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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과거사 진상 규명 관련 예산이 1800억원 늘었다. 2006년에 비해 81% 높아진 것이다. 총 예산 규모는 40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급조된 과거사 진상 관련 위원회는 10개.
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진상 규명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좌경화한 인사를 주축으로 위원회가 구성되다 보니 생산된 내용도 황당해 이 위원회들이 무엇 때문에 필요한지 의문을 품게 된다.
위원회 활동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더 투입해야 한다고 하니 가뜩이나 ‘세금폭탄’ 노이로제에 주눅들어 있는 국민의 심사는 얼마나 뒤틀어지겠는가? 어찌 이들 위원회뿐인가? 이 밖에 허다한 위원회가 이 정부 들어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많은 아마추어 인사가 높은 벼슬에 앉아 국록을 먹으며 온갖 해괴한 일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위원회뿐만 아니라 이 정부가 실속없이 벌여놓은 이른바 국책사업 계획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은 어쩔 것이며 낭비되는 예산은 또 얼마나 많은가? 구두선처럼 외우는 ‘크지만 효율적인’ 정부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끌어나가려고 하는지 필자와 같이 우둔한 머리를 가진 사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아무리 국민의 세(稅)부담률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선으로 여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낮다고 주장하지만 지방세와 국고채무까지 감안하면 이미 30%선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30%라면 선진국에서조차 조세저항이 일어나고 지하 경제, 세금 포탈 등 부조리 현상이 급격히 나타나는 수준이라고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아직 GDP 규모로 보아 세부담액에 대한 국민의 상대적 체감도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고, 그 부작용도 월등히 크다. 이와 같은 세 부담과 예상되는 누증적 세부담은 내수를 얼어붙게 하고 경제성장을 저해하여 왔으며, 앞으로 더욱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
공공사업 확대 등 정책은 케인스의 유수정책, 즉 소비함수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실행된 정부 지출 확대에 의한 성장이론은 더 이상 경기회복 대책으로서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 또 공공사업과 관련한 각종 불투명한 부정 행위의 발생 개연성 때문에 선진제국도 방기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더구나 글로벌화되어 가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서 정부의 공공지출은 과감하게 줄이고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론이 절대적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늘의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높은 실업률과 내수 부진, 투자 부진으로 요약되는데 정부가 덩치를 키우면서 이러한 부진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세금 올리면 기업 빠져 나가
선진국에서는 근래에 한결같이 작은 정부, 공공지출 축소로 방향타를 잡았고 그 대신 소위 구조개혁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는 국민의 조세 부담 완화는 물론 법인세 개혁도 포함되어 있는데 세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경제의 활성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 법인 실효세율은 2002년 초 지방세 포함 약 30%였지만 그 후 각종 부담금 등이 점차 증대해 현재는 35% 정도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미국의 40%, 독일 38%보다는 낮지만 프랑스와 같은 수준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국내투자보다는 기업의 해외 이전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법인세가 낮은 다른 나라에 대한 설비투자는 실물시장·노동시장·금융시장의 거래를 위축시켜 결국 가계 소비를 부진의 늪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은 여러 장점이 있다. 국내 기업의 국내설비 투자가 촉진되고 설비 투자 증대에 의한 생산 규모 확대가 기업 수익을 증대시킴으로써 가계 부문에 점차적으로 환원돼 내수가 살아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온갖 구실로 세 부담을 증대시키고 큰 정부 지향정책의 필연적 부산물인 각종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또 과잉 노동쟁의를 묵인하고 심지어 조장한 측면까지 있으니 기업 활동이 제대로 되겠는가? 이러한 환경 속에서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분배 우선 정책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미 성장을 희생으로 하는 분배정책은 물론이려니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한계를 오늘의 경제학자들은 통감하고 있다.
지식이 세계를 지배하는 글로벌 경제시대의 당위적 의미를 곱씹어 성장 위주로 정책의 큰 틀을 바꾸고 분배도 퍼주기식 증여가 아닌 교육을 통한 자립의지 고취식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 개혁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 대한 각종 세 부담 압력도 경감해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국내 총지출은 소비·투자·정부지출과 경상수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소비가 점하는 비율은 대체로 60% 정도이고 이 정도가 적정 수준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그만큼 소비, 즉 내수가 점하는 비중이 큰 것이다.
소비함수 이론을 보면 프리드먼의 장기적 소비구조를 분석한 가설이 눈에 띈다. 소비는 돌발적이고 우발적인 소득보다는 급여 등 정기소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이른바 ‘항상소득 가설’이다. 이는 소비가 생애소득에 기초해 이루어진다는 ‘라이프사이클 가설’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래 불안이 소비 감소의 원인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합리적 기대’라고 불리는 이론이 등장했다. 이는 일정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에 기초한 장래 소득 예측까지 소비를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현재의 소득과 장차 예상되는 소득의 합계인 인적자산에다 금융자산을 포함한 총자산을 바탕으로 소비 행위가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현재 소득이 비록 낮더라도 금융자산 등 기타 자산이 있거나 앞으로의 전망을 함에 있어 낙관적 기대를 걸 수 있을 경우 소비를 진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소득의 차이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 정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소득 규모에 상관없이 소득의 일정량은 소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소득 규모가 아닌 장래에 대한 전망이었던 것이다.
장래의 전망이 비관적일 경우, 소비 지출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우리 소비, 즉 내수 부진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장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한국인의 소비 심리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북한의 핵 개발 등 외생적 요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장차 증가일로로 치달을 세금폭탄의 위협이 내수를 얼어붙게 한 측면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 바라는 것은 거창한 구호로 도배질 된 큰 정부 지향 정책이나 검증받지 못한 각종 정책 남용에 의한 공공투자 증대 등 국가 주도 사업을 중단 내지 보류해 민간 부문이 활성화 되도록 정책의 전환을 단행하는 것이다. 민간법인에 대한 법인 실효세율을 낮추어 투자 증가가 실현되도록 함은 물론 국민을 과중한 세금 부담 불안의 위협에서 해방시켜 원활한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리라 본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며 국민의 편가르기식 행위에 골몰하고 있는 듯한 각종 위원회 설립 등 시대착오적 정부기구 확장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이를 바르게 인식하고 어려운 오늘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이를 타개해 나갈 균형감 있고 결연한 의지를 보유한 정부로의 변신을 간절히 갈망해 본다. <혜원학원 이사장>
-이코노미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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