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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새 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가 유난히 답답하고 힘든 한 해였기 때문인지, 올 해에는 새 해에 거는 기대가 다른 해보다 더 큰 것 같다. 더구나 올 해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기 때문에, 누가 새 대통령에 선출되는가와 관계없이 무언가 심기일전하는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함께 섞여 있는 듯 하다.
지난 해 우리 국민들을 유난히 답답하게 했던 몇 가지 사건들만 되돌아봐도, <교수신문>이 2006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은 빽빽한데 비는 오지 않는다)를 선택한 이유를 알만하다.
먼저 작년 초에 일어났던 ‘황우석 사태’는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국민적 영웅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황우석교수의 연구업적이 실제로는 논문조작으로 만들어낸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들어 나면서 국민들에게 참담한 충격을 안겨 주었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안겨 준 사건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 돋음 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건, 경제 분야에서건, 아니면 또 다른 어떤 분야에서건, 다른 나라들을 이끌어 가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거짓이나 과장도 있어서는 안 되며 오직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우쳐 준 교훈이었던 것이다.
지난해에 우리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또 다른 사건은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주택가격 폭등의 문제였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내놓는 정부의 정책발표가 여러 차례 거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였다. 결국은 정부의 주택정책은 실패한 정책이 되었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기만 하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지난해에 우리 국민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사건은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일관되게 유화정책을 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우리 정부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평화공존 정책이 과연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성취하는데 과연 효과적인 정책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국민들을 답답하고 힘들게 만들었던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나 정책혼선의 배후에는 정책의 이념적 편향성이 있었지 않았는가하는 지적도 있다. 참여정부의 주택정책, 교육정책, 경제정책 등의 배경에는 성장보다는 분배를, 경쟁보다는 평등을 강조하는 이념적 지향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교와 국방정책에서는 동맹보다는 자주를, 안보보다는 화해를 강조하는 이른바 진보적 이념지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집권당이면서 다수당인 여당과 정부의 여러 정책들은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기 보다는 오히려 마이너리티의 지지를 받는 ‘진보적‘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이념갈등과 정책혼선이 거듭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2007년의 한국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변화는 바로 소모적인 이념갈등과 비생산적인 정책혼선을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합리적 정치적 리더십의 등장일 것이다.
그런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극우 보수’, ‘온건 보수’, ‘온건 진보’, ‘급진적 진보’ 등의 네 범주로 크게 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철저한 시장경제와 철저한 반공, 그리고 북한의 흡수통일을 주장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온건한 보수주의자들은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주장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성장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경제정책을 선호한다. 그리고 동맹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개방을 통한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평화적인 통일을 추구한다.
한편 온건한 진보주의자들은 사회민주주의를 이념지향으로 하여 분배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는 경제정책과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대북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 급진적인 진보주의자들은 민중민주주의의 이념적 기조위에서 성장보다는 분배를, 그리고 외세를 배제하는 자주적인 민족통일과 반세계화 등을 주장한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의 이념적 분화와 갈등이 합리적인 보수와 온건한 진보를 표방하는 지식인들에 의해 점차로 수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뉴 라이트를 표방하는 온건한 보수주의자들은 한국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에 성취한 압축적 근대화의 과정에서 누적된 사회적 불평등의 요인이나 기득권층의 도덕적 해이 등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가운데, 세계화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최대한 제고시킬 수 있는 경제, 교육, 복지정책 등을 요구한다. 다른 한편으로 온건한 진보주의자들은 불평등을 보완하는 사회통합적인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부작용을 치유할 수 있는 공정한 국제규범을 가진 세계화 등을 주장한다. 따라서 이제 한국사회의 이념적 지형은 점차로 극단을 벗어나는 가운데, 중도적인 보수와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이념적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07년의 새 해를 맞는 한국 국민들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극복해 나아갈 수 있는 생산적이고 통합적인 정치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경제, 복지, 교육, 주택, 안보, 통일 정책 등을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안정되고 활기에 찬 삶을 영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나라를 이끌어 갈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려대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
- <자유공론> 2007년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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