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의 삶의 현실입니다. 단순 하고 반복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삶을 ‘소외된 삶’이라 일컫던 것을 우리 모두 잘 압니다. 아주 비참한 삶의 전형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래서 모두 그런 일을 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는, 누구에게나 내 지식이나 역할이 아쉬운, 그런 사람이 되어야 대접도 받고 벌이도 괜찮고 존경도 받는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전문가가 되려는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어쩌면 대학 교육이란 것이 그래서 자리 잡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사(士)’자 직종에 대한 선망은 그런 것을 보여줍니다.
사실 그러합니다. 그러한 추세가 점점 더 심해져서 이제는 ‘자격증’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격증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독특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전에 그렇게 생각했던 이른바 ‘단순반복 노동’조차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러한 노동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하곤 합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잘 하면’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전문가란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남들 보다 더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라고 해야 옳을 듯합니다. 결국 전문가란 일을 잘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남들이 우러러보는 명성을 지니게 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논어의 제 12편 안연(顔淵)의 20절에 보면 자장(子張)이 공자님께 달(達)에 대하여 묻습니다. 士 何如斯可謂之達矣(선비는 어떠해야 달했다 할 수 있습니까?). 이에 대해 공자님께서는 직접 답변하시지 않고 자장의 물음을 되물으십니다. 何哉 爾所謂達者(네가 말한 달이란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 자장은 집안에서나 밖에서나 두루 ‘명성(名聲)’이 들리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이에 대해 공자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是聞也 非達也(그것은 명성이지 달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夫達也者 質直而好義 察言而觀色 慮以下人(무릇 달이란 질박하고 정직하여 의를 좋아하며 남의 말을 잘 살피고 기색을 잘 관찰하여 신중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더 많이 알고, 더 잘 할 수 있고, 남이 못하는 것을 한다하여 그것이 전문가인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전문가란 그것에 더해 갖추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름지기 ‘사람 됨’이 그것입니다. 그러니 잘 한다고 전문가도 아니고 명성을 얻었다고 하여 전문가일 수도 없습니다. 정직하고 의롭고 말을 삼가고 사람들을 대할 줄 알아야 그것이 마침내 전문가의 모습입니다.
오늘 우리는 ‘전문가의 파멸’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다 뛰어난 인재들이라던데, 다 재주가 비상하고 남들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귀한 ‘훌륭한’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라던데, 스스로 자기에 치어 자기를 파멸에 스스로 넣는 모습을 봅니다.
명성은 드높아도 달인이지 못한 그런 전문가들이 오늘의 모습이라면, 그리고 그 중의 하나로 내가 살고 있다면, 잠시라도 좋으니 공자님 말씀 앞에서 옷깃을 여몄으면 좋겠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요.
-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종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