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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는 올드 라이트 -정길홍
관리자   |  2007-06-22 04:00:20  |  조회 2897 인쇄하기
내 아버지는 일제시대인 1934년에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태어난 시골 큰댁은 넓은 마당에 잘 지어진 기와집이다. 내 아버지의 유년 시절은 나의 예상과 달리 매우 힘든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만주로 장사하러 가셨다가 아버지가 어린 나이에 객지에서 돌아가셨고 집은 번듯하나 살림은 먹거리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졌다. 아버지는 당시 소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하고 가까운 친적과 이웃의 머슴살이를 하셨다 한다.

서른이 다된 늦은 나이에 어머니와 혼인하셨고 맨몸으로 신혼을 시작하셨다. 나는 결혼후 몇년만에 본 늦동이였다. 나의 희미해진 기억도 초등학교를 다니던 70년대에는 닿을 수 있다. 아버지는 낮에는 들일을 하고 밤에는 짚으로 새끼를 꾸고 가마니를 짜셨다. 나는 멍석이 깔린 그 방에서 어머니를 귀잖게 하다 잠들곤 했다. 부지런하고 알뜰한 부모의 자식사랑에 나는 가난을 모르고 산 것 같다. 남들이 보리밥이 맛없다 하던 시절에 나는 보리밥이 별미였고 동네 부잣집 애들이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보자기를 가방으로,검정고무신을 운동화로 바꾸어 주셨다.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당신은 늘 헤진 옷을 깁고 또 기워 입어셨다.

내가 우리집이 부유하지 않다는 자각을 한 것이 고교 진학을 앞두고서다. 당시 시골에서 성적이 좋은 부잣집 아이들은 대도시로 유학을 떠났다.나는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대도시로 진학하라고 하셨다. 대학까지 내내 객지에서 유학하게 되었고 내 부모는 매년 소득보다 많은 돈으로 뒷바라지 하시느라 큰 고생을 하셨다.

나도 그분들의 사랑과 고마움을 알지만 그분들을 크게 실망시킨 일이 드러났다. '점거투쟁사건'에 가담했고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 자식앞에 늘 힘있던 어버지는 낙담이 커셨던지 수십년은 더 늙어 보이셨다. 혼잣말로 탄식하셨다."빨갱이들이 내 아들을 망쳤구나!" 조직내의 수십명만이 알 나의 본질을 아버지는 단박에 알아 차리신 것이다. 나는 얼마있지 않아 운동권을 탈퇴했다. 내가 이미 흔들리면서 후배들을 빨깽이로 복제할 용기는 없었다.

얼마전에 나의 아들이 갑작스레 질문을 던졌다."아빠는 누구를 존경해" 나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아빠는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지. 시골의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존경해." 세종대왕, 이순신, 김구 등을 위인으로 듣던 아들이 "왜"하며 궁굼해했다. " 할아버지는 맨몸으로 우리 집안를 일으키셨고, 박정희 대통령은 아주 못살던 우리나라를 잘살게 이끈 분이란다." "아빠는 잘살게 해줘 존경한다는 거야?" " 그래 맞아, 아빠,엄마가 직장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너희들을 부족함 없이 잘 키우고 싶어서란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뿐만 아니라 아버지 세대 전체를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누가 아버지 세대를 폄하하면 마치 내 아버지를 욕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과거사를 파헤치다 보면, 우리 어른 세대의 위대한 성취에 절로 존경심이 생기는 것이 마땅하다.그러나,현정부 사람들은 어찌 그리 삐뚤인지 나쁜 것만 찾아낸다.안타깝다. 나는 이들의 닫힌 민족주의,민중주의를 비판하는 짤막한 글을 몇번 올렸다. '박정희는 우리 국민을 누천년 가난에서 해방시킨 전세계가 존경하는 위대한 지도자다.' 나는 그런 글을 올렸고 아버지께 이런 생각을 말씀드렸다. " 니는 배웠다는 게 인자 그걸 알았나 ? " 한심해 하신다.

그래도, 나는 가끔 내 허접한 글을 실명으로 올린다. 나보다 더 왼쪽으로 갔다 이제야 허겁지겁 대한민국으로 귀순해오거나 해올 과거의 벗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것이다.

요즘,뉴라이트 운동이 주목을 받는다. 올드에 대한 반성도 언급된다. 역사는 그런 것이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같은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허접한 지 먼저 돌아보게 된다.주제 파악 못하고 누구를 가르치려 들다 보면 내 어버지 같은 사람들이 말할 것이다.

" 니는 그걸 인자 알았나 ? "

-프리존 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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