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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6일에 있었던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는 부시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출되었다. 그것은 부시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6년 동안 "혼돈과 오만"의 인물로 비쳐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부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로부터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털어 놓았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세계 지도자로서의 부시의 위상이 치명타를 맞았고,
2)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이상주의 대신 현실주의가 등장이 불가피하며,
3) 백악관으로 향하는 2008년 대선에도 발동이 걸렸다는 점 등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부시 집권 6년의 성적표가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가 주장했던 “테러와의 전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는 중동 문제도 전면적인 재접근이 요청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시의 치명상
이번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서 제일 먼저 발표된 것은 럼즈펠드(Donald Rumsfeld) 국방장관의 사임이었다. 이 사실을 접하고 헤즈볼라 등 중동의 반미 세력들은 한껏 고조되었으며, “부시는 아랍인들을 각성시키고 단결시켰으며 승리로 이끌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부시는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그가 주장했던 도덕성이나 정의도 미국만을 위한 것으로 판정받게 되었다. 결국 중동에 민주주의를 전파하겠다는 부시의 꿈은 허망한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어느 경우이건 부시의 중동 정책, 특히 이라크 침공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이라크 전쟁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딕 체니(Dick Cheney) 부통령은 이라크 문제는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 역시 불투명하다. 미국의 한 시사 만화가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것은 부시의 “애견 푸들과 그의 아내” 뿐이라고 풍자했지만 부시는 “우리는 이라크에서 패전한 게 아니고 승전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현실주의자의 등장
이번 중간 선거는 부시 정권의 이상주의자들을 몰락시켰다. 딕 체니와 도널드 럼즈펠드는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이념적 기반으로 활용했던 1997년의 [미국의 신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의 작성자였다. 부시는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자유를 위한 발전 전략, Forward Strategy of Freedom]을 추구했을 정도로 미국의 이상, 즉 민주주의에 의한 자유와 평화의 새 시대라는 이상을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이상론도 현실주의로 대치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이상도 정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럼즈펠트를 대신해서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가 펜타곤의 수장이 된 것도 이러한 사정을 알게 해 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현실주의를 강조한다 해도 지금 당장 이라크 전쟁을 비롯하여 시리아, 이란, 북한 등에 대해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펼치기는 힘들다는 사실이다. 아마 강경한 주장을 유화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점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현실주의를 강조하지만 민주당 역시 그럴 듯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변화 없이 지금의 정책을 그대로 지속할 것 같다.
백악관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승리자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과 집권당인 공화당의 존 맥케인(John McCain)이다. 이들 두 사람은 일찍부터 백악관에 대한 꿈을 지니고 있었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부시가 이겼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딕 체니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자로 나서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 자리를 노리는 존 멕케인은 이미 선거 사무실을 열고, 정치 자금을 모금 중이며, 새 정책을 개발하는 데 치중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현실주의자이면서도 부시와는 다르기 때문에 공화당 후보자로는 적격이라는 주장이 민심을 파고 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 것 같다. 그녀는 이미 정치 자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카리스마도 없고, 마치 나무 조각상과 같다!”는 정치 평론가의 지적처럼 그녀에게는 개인적인 친화력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밖에 전(前) 마사추세츠 주지사였던 미트 롬니(Mitt Romney)와 지난 대선에서 부시에게 패배했던 존 케리(John Kerry)도 출마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결국 부시의 중간 선거 패배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지형도를 변모시키게 될 것 같다. 그 바람은 한반도에도 미치게 될 것이고, 김정일의 모험도 거세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게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덧붙이자면, 중간 선거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국의 정치야말로 “이상한 나라의 정치”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진덕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srips.org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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