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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이후 핵 개발의 도미노 현상
진덕규   |  2006-11-20 04:32:59  |  조회 2635 인쇄하기
북한의 핵실험으로 국제 사회에서는 핵 개발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파키스탄이 핵을 개발한 후에는 한동안 그런 시도가 없을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그래서 북한이 핵 개발을 공언해도 그것은 경제적 지원과 국제 사회에서의 협상용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북한은 “서울과 도쿄,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엄포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핵실험을 단행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실험을 제재할 만한 뾰족한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가 전부일 뿐이다. 물론 몇 가지 후속 조치가 취해지겠지만 “북한 봉쇄”라는 기본 구도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조치도 한국과 중국, 러시아 때문에 그 효과가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실험을 기정 사실화해서 세계 9번째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나라들이 핵 개발로 치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핵 개발을 위한 시도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은밀하게 추진해 왔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미 국무성 차관보 제임스 켈리(James Kelly)는 “북한은 1994년의 핵금지협정에 위배되는 일련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겉으로는 협정을 지키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내면으로는 핵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북한은 영변의 핵 개발 처리 시설로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관들을 철수시켜 버렸다. 그리고 수개월 후 플루토늄에 의한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2003년에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했으며, 2003년 4월에는 마침내 동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해 4월 23일 베이징에서 6자 회담이 열렸지만 이 역시 “회의만 춤추었을 뿐이었다.” 묘하게도 바로 그 다음 날 평양의 고위관리가 자신들이 핵무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회담을, 다른 한편으로는 핵 개발을 병행하면서 끝내 그들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경제적 지원만은 환영했다. 그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이니 “독재의 전초 기지”니 하면서 비난으로만 시종했다.

햇볕정책의 효과는
북한은 핵의 목표 지역을 “서울, 도쿄, 워싱턴”이라고 못 박았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유하게 되자 한반도의 군사력은 일시에 비대칭적인 관계로 전도되어 버렸다. 한편은 핵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은 재래식 무기에 의존해야 하고, 다른 나라의 핵무기 우산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 가능성이 점증되었던 시점, 정확히 말하자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기까지 한국 정부는 이른바 햇볕정책을 내걸었다. 따뜻한 햇볕으로 꽁꽁 얼어붙은 북한 사회를 녹이겠다는 식의 이솝 우화가 대북 정책의 근간이 되었던 것이다. 햇볕정책은 북한을 최소한 개방 체제로라도 이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였으나 그것은 오히려 북한 체제를 더욱 강고하게 했을 뿐 아니라 경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물질적 시간적 기회를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햇볕정책은 북한 체제를 강화시키는 데에는 일조했지만 역으로 한국 사회는 국론 분열과 와해에 직면하게 되고 말았다.

핵 개발의 도미노는
그런데도 햇볕정책을 취하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졌을 것처럼 주장하면서 그 정책 때문에 한반도에 평화가 이룩되었다고 강변하는 논리도 있다. 정말 그럴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단지 그렇지 않다는 것만 말해 두기로 한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 후 그 뒤를 이을 나라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만은 꼭 밝혀 놓아야 할 것 같다. 그 첫 번째가 일본이다. 일본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해 그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도 핵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그 다음은 이란이다. 이란도 “중동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면서 5년 이내에 핵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장담한다. 타이완 역시 은밀하게 핵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중국의 거대한 군사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핵 개발이 필연적이라면서 2009년을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다.
게다가 시리아도 핵 개발을 절감하고 있다. 겉으로는 핵 개발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핵확산금지조약이나 IAEA는 무의미해지고 만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이 가져온 파장이 전세계를 핵 확산의 궁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 만큼 이 문제는 세계를 처절한 위기로 치달리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당사자로서 최전선에 서 있는 한국은 너무나 태평하다. 햇볕정책 덕분에 안심하는 것일까!<학술원 회원/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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