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회원칼럼
[홍세표 칼럼] “위원회도 관료를 위한 조직”
홍세표   |  2006-10-19 02:08:50  |  조회 2551 인쇄하기
선진국은 줄고 있는 공무원 우리는 왜 늘고 있나

공무원 조직보다 더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각종 위원회다. 현재 대통령 직속 위원회만 29개다. 기타 자문위원회,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 각 부처 소속 위원회까지 합치면 얼마나 되는지 그 숫자조차 알 수 없다. 실로 위원회 공화국이다. 그리고 모두 국민의 부담이다. 칼 본 벌퍼랜은 그의 저서 『정치화된 사회의 허위적 실체』에서 위원회에 대해 따끔하게 꼬집었다.

“우리들은 이른바 ‘심의위원회’라는 존재를 눈을 똑바로 뜨고 보아야 한다. 무릇 민주주의에 유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라고 하는 것은 크나큰 허위의 실체로 생존한다. 통치 시스템을 국민의 대표자로 구성된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로 보이고 싶어하지만 이는 실체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사실상 이 위원회들은 관료제를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


볼퍼랜은 이어 “위원회들은 이익단체나 비정부기구(NGO) 등 압력단체를 위해 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은 이 위원회를 만든 관료들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는다. 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사전에 준비한 것들 뿐이며 오직 약간의 지엽적 논의만 남겨두곤 한다. 이는 구성원이 실제로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볼퍼랜은 “위원회 제도가 정치 시스템으로 자유로워지려면 심의 내용과 의사결정의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결론지으며 위원회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의 위원회는 최고 권력과 밀착돼 있다. 행정부와 협조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위에 군림하려 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부처 이기주의로 뭉친 행정 부처를 위원회는 사사건건 견제하려 한다. 하지만 위원회는 비전문가 집단이라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국민은 비전문가들인 위원회의 결정을 전문가들인 관료 집단의 결정보다 선호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국경제위원회에서 최근 발표한 바에 의하면 각종 위원회와 심의기관 등이 무려 172개의 정부 계획을 처리했다. 계획 남발 자체는 물론 우선순위도 없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시장을 어지럽히고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OECD 국가들에서도 최근 작은 정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숫자를 동결하거나 줄이기 시작했다. 국민세 부담, 각종 규제, 인·허가권 문제 등의 폐해를 충분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독 우리 정부는 이미 실패를 경험한 OECD 국가들의 공무원 숫자에 맞추기 위해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러니다. 그들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국영업체를 과감히 민영화해 오랫동안 정체의 늪에서 헤매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으로부터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위원회란 관료 위에 군림하는 또 다른 권력계급을 형성하여 원활한 정책 수행의 발목을 잡고 낭비적 규제만 양산하는 제도인 것이다.

비효율의 대명사이며 업무 불협화음만 커져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지탄받는 각종 위원회도 점차 축소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능률적인 경영의 극치로 되어 있는 국영기업체의 과감한 민영화도 조속히 실행되도록 정부의 정책 방향을 180도 바꿔야 한다. 이에 앞서 공무원 숫자도 2만5000명이나 늘었다. 부총리, 장·차관 자리가 22명이 늘었다.

이런데도 한 술 더 떠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위해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OECD 국가에 비해 공무원 숫자는 적으니 그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는 증가 목표까지 제시됐다. 경제규모나 국민소득 규모 또는 경제 성장 과정의 차이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세계은행이 평가한 2005년의 우리 정부 경쟁력이 2004년보다 10단계 하락한 세계 60위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공무원의 증가가 정부의 효율성 제고를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규제나 간섭이 늘었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국민의 세부담도 늘었다. 지방정부나 산하기관까지 합친 2004년 사용 예산이 근 297조원으로서 GDP의 38%에 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36%, 일본의 37%보다 높은 수준이다. 나라 빚도 현 정부 들어 3년 만에 85% 급증한 284조원이다. 이는 국민 1인당 513만원인 셈이다.

정부 주장대로 GDP 대비 30% 이하로서 OECD 국가에 비하여 낮은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경제규모나 소득수준과 그들 나라 국민의 소득수준을 같은 잣대로 비교해서는 안 될 것임은 자명하다.

공무원은 속성상 무슨 일이든 만들어서 해야한다. 그러니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그 이상 일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국민 복리에 합당한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나중 문제며 합리화만 하면 된다고 믿고 있다. 합리화 작업 능력은 그들의 장기다. 결국 풀어야 할 규제도 지난 3년 동안 7800건에서 8000건으로 오히려 늘지 않았는가. 볼퍼랜은 “관료는 제멋대로 사회를 통제하려 한다. 그들의 권력욕이 다른 모든 인간성을 압도한다면 그 결과는 반드시 부패와 파괴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권력은 비공식적이거나 공식적이지만 약한 정치권력으로서 관료들은 그 그늘에 숨어서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통박하고 있다.

관료는 지배계급에 속한다. 이들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이유는 일반 시민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여러 층의 지식인이나 고위직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해나가고 있다. 볼퍼랜은 관료들이 사람을 구분함에 있어 정보를 ‘아는 사람’과 ‘무지한 사람’으로 분리해서 관리한다고 지적한다. “권력기구는 정확히 파악하게 되면 관리들이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되고 결국 기능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비밀주의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비밀주의는 관료들에게 필요조건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피터 드러커도 『21세기를 위한 경영도전』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관료라고 하는 지도층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끈질기고 교활하다. 불상사나 무능이 폭로된 이후에도 계속 권력을 유지한다. 사회적 문제를 ‘문제의 해결’이아니라 ‘문제의 해소’로 끝내려 한다. ”

이제는 ‘작은 정부’를 만들어 국민의 세부담을 경감시키고 불필요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줄여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하여야 하리라 생각된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순위가 무려 9단계나 내려간 38위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순위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31위에서 47위로 폭락한 정부행정 효율성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작은 정부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움직여 나가기 바란다.
홍세표 (sephon@naver.com)
-2006.05. 이코노미스트에서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0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462 [홍세표 칼럼] 큰 정부 끌어안고 어디로 가나  홍세표 06-10-19 2653
461 [홍세표 칼럼] 경제 위해 ‘비전2030’ 빨리 접어라  홍세표 06-10-19 2577
460 [홍세표 칼럼] “어리석은 자는 힘 못 미치면 흥분”  홍세표 06-10-19 2673
459 [홍세표 칼럼] 누구를 위한 ‘큰 정부’인가  홍세표 06-10-19 2626
458 [홍세표 칼럼] 조지 소로스, “역사흐름 거스르지 마라`  홍세표 06-10-19 2823
457 [홍세표 칼럼] “버핏은‘7가지 잘못’ 안 저질러”  홍세표 06-10-19 2611
456 [홍세표 칼럼] “국민 세부담 30%까지만 참아”  홍세표 06-10-19 2764
455 [홍세표 칼럼] “위원회도 관료를 위한 조직”  홍세표 06-10-19 2551
454 연산군의 구설  신봉승 06-10-19 3382
453 “盧대통령 경제정책 실패는 제 2정부를 더 신뢰한 탓”  김병주 06-10-19 2692
31323334353637383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