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적 경향이 있다고 탐문되는 「코르나이ㆍ야-노슈」는 「헝가리」의 걸출한 경제학자이다. 「유태」계 「헝가리」인인 그는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무렵인 1980년대 중반에 미국「하-바드」대학에 초빙되어 약 18년 동안 강의를 했다.
이 책은 「헝가리」어로 출판되어 일본어 번역판을 구입해서 읽었는데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많고 내용도 흥미진진하였다.
저자는 시종 사회과학적 진리를 전제(專制)와 위선, 허위가 지배하는 정치세계로 부터 어떻게 보호하느냐 하는 명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계획 관리가 사기업에 필요한 적절한 자극 요인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고 수요와 공급에 의한 상대적 가격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시장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80년대의 그의 논문도 이 책에 담고 있다.
저자는 56년 10월, 「헝가리」동난 직전에 그가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경제관리의 과도집권화(過度集權化)」에서 본격적으로 쏘련형 체제를 비판하였는데 당시로서는 정치적으로 위험천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반혁명분자로 몰려 그가 근무하던 경제연구소에서 추방당한 일이 있다.
그의 자전적 노트는 연대(年代)별로 기술되고 있는 바 60년대에 들어서서 경제개혁의 기운은 높아가고 있었지만 개혁의 본격적 제1보는 1968년의 지령 전달 방식 정책(즉 쏘련형 계획 체제에 의한 정책)이 폐지됨으로써 겨우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 마련된 「헝가리」형 「신경제체제」도 이론대로 작동되지 않다가 1989년의 그 나라 의회에서 「결사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률이 통과되고 사실상의 복수정당제가 도입됨으로써 비로소 실질적 경제발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는 경제적 자유(시장경제)와 정치적 자유(민주주의)가 밀접하게 관련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정치체제가 경제발전만이 아니라 문화의 창조, 또는 문화의 발전 단계와도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20세기 전반의 「헝가리」문화가 그후의 반세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했기 때문에 정치체제와 문화와의 관련성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고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교훈이 있다고 느껴진다. 즉 정치체제만 이상적으로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뒷받침이 없으면 정치는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메모알(Memoir, 즉 회고록)과 엣세이를 짜집기해서 편집된 이 책은 유럽 지식인의 강인한 정신에 기초한 학문적 솔직성,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지적 감각의 차이가 느껴져 재미있다. 또한 전후 동유럽의 사화과학자가 경험한 고뇌의 깊이를 통감할 수 있다.
권력이나 부(富)와 전혀 관련이 없고 세상 눈치 보지 않은 이 학자의 지적 편력기록으로써 이 저서의 역사적 가치는 높다고 믿는다.
또한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온갖 갈등의 양상이 이미「헝가리」에서 벌어져 왔고 이를 여하히 대처해나가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커서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문화를 민주주의 발전의 요체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일국의 정치, 경제 발전에 문화가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균형이 깨져가고 있고 현대자동차의 파업 사태같은 과격한 노동분쟁이 기업 존망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오늘의 세태는 우리 문화의 후진성을 각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름지기 우리 통치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세계나 후세에 내세울만한 문화 창달에 노력해야 하리라 본다. 기업도 기업 나름의 훌륭한 문화를 이룩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기업도 깊이 인식해야 하리라 본다.
특히 가장 강성 사회주의국가로 지칭되는 북한과 대처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리고 사회주의 옹호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는 남한의 좌파세력에게, 꼭 읽도록 권고하고 싶은 저서이다.
- 혜원학원 이사장
- <<현대경영>> 20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