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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의 마지막 기회
김영희   |  2006-10-15 16:20:45  |  조회 2678 인쇄하기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수락할 수 없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의 교착 상태를 두고 한 말이다. 그래서 최후의 시도로 6주 안에 아시아에 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들은 라이스가 이 인터뷰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복귀시키려는 노력의 시한이 소진돼 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는데 인터뷰 전문에는 그런 최후통첩 같은 말은 없다. 그의 한.중.일 방문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라이스가 북핵 문제의 교착 상태 타개를 위해 한번 더 노력해 보기로 한 것은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 하루 앞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그들의 카운터파트인 라이스 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가진 2+2 회담에서 대강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의 결과로 보인다. 7월 초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6자회담 재개는 더욱 멀어졌다. 7월 말로 예정된 라이스의 방한은 레바논 사태로 취소됐다. 그래서 송민순은 8월 말 베이징으로 가서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한국은 미국과 얘기할 테니 중국은 북한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금융제재의 일부를 해제하고 북한은 미국의 법집행이 요구하는 사항을 충족시키는 조치를 끌어내보자는 내용이었다. 북한은 가(可)도 부(否)도 아닌, 두고보자는 반응을 일주일 안에 보내왔다. 한국은 그걸 반걸음의 전진이라고 보고 천영우 6자회담 대표를 워싱턴에 보냈다. 미국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송민순은 노 대통령의 그리스 방문이 끝나는 대로 워싱턴으로 가서 라이스와 해들리를 만났다. 라이스는 처음에는 주저했다. 그러나 1시간의 논의가 20분쯤 흐른 뒤에는 한번 해 보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의 마음을 돌린 것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유혹이었다. 송민순은 동북아 전체를 포괄하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다자안보 프로세스로 들어가 한반도 문제와 북핵 문제를 공격적으로(aggressively) 협상하자, 그래도 북한이 협상하지 않겠다면 그때 채찍을 써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래서 2+2 회의가 열리고, 그 결과 한반도와 동북아 미래의 비전과 철학이 노무현.부시회담의 공식 기록 21페이지의 3분의 1이나 차지하게 됐다.

미국의 네오콘(신보수파)들이 북한의 무조건 항복이 아닌 북핵 문제의 해결에 반대하는 분위기에서 라이스가 한번 더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의 노력을 위해 한.중.일을 방문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과 중국이 앞으로 6주 안에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 북핵 해결의 운명이 걸린 꼴이 됐다. 북한도 딜레마에 빠졌다. 숨 막히는 금융제재를 받으면서 6자회담에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핵실험 같은 벼랑끝 전술을 쓸 수도 없다. 그래서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라이스가 동북아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서 부시의 힘을 빌려 6자회담 재개에 필요한 만큼의 양보를 재무부로부터 받아내려면 북한이 북.미 회담이 먼저라는 고집을 버리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열리는 북.미 회담에서 위조달러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 있음을 밝혀야 한다. 북한의 이런 의사표시 없이는 북한이 희망하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평양방문도 실현되기가 어렵다. 한국과 중국은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면 부시가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정치적인 동기가 사라진다는 것을 북한에 납득시켜야 한다.

라이스도 서울서 들어야 할 말이 있다. 미국이 지난 1년 동안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를 조사한 결과를 밝히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조달러 제조의 증거를 찾았으면 공개하고 못 찾았으면 조사의 시한을 밝혀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가 미국 재무부의 위폐조사에 볼모로 잡힌 상태의 장기화는 용납될 수 없다. 라이스는 클린턴 정부와는 달리 부시 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의 의지가 한국에서 크게 의심받고 있음을 알고 가야 한다.

국제문제 대기자

중앙일보 김영희칼럼

기사원문 보기(클릭)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02&Total_ID=246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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