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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에 대한 평가: 평양의 웃음과 워싱턴의 분열
진덕규   |  2007-02-23 10:27:57  |  조회 2705 인쇄하기
지난 2월8일부터 13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막판까지 극심한 진통을 겪었지만 기적같이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날 합의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1. 북한은 플루토늄 생산과 영변 핵 시설 가동을 동결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의 핵 사찰을 수용하기로 한다.
2. 미국-북한, 북한-일본, 에너지와 경제 원조, 군축과 안보 문제 및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5개 워킹 그룹(working group)의 활동에 합의한다.
3. 앞으로 60일 이내에 북한에 대해 50,000톤의 중유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며, 그 이후에는 상황 진척에 따라 95만 톤으로 증가시키기로 한다.


워싱턴의 대북 전략

그런데 이번 베이징 합의를 보면 워싱턴이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부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지난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했던 대북 협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해 왔다. 사실 그런 면도 없지 않았고, 끝내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부시는 평소에도 평양의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한다면서 공공연하게 북한을 “악의 축, Axis of Evil”이라고 몰아붙이곤 했다.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 의미”를 부인하는 철저한 배제 의도를 담게 된다.

그 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봉쇄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어떤 때는 유엔 결의를 통해서, 심지어는 마카오 BDA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면서 그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평양은 이러한 조치에 굴복하기는 커녕 오히려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까지 강행하면서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취했다. 이른바 “벼랑 끝 전략”으로 미국에 맞섰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번 중간 선거에서 부시의 공화당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자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라크 침공 정책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부시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는데, 이러한 미국내의 상황이 이번 베이징 6자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평양의 미소

앞에서도 밝혔듯이 북한은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는 데 대한 대가로 50,000톤의 중유를 제공받게 되었지만 그것을 불능(disabled) 상태로 이행시킬 경우에는 950,000톤의 중유를 더 제공받게 되었다. 게다가 북한과 미국의 단독회담까지 열릴 판이기 때문에 이번 합의의 손익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보면 “미국의 성급함과 평양의 미소”라는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 네오콘의 반발에서도 읽을 수 있는데, 전 유엔대사 존 볼튼(John Bolton)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 준다. “이번 협상은 대단히 혼란스럽다. 이것은 전 세계에 핵 확산에 대한 나쁜 시그널이 될 것이다.---미 국무성 협상 당국자들은 그들의 성급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 머지 않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우려와는 달리 평양에서는 느긋함이 감돌고 있다. 북한의 기존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을 뿐 아니라 북한이 기대했던 대로 북한과 미국의 양자 회담도 열리게 되었으며, 한국으로부터는 비료와 쌀까지 공급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미국과 대치해 왔지만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는 유리한 협상의 국면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벼랑 끝” 전략이 결국 승리를 안겨준 셈이다. 그러므로 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정일의 65세 생일을 기념하는 그들의 대대적인 환영연도 이번 협상에 대한 승리 행진으로 여겨질 정도가 되고 말았다.
-srips.org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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