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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청년’ 그리고 ‘검찰 30년’ (문화일보 '문화초대석' 기사)
김경한   |  2007-05-09 06:44:03  |  조회 3434 인쇄하기
법무법인 세종의 김경한 대표변호사는 검찰에 30여년간 재직하면서 인사와 관련, 신화적인 기록을 남겼다. 검사는 통상 재임중 절반 정도를 지방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대구지검에서 초임검사로 2년, 거창지청장으로 1년, 춘천지검장으로 7개월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지역에서 근무했다. 더구나 그는 검찰내 핵심보직으로 꼽히는 검찰1과장과 기획관리실장, 법무차관 등을 역임하며 법무부에서만 14년 이상을 근무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제가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말을 잘들으니까 그리된 게 아니겠느냐”며 멋쩍게 웃었지만 현재까지 깨지지 않은 이 기록은 그가 얼마나 ‘잘나가는 검사’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화려한 이력은 검사 퇴임 후에도 이어져 검찰 출신 인사로는 처음으로 당시 국내 3대 로펌인 세종의 대표변호사를 맡게 된다.

이런 성공을 거듭했지만 그는 취임사나 퇴임사, 후배들에게 남기는 글에서 늘 미국시인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란 시를 인용한다. 그는 특히 이 시에서 ‘내가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행복해 지는 것/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는 대목을 좋아한다. 평검사 시절 우연히 접했다는 이 시가 그의 성공적 이력을 뒷받침했는지 모른다.

그는 청소년기에는 문학소년이었다. 그는 2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났으나 어린시절 둘째 숙부가 동경유학 중 요절하는 바람에 후사를 잇기 위해 초등학교 3학년때 둘째 숙모댁에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양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자연히 독서와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고 이는 중고등학교시절 문학서클 활동으로 이어졌다. 결혼 역시 고등학교 문학서클 활동을 함께 하다 대학시절 고향행 열차를 함께 타고 다니던 문학소녀와 했다.

그는 서울법대에 진학한 뒤 낭만과 문학에 빠져 사법시험을 3차례나 낙방했고 경북고등학교 1년 선배인 이명재 전 검찰총장과 함께 외환은행에 들어갔다가 사시 11회에 나란히 합격했다. 이후 검찰 내에서 대표적 지장과 덕장으로 꼽히던 이 전 총장과 김 변호사는 신승남 전 총장 사퇴 후 유력한 후임총장 후보로 거론되자 서로 상대방이 적임자라고 우겨대는 모습을 보여 후배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다.

24년 전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10여년 전부터 ‘성라자로 마을’이라는 나환자돕기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검찰 퇴임 후에는 영등포교도소 교화위원에 자원해 한달에 한번씩 영등포 교도소에 가서 젊은 재소자들을 만난다. 법무부 교정국장시절 은퇴 후 재소자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고검장급 재조 출신 변호사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김 변호사의 사무실엔 서예가 평보 서희환 선생이 쓴 ‘높이 올라 멀리 보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 벌써 20년 가까이 어디를 가든 김 변호사의 사무실을 지킨 글귀다. 그는 “이제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글”이라고 말하지만 후배들은 그가 영원한 법조인으로서 법과 인생을 거시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한국 휴머니스트회 회장
- <<문화일보>> 문화초대석 200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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