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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법안 다시 만들어야
유재천   |  2007-03-19 00:07:10  |  조회 3050 인쇄하기
방송과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할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는 오는 2월에 열릴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6월에 시행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입안단계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위원회의상임위원 5명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5명 중 2명은 관련 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임명하는 것으로 수정했지만 이 또한 ‘눈감고 아웅’하는 식과다르지 않다.

물론 상임위원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있는 방안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방식을 선택하는 데는 반드시충족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대통령이 오로지 방송통신의 온전한 운용과 발전을 위해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투철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조건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정치문화 현실은 그같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방송을 정권의 도구로 오용하고 남용해 왔다. 방송위원회 위원의 선임, KBS 이사회 구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EBS 사장 임명 등에서 보인 정파성은물론 정치방송, 편파방송의 장본인인 정연주씨를 다시 KBS 사장으로 연임시킨 횡포로 미루어 볼 때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정부의 법안은 정권이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송·통신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비판여론을 의식해 2명의 상임위원을 관련 단체의 추천을 받아대통령이 임명토록 수정한 조항도 진정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게돼 있다. 정권의 호위대 역할에 충실한 단체를 포함시켜 관련단체의 추천을 받았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워본들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춰 역시 정파성을 띤 임명을 하게 될 게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법안을 의결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위원 구성은 법이통과된다 하더라도 이번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에서 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 법안을 서둘러 입법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래서 대통령의 그같은 배려마저도 공허하게 들릴뿐이다. 이러한 불신은 언론의 ‘딴지걸기’에 책임을 돌릴 일이아니라 이 정권이 자초한 업보라고 자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앙행정기관으로 하되, 방송사업자 인허가, 방송 프로그램 및 방송광고의 편성과 운용, KBS 등 방송사의 이사 및 임원 추천 임명등 방송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한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의 행정감독을 받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의관료제 아래서 과연 이같은 조항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누가 믿을 것인가.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위원회를 그나마 협의제 기관으로 만들려고 피나는 투쟁을 해 왔던 노력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현실이 허탈하기만 하다.

방송과 통신이 빠르게 융합되는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할 기구의 설립이 조속히 이뤄져야만 한다는요청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산업논리에 쫓겨 통괄기구를 졸속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더구나 정략적 이해로 방송통신위원회법안을 다룰 일은 아니다. 한국의 정치문화 수준을 감안할때 대통령이 상임위원 모두를 임명하는 법안은 특정 정권의 이해관계에만 국한될 사안이 아니다. 야당도 이 법안을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를 무산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할 일이 못된다. 여야가 그야말로 나라를 위해 허심탄회한 자세로 법안을 새로 만들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2007. 1. 5일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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