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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인 폴 케네디(Paul Kennedy) 미국 예일대학 교수(60)는 "한국은 최근 1~2년 간 경기침체에 시달렸지만 다시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이 라고 진단했다.
케네디 교수는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해 김병주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와 대담을 하고 "이분법적 갈등구조가 고착된 사회는 몰락의 길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역 사의 교훈"이라며 새해 우리 국민들의 최대 과제로 '사회 통합'을 제시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지난해 한국은 보수와 진보, 성장과 분배, 부자와 빈 자 등으로 사회 구조가 양분되며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저서 '강대국의 흥망' 에서 내부적인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 제국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는데 무슨 뜻인가.
폴 케네디 미 예일대 교수=어느 사회든지 다양성이 강조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분법적 대립구도가 정착되면 사회 분열을 피할 수 없다. 진정한 열린사회는 일방의 요구가 강요되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성이 수용되는 사회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남에게 따를 것을 강요하거나 편을 갈라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면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없다.
김 교수=한국인들 사이에는 부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나 반기업 정서, 외국 자본에 대한 기피현상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케네디 교수=부의 재분배에 대한 요구나 외국자본에 대한 기피 현상은 선진국 진입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한국인들은 열린 자세로 내부적인 사회통합과 대외개방, 국제외교에 나서야 한다. 특히 북한이 시장경제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 교수= 한국은 1~2년 전부터 '386 세대'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세대 간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천 년 간 지속돼 왔던 유 교사회의 전통가치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젊은층의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가정이 해체되는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케네디 교수=60년대 말 서독에서 공부할 때 젊은 대학생들이 마오쩌둥 서적을 탐독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친분을 맺었던 서독 젊은이들 이 기성세대가 된 이후에는 균형감각을 되찾고 심지어는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봤다. 세대간 갈등을 너무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한국도 시간이 흐를수록 유교문화가 약해지면서 젊은층의 재정 자립속도가 빨라지고 있을 뿐이다.
김 교수=북핵 6자회담이 작년 하반기 이후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때문에 협상이 지연됐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으로 한반도에서 다시 안보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 북핵을 둘러싼 새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전망해 달라.
케네디 교수=북핵 문제를 국제 이슈로 만든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물론 고립 상태에 직면해 있는 북한은 핵무기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탄두 실험을 강행한다면 미국의 강력한 응징을 받을 것이다. 이는 북한 지도부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국의 지렛대 균형을 잘 활용해야 한다. 북핵 협상은 지금처럼 다자간 협상으로 다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김 교수=9ㆍ11사태가 발생한 지 4년째로 접어들지만 세계 각국은 여전히 테러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반미주의자들은 9ㆍ11사태를 미국에 대한 세계 국가들의 반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국제 안보정세 변화와 미국의 대응전략을 소개해 달라.
케네디 교수=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해 9ㆍ11 테러라는 형태로 반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는 어떤 이유에서 든 정당화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의 집권2기는 대외정책 분야의 보수ㆍ강경노선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다. 선거과정을 통해 드러난 미국민들의 반감 그리고 국제사회의 반미 감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이라크 전쟁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지난해 과도체제가 출범했지만 이라크 정세는 여전히 안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철군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제 2의 베트남 전쟁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없었다는 발표는 국제경찰로서 미국의 신뢰도에 큰 상처를 남겼지 않나.
케네디 교수=이라크 전쟁은 두 가지 과정이 잘못됐다. 첫째는 국제 사회의 동조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발견 하지 못한 점이다.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아직도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를 아는가. 세계 2차대전 때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시인했던 용기 때문이었다. 처칠은 독일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북아프리카에서 전술적인 착오를 인정하며 국민들의 용서와 협조를 구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아쉬운 부분이 바로 그 대목이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를 오판했다고 솔직하게 시인했다면 국내외 반(反) 부시론자들의 저항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교수=우리는 미국의 유니폴라(유일강국)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주의 등 미국이 내세웠던 가치는 현실과 상당히 괴리돼 있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반감도 늘어나고 있다.
제국의 몰락은 힘의 지나친 사용에서 비롯됐다는 게 과거 역사의 교훈인데.
케네디 교수=세계적으로 반미현상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작은 원숭이 우리에 500파운드 고릴라가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나머지 작은 원숭이들은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미국의 경제패권과 군사력 증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중대한 시험무대에 직면했다. 강대국 흥망의 기본이론은 한 국가의 경제적 흥망은 군사적 흥망과 비례한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우 19세기 이전 은행, 무역 투자 활성화로 경제가 급성장하자 해군 전력 등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에 투자하고 나섰다. 이후 영국은 무리한 군비 증강으로 경제력에서 미국과 독일에 추월당했고 슈퍼파워로서 지위가 급속도로 쇄락 했다.
김 교수=새해를 맞아 한국에 신년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
케네디 교수=지난해 10월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제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포럼을 통해 한국인들의 진지한 학습 열기와 인적 자본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 하고 있는 나라다. 98년 아시아 외환위기도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위축되지 말아 야 한다. 최근 1~2년 간 경기침체에 시달렸지만 이는 구조적인 위기가 아니며 다시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이다.
◆ 케네디 교수는 중국 경제의 급부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동아시아 국제정세는 중국 지도 부의 체제 선택 여부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중국의 급부상은 한국에 위기인가, 기회인가.
케네디 교수=10억 인구를 지닌 거대한 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은 경제적으로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중국의 군사ㆍ외교 헤게모니가 너무 커지면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 중 상당수는 중국이 너무 빨리 성장할 경우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교수=중국의 군사 대국화 여부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헤게모니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케네디 교수=그렇다.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성장은 향후 10년 간 동아시아를 포함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례는 경제력 이 성장한 국가는 군사력도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강대국의 흥 망'에서 '제국적 과다투자'라고 표현했다. 다만 중국이 경제성장에 힘입어 민주주의와 개방교류를 확대할지, 아니면 군사대국화의 길로 들어서 역내 안보불안이 높아질지는 전적으로 중국 지도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본다.
김 교수=중국은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했고 2001년 국제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글로벌 경제에도 편입됐다. 과거처럼 동아시아에서 이데올로기나 지역 분쟁 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데.
케네디 교수=중국의 글로벌 경제편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고속 경제성장이 내부적으로 민주주의를 확산시킬 수도 있다.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도 저서 '변화하는 사회의 정치질서'에서 제3세계 국가의 경제성장은 교육열을 높이고 시장개방을 앞당겨 민주주의를 촉진한다고 진단했다.
◆폴케네디는 누구 : 폴 케네디 교수는 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군사전략 전문가다. 지난 87년 발간한 '강대국의 흥망'에서 옛소련을 포함한 슈퍼파워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통찰력있게 진단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관계 석학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1945년 영국 월젠드 온타인에서 태어났고 영국 뉴캐슬대를 졸업한 후 70년 옥스퍼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83년부터 미국 예일대학서 역사학과 국제관계 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강대국의 흥망'에서 미국과 옛소련의 군비 경쟁은 양국의 쇠퇴를 촉진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동서 냉전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예언했다.
지난 93년에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21세기의 준비'를 출간하고 미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선진국들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케네디 교수는 현재 영국 왕립역사학회, 미국 예술과학협회, 미국 철학회, 미국 역사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일대학 국제안보전략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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