전근대적 전통성이 서구 기독교 문명으로 이행되는 과정이라고 인식한다. 그들은 기독교 문명만이 발전과 풍요를 가져다 주는 21세기적 문명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러한 논리야말로 대립을 전제로 한 강제와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미 제국주의는 독점의 그림자 때문에 공존의 문명도 인정하지 않고, 이질적인 것도 포용하기 거부하면서 배격과 대결로만 치달리고 있다. 그럴수록 “테러와의 전쟁”도 미 제국주의와 이슬람 민족주의 사이의 투쟁으로 비쳐질런지 모른다. 아무리 부시가 알카에다를 "이슬람 파시스트(Islamo-fascist)"라고 규정한다 해도 그들의 주장은 점점 더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비극도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이다.<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srips.org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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