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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역사 속에 묻자던 鄧小平
김경한   |  2007-06-20 06:29:02  |  조회 3230 인쇄하기
며칠 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국가 헌납이 공권력에 의해 강요된 일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부일장학회의 헌납 경위에 관해 수많은 이해관계자 사이에 첨예한 다툼이 있어왔고 그 귀추에 따라 권리관계가 달라지는 복잡한 법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법률적 분쟁의 사실인정 및 법률판단은 마땅히 사법부에 맡겨져야 한다.
둘째, 이 사건은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경선주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 대통령 선거는 반년 앞으로 다가와 있고 이 사건 결정을 하던 날 마침 경선주자들 간에 첫 번째 토론회가 열렸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이런 결정을 발표하는지 많은 사람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 좌파정권이 들어선 이래 과거의 일들을 캐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가 10개가 넘는다.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만도 연간 약 2000억원. 그토록 많은 혈세를 축내면서 그들이 지금 모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에서 언급한 과거사위원회는 장ㆍ차관급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해 192명의 인원에 119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 방대한 기구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4월 다시 인원과 예산을 대폭 늘렸다. 법에 정해진 활동기간은 4년, 이미 1년 반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위원회가 조사키로 한 총 9154건 중 결정을 내린 사건은 10여 건에 불과하다. 앞으로 몇 건이나 더 처리할 수 있을까.

이 위원회는 과거사의 진실규명을 표방한다. 그러나 대상사건 중 절대 다수인 7500여 건은 6ㆍ25 전후의 민간인 사망사건이다. 이미 반세기가 지나 당시 상황을 알 만한 사람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떠났고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 더구나 전쟁이라는 상황은 일종의 광기(狂氣)를 동반한다.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고, 밤낮에 따라 적과 동지가 서로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광기와 부조리를 평화시의 살인사건 다루듯 규명하려 든다면 결코 진실에 접근할 수가 없다.

위원회는 또 화해를 말한다. 그러나 편가르기라면 몰라도 화해나 통합에 관한 한 현 정권은 할 말이 없다. 반세기 전, 한 세기 전의 암울했던 일들을 다시 들추어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이 화해의 길인가? 살해된 사람만도 2000만 명이 넘는다는 중국의 문화혁명. 그 와중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후일 다시 권좌에 올랐을 때 그는 격렬히 과거사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문혁은 하나의 국가적 재앙일 뿐이니 모두 역사 속에 묻어버리고 앞으로 나가자고 호소했고 국민들은 승복했다. 오늘날의 중국은 바로 덩샤오핑의 그러한 결단에 힘입어 이룩된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화해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제의하고자 한다. 아무런 생산성도 없이 갈등만 조장하는 여러 과거사 기구의 역량을 이른 시간 안에 과거사 규명이 아닌 미래사 창조에 돌려쓰자. 그것이 영 섭섭하다면 수많은 과거사 기구를 한 개로 통합하되, 그 규모와 대상 사건을 극소화하고 시한 없이 여유있게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하자. 한시적 기구의 강박감과 편향적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체로 좌파정권은 역사에 맡겨야 할 사항, 시장(市場)에 맡겨야 할 사항, 사법부에 맡겨야 할 사항까지 모두 권력으로 통제하려 들고 또 끝없이 시빗거리를 만들어낸다. 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글이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모두가 꿈속의 일인 것을/저 강 건너가면/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누구나 한 번은 이 강을 건너야 한다/나 또한 다를 바 없어/곧 바람 불고 불 꺼지리라/꿈속의 한평생을/탐하고 성내면서/너다 나다 시비만을 일삼는가.” 구한말 경허(鏡虛) 스님의 말씀이다.

-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한국 휴머니스트회 회장
- <<중앙 SUNDAY>> 2007/06/03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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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김경한 회원님. 감사합니다. 옳고 그름이 명쾌하게 밝혀지면서도 경허스님의 말씀으로 끝을 마무리해주셔서 여운이 깁니다. 과문한 탓으로 등소평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0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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