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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표 칼럼] 누구를 위한 ‘큰 정부’인가
홍세표   |  2006-10-19 02:29:23  |  조회 2626 인쇄하기
선진국은 국민의 최저 필요생활 수준까지만 보장해 준다. 그리고 모든 정책도 여기서 출발한다. 반대로 개발도상국에서는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 국민의 식생활은 물론 기업 활동까지 규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민간기업이 영리목적 추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 서비스의 질이 결코 향상되지 않는다. 이런 개발도상국에서는 교육이나 사회보장 측면에서 국내산업의 보호 육성은 물론 지도 감독까지 국가 책임 아래 수행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 비근한 예가 우리 정부가 발전모델로 삼는 20여 년 전의 북유럽 제국이다. 이들 국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를 내걸고 사회보장제도를 채택했다. 높은 세금과 사회보장 부담을 국민에게 안겨 준다. 하지만 이 자금을 고루 분배함으로써 인위적으로 국민의 생활수준을 올려 준다.

이 정책은 초기에는 먹혀들어가는 것 같았다. 즉 이와 같은 사회주의적 분배 이상이 실현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외견상 안정된 생활을 약속받은 이 제도의 이면에는 허다한 역작용이 노정됐다.

산업은 급격히 위축되고 국민의 근로 의욕은 극도로 감퇴했다. 복지 관련 예산의 급팽창은 경제에 큰 부작용을 안겼으며, 각 부문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끝없이 진행되어 갔다.

과중한 과세에 부담을 느낀 기업주들의 자금 해외이전 내지 도피는 극에 달했고 세금회피 목적의 해외이민자나 이중 국적 취득자 수도 갈수록 증가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자금의 해외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온갖 월권적 수단을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초 성공한 듯 보였던 고용보장도 갈수록 심해지는 기업의 해외이전으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결국 경제는 어두운 그늘에 가리게 됐다. 이들 나라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의 타개책으로 민간부문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 하지만 정부 산하기관은 모든 분야의 행정 서비스를 관장한 채 협조를 거부했다.

그들이 누리던 규제·감독의 권한을 내주려고 하지 않았다.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취업인구의 3분의 1이 공공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 이들을 통제하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국가가 공공 서비스 분야 제공자인지, 산업(또는 기업)의 감독관인지 명확한 정의는커녕 구별도 되지 않는 혼란한 사태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국가의 기업 통제 개념 달라져야

스칸디나비아 4국 중 가장 후진국이었던 핀란드가 최근 가장 발전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선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통된 폐해는 행정력 비대화와 반비례하며 나타나는 기능저하다.

이런 폐해를 뒤늦게 깨달은 북유럽 제국은 물론 기타 주변국가들은 큰 정부 정책, 즉 분배우선 정책의 반성 위에 정책방향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정책 전환의 효과와 성과는 문화와 역사 과정의 차이 때문에 나라마다 다르다. 또 국민의 심한 반발로 정책전환 시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나라에서조차 폐해를 통감해 이제는 그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다.

학자들은 21세기 들어 종전의 모습과 판이한 세계가 출현한다고 말해 왔다. 실제 예언대로 세상은 변모해 가고 있다. 경제활동에서 국경의 개념은 점차 소멸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정부는 축소되고 있으며 정부의 규제도 운명적으로 점차 푸는 쪽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추세에 있다. 이런 경향은 소위 ‘제3차 산업혁명’ 또는 ‘제3의 파도’와 무관치 않다고 느껴진다.

금세기에는 선진국 취업인구의 75% 이상이 제3차 산업, 즉 서비스 산업에 종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의 굴뚝산업 생산 거점의 대부분이 NIES(신흥공업경제지역) 등 해외로 분산될 운명에 있다. 결국 생산 코스트가 싼 곳에서 생산하고 값비싼 시장에서 판매되는 메커니즘이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국제화도 진행돼 생산거점, 그리고 자본까지 다국적화되면 기업 경영인들도 다국적화되리라 예상된다. 이에 대한 준비를 미리미리 서둘러야 하는 시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의 기존 체질은 물론 국가의 기업 통제 개념도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이전과 같이 기업을 옥죄는 규제로 묶어 두고 축소해야 할 정부 몸뚱이를 키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큰 정부를 지향하면 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데 정부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려워지다 보면 국력신장은 물론 국민의 복리증진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이웃나라 일본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물리치고 우정성과 도로공단의 민영화를 단행했다. 막대한 자금(350조 엔)을 갖고도 방만한 경영을 해 온 우정성이 10년 내에 경영파탄에 봉착할 것이라는 예측이 경종을 울렸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0년까지 공무원 숫자를 5% 감축하고 공무원이 누리는 각종 특혜를 축소하는 작은 정부 지향 정책을 강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관료조직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일본이 조직을 뜯어고친다는 것은 단호한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다. 어쨌든 일본 경제가 10여 년의 만성적 디플레의 불황 늪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이런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계획까지 백지화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당시 57만 명이던 공무원 숫자가 지난 3년간 2만7000명 늘어 60만 명에 달했다.

이와 함께 규제 건수도 확연히 늘었으며 국가 채무도 85%(114조원) 급증한 248조원에 달해 GDP(806조원) 대비 30.7%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증가 추세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우리는 공기업 민영화까지 백지화

법률상 근거 없는 각종 위원회를 난립시켜 비전문가인 아마추어들을 대거 등용했다. 그 결과 행정 질서를 어지럽혀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드 정치는 비능률적 관료주의 형태의 극이라고 앨빈 토플러는 말한다. 비효율적인 코드 정치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의 세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아무튼 각종 위원회 난립, 공무원 늘리기 등 큰 정부 지향 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마땅하다.

국영기업은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 정부가 기획하고 사업을 영위해 그 결과를 검증한다는 것은 도둑에게 집 열쇠를 맡기는 것과 같은 이치로, 결코 공평한 평가·감사를 할 수 없다.

업적 평가의 공정하고 정확한 척도를 도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기껏 감사원이 예산의 적정 집행 여부를 감사하는 데 그치고 낭비 요소가 있더라도 이를 냉정하고 올바르게 지적할 능력도 의지도 있을 수 없다.

또 일반 민간기업처럼 과감한 비용절감 개념을 국영기업에 도입할 수도 없다. 이런 폐단 때문에 국영기업 민영화 계획이 마련됐던 것인데 정부 서비스 극대화란 명분으로 취소돼 안타깝다.

토플러는 말한다. “국영기업이 종업원에 비해 게으르고 공해를 발생시키며 사기업 이상으로 공중(국민)을 우롱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국영기업의 대부분은 비능률, 부패, 탐욕의 쓰레기통화돼 있다. 이들 기업 운영상 결함 때문에…국가제도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가장 나쁘고 우스꽝스러운 것은…이들이 제일 관료적이고 조직과 기능의 재편에 느리게 반응할 뿐더러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을 꺼리며 선진기술 도입에도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 계획대로라면 정부 부처는 물론 대부분의 국영기업체를 지방으로 분산 이전시키게 돼 있다. 이때 업무연락을 위한 서울사무소 설치 유지는 필수적인 것으로서 이로 인한 인력·유지비 등 추가 경비는 더욱 증가될 것이다.

행정 낭비와 번잡성도 증가돼 업무의 효율화를 기하기 어렵다. 결국 국민의 고통만 늘어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전 경비(예산)도 당초 예상액보다 대폭 증대할 것이다.

이러한 이전 계획은 적절한 국민의 합의 도출 없이 정부가 독단적으로 수립 시행하는 것으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으리라 본다. 현재 진행되는 큰 정부 지향 정책은 득이 없고 실만 가중된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국영기업 민영화도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홍세표 객원기자
-2006. 08. 이코노미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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