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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는 책의 향기
서지문   |  2007-03-06 06:38:04  |  조회 2980 인쇄하기
To: 독자적인 삶을 갈망하는 태영이에게
시대에 저항하며 시대를 이끈 거인들의 자서전을 권한다

첫 번 면담 때 “세속적인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살기는 싫어요”라고 말했었지? 독자적이면서, 그러나 남을 외면하지 않는 삶을 갈망하는 너에게 시대에 저항하면서 시대를 이끈 몇 뛰어난 인물들의 자서전을 권해볼게.
19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인한 극심한 사회 갈등과 혼란의 시기에 민주주의가 영국의 갈 길임을 논리적으로 납득시킨 사상가가 존 스튜어트 밀이란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Autobiography)은 세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희랍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열두 살 때는 희랍과 로마의 모든 고전 문학, 역사, 철학서를 원전으로 읽고 비판적 분석을 해야 했던 피 말리는 교육과정도, 아버지에 의해서 급진주의 개혁파의 차세대 리더로 양육되었지만 정서 함양의 부족으로 인해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자살의 벼랑까지 갔던 4년간의 긴 정신적 위기도 지극히 절제된 문체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애틋하단다.
당대의 모든 그릇된 제도와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서 그 폐단을 해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끝없는 문필활동, 그가 경배했던 해리엣 테일러와의 20여년의 플러토닉 러브 끝에 결혼하게 된 과정, “나는 지역구를 위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걸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던 신기한 이야기, 영국의회에서 처음으로 여성 참정권을 발의해서 충격과 분노를 야기했던 일, 식민지 저메이카에서 원주민 반란을 과잉 진압한 영국총독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벌였던 2년간의 투쟁, 이 모든 것이 자기찬미나 과장 없이 담백하게 기록된 참으로 독특한 이 자서전은 밀을 일생 너의 마음의 사표로 간직할 수 있게 하고 모든 일을 합리적이고 불편부당한 잣대로 분별할 판단력을 길러 줄거야.
과학의 발견이 전통 기독교신앙의 토대를 잠식해가던 19세기 중엽에 “진화론”을 발표해서 기독교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찰스 다윈의 자서전(Autobiography;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 왔다』)은, 모든 서구인을 하나님의 귀한 자녀가 아닌 진화의 우연한 산물로 만들어 버린 ‘악마’로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었던 과학자가 아주 겸허하고 선량한 ‘보통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단다. 유년, 소년시절에는 장난만 좋아하고 학과공부를 싫어해서 인자한 부친에게 꾸중도 들었고, 가업을 잇기 위해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나 수술실의 참혹함을 견딜 수 없어 포기하고 목사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에서 신학을 전공하면서 과학 연구모임에 더 열심히 참석했던 다윈은 영국 해군군함 「비글」호에 자연과학자로 승선할 기회를 얻어서 5년간 탐사로 “진화론”을 확립하게 되지. 그러나 지극히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아내 엠마에 대한 배려와 기독교사회에 미칠 충격파를 우려해서 발표를 미루면서 마음과 몸이 많이 아팠던 고뇌하는 과학자였어.
그 외에도 민주주의를 강력히 반대하면서 어리석은 민중을 보살피고 인도할 지도자의 무한책임을 강조했던 골수 보수주의자 토머스 칼라일, 당대 최고의 미(美)의 사제였으나 예술보다 배고픈 노동자 구호가 급선무라고 외쳤던 존 러스킨, 노동자 복지에 투자하면 그보다 큰 이윤이 남는다는 것을 자신이 실험으로 증명한 다음 전 세계로 파급시키려 했던 기독교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원, 부잣집 영양으로서 고품격 삶을 보장받았지만 무의미한 안락과 품위를 증오하며 당시에는 허드렛일이었던 간호사의 직업을 선택했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처녀시절부터 진보적인 젊은이들과 함께 새로운 영국을 설계했고 후에 남편 시드니 웹과 함께 체계적인 사회조사로 영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국가가 되는데 1등 공신이 된 베아트리스 웹의 자서전, 등등 뛰어난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자서전들이 태영이가 삶의 목표와 자세를 수립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고려대교수, 영문학
- <<동아일보>>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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