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의 미주 원정을 보면서 온 국민은 한동안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축구의 묘미는 골인데 결정력 부족으로 도무지 골이 터지지 않으니 갑갑함이 오죽했겠는가. ‘문전 처리 미숙’이라는 말은 어지간한 축구팬은 오래 전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었을 것이다. 역대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는 골 결정력 부족으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2000년 말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면서 몹시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이나 프로팀에서 별 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해온 상황에서 아무리 명장이라지만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는 것은 축구협회장으로서 어지간히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사생활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필자는 그가 우리 국민의 해묵은 염원을 풀어줄 것으로 확신한다. 근거는 그가 보여준 몇 가지 행동 때문이다. 선수들과 식사 중에는 고국 네덜란드에서 온 국제전화도 받지 않는다. 선수들의 통화도 금지했다. 식사 때는 식사만, 운동할 때는 운동만, 쉴 때는 쉬는 데에만 열중해야 한다는 것은 종목은 다르지만 운동을 한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또 뛰는 선수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지도하는 모습도 그의 지도철학에 믿음을 갖게 한다. 뛰는 선수들은 모르지만 그냥 서 있는 사람은 상당한 추위를 느낀다. 발그레하게 얼어붙은 볼과 귀에서 필자는 선수들의 훈련 환경을 피부로 느끼려는 그의 의지를 감지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 가장 중요한 것은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즉흥적인 지도를 하지 않는 점이다. 코치의 의견과 자료, 그리고 충분한 사전검토를 한 다음 말문을 연다는 것이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눈빛만으로 선수들을 휘어잡는 강한 카리스마의 바탕이 된다.
아직 월드컵까지 100일이나 남았다. 우리가 그를 믿고 따라준다면 그동안의 실망을 뒤로 하고 반드시 16강의 염원을 이뤄줄 것으로 확신한다.
<<스포츠서울>> 200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