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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검증 절차를 제도화하자
서지문   |  2007-02-23 10:41:14  |  조회 2761 인쇄하기
대선주자들끼리 검증 공방이 험악하니까 불안해진다. 과거 대선에 임박해서 폭탄투척식의 폭로작전 때문에 나라의 운명이 뒤바뀐 일도 있었고, 또 당연히 검증되어야 할 사항들이 ‘흑색선전’으로 분류되어 공식적으로 진위(眞僞)가 가려지지 않아 국민들은 제각기 불명확하고 불충분한 소문을 근거로 추측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많았다. 우리의 정치무대에서는 ‘흑색선전’이나 ‘비방’과 ‘고발’, ‘문제제기’가 자주 혼동되고 있다.

대선주자는 물론 지자체의 장(長)이나 국회의원 같이 나라나 지역의 운명을 좌우할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철저할수록 좋다. 그러나 만에 하나 사회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고 나라의 품위를 추락시키는 방식으로 검증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곤란하다. 그럴 경우 당사자는 물론 국가나 국민이 다 피해자가 된다. 이제는 국가가 중요 선거의 입후보자들에 대한 모든 의혹이 제기될 수 있고 그 의혹들이 충분히 해명되거나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도록 공식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영국국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신랑 신부가 결혼을 하려면 ‘결혼예고’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두 사람이 속한 교구의 교회에서 목사가 “아무개와 아무개가 결혼을 하려 하는데, 두 사람이 결혼으로 맺어지지 않아야 할 사유나 장애요인을 아는 사람은 말하고, 지금 말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절대 입을 다물라”라고 그전 3주 동안 예배 때마다 공지를 한다. 그래서 신랑과 신부의 결격사유를 아는 사람은 그 사유를 공표하여 어느 한쪽이 속아서, 또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못할 결혼을 하는 일이 없도록 방지한다. 두 사람이 속한 교구가 다르면 양쪽 교구의 교회에서 다 예고를 해야 한다.

과문한 탓인지 아직 선거에서 후보에 대한 모든 의혹을 접수해서 공식적으로 검증하는 제도를 채택한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필요한 제도이다. 각 정당도 후보를 내기 전에 당 차원의 검증절차를 가져야 하지만 국가는 정당 공천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비리의혹을 공식으로 접수하는 기간(예를 들어 선거일 한 달 전까지)을 갖고 접수된 사항을 공표해서 사생활에 관한 문제는 후보자 본인이 해명하고, 법적인 의혹은 수사기관이 철저한 조사로 밝혀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문제제기는 국가기관에 공식적으로 접수해야 하고, 법정(法定) 기간 전에 ‘터뜨릴 것이 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행위나 기간 이후에 은밀히 의혹을 흘리는 행위는 중벌(重罰)로 다스리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의식도 정당한 의혹제기와 모함을 구별할 수 있도록 향상되어야 하지만, 이런 제도를 통해서 의식 향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후보든 ‘어둠 속에서 날아온 흉탄’에 쓰러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유권자가 후보들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직감’으로 더듬어 도박하듯 투표하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소위 ‘비리(非理)’에 대한 검증, 즉 후보자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확인은, 물론 충분조건이 아니고 필요조건이다. 후보자의 통치철학과 능력이 더욱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두 가지에 대한 검증 내지 확인이 뒤죽박죽 섞여서 후자에 대한 검증이 뒤로 밀리고 망각되는 일이 없도록 정확하고 확실한 ‘비리’ 검증이 선행되도록 해야겠다.
고려대교수·영문학
-2007. 1. 23일자 조선일보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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