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텔레비전에서 “쩐의 전쟁”이라는 화제의 드라마의 방영이 끝났다. 요사이 TV 드라마의 시청률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드라마는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했는지는 그 숫자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름대로 좋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쩐’이란 한자의 돈 전(錢)자를 강하게 발음한 것으로 인간의 삶에서 돈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돈 때문에 황폐해 지는 인간성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비극적인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는 황금만능주의가 그대로 나타나 인간이 돈을 향해 얼마나 집착하고 돈을 얻기 위해 얼마나 욕심과 탐심을 부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돈을 추구 한다면 일단은 경박한 가치관을 추구한다는 개념을 내포하는 듯한 의미를 풍긴다. 하지만 돈의 위력을 아는 사람에게는 돈이 인생의 시작이고 마지막인 것과 같이 모든 인생의 의미를 돈에 올인 하는 사람도 흔치 않게 우리는 보고 있다. 재벌 치고 가족간의 우애가 돈독한 경우가 드물고 돈 때문에 존속 살인 의 경우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Money Talks"라는 말을 한다. 돈이 말을 하고 돈이 힘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도 돈이라면 배속의 태아도 손을 내민다는 말이 있다. 또한 유전(有錢) 무죄(無罪) 무전(無錢) 유죄(有罪)라는 말도 있다. 법 앞에서도 돈이 있으면 무죄로 판결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미국에서 어느 유명한 경제학자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학자가 왜 사람들이 그토록 돈의 노예가 되어 사는지를 모르겠다는 말을 하였더니 청중의 한 사람이 당신이 경제적으로 정말 밑바닥까지 간 경험을 해 보았느냐면서 돈이 없는 인생은 얼마나 불편한지를 알고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을 보았다.
사실상 눈을 뜨면 필요한 것이 돈이다. 소득이 전혀 없는 어느 아주머니가 눈을 뜨면 모든 것에 돈이 필요한데 맨 주먹으로 사는 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타계해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하루 종일 외출하고 들어오면서 핸드백 속에 신용 카드의 전표가 몇 장씩 들어있는 것을 보며 그 아주머니의 넋두리가 갑자기 실감되었다. 앞에서의 한 청중의 말과 같이 돈이 없다는 것은 인생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요사이 우리사회에서 빈부의 갈등에 대한 문제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개인주의가 결혼해서 만든 아이가 자본주이라고 한다. 빈부의 격차가 큰 것을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극치를 내 닿는 미국사회를 들 수 있다. 그들의 부자는 우리가 가히 상상을 할 수도 없는 부를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보통 중산층의 사람들은 이들의 부에 대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능력의 대가로 받아들이며 이들의 부에 대하여 시기하며 자신과 비교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도 남의 가진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추어 보며 능력의 대가이기 보다는 잘못된 투기의 대가로 간주하려 한다.
하기는 우리나라만큼 평등한 사회도 드물다. 일류대학의 간판과 부의 축적이 신분상승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 열려있는 신분상승의 기회였고, 급속도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어떤 수단으로나 부의 축적이 가능했던 사람들이 지식과 문화와는 별개로 졸부로써의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이에 어쩌면 부자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는지 모른다.
미국과 유럽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인 것 같으나 그들에게는 돈으로서만 해결되지 않는 상류사회의 문화가 존재한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케네디의 가문도 상류사회의 문턱에 들어가지 못하고 항상 좌절당하다가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당선 된 이후에 겨우 상류사회에의 진입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부자들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물론 예외의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신중하다. 요사이에 유행하며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들은 욘족 (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여피족(젊고 돈을 잘 벌고 호화롭게 사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들은 보통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어려운 곳에 기부하는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칭한다. 근검절약과 겸손이 그들의 몸에 배어있다. 세계에서 제일 부자라는 빌 게이츠가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일반석으로 예약을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빌 게에츠를 알아 본 승무원이 그를 일등석으로 특별하게 안내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요사이 언론에서 언급되는 빌 게이츠의 재단에 워렌 버핏이 그의 재산의 상당부분을 희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의 부자들은 세금을 더 내지 못해서 안달이라는 소식도 있다. 그들은 noblesse o'blige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열심히 번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버는 것 못지않게 이를 멋지게 쓴다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하다. 개 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사회에서 김밥 할머니 또는 젓갈 할머니들이 참으로 먹을 것을 못 먹고 추위에 언 손으로 번 돈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희사 했다는 소식은 정말 마음속 깊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소식이다. 하지만 더욱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멋진 희사가, 그리고 가진 사람들의 근검절약과 겸손이 우리사회에도 만연해 지기를 바라고 싶다.
- 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