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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계절
김경한   |  2007-11-12 02:04:27  |  조회 3828 인쇄하기
가을이 깊었다. 시인 김현승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간구했다. 그렇다. 가을은 차분히 사색하고 기도하고 또 거두는 계절이다. 하지만 올 가을은 영 그렇지 못하다. 상식과 이치에 반하는 해괴한 일들이 연발하면서 왠지 세상이 공중에 뜬 듯 불안하다. 1980년대 초 프랑크 페리 감독이 만든 명화 ‘배반의 계절’, 그 영화 제목처럼 혹시 지금 우리가 배반의 계절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첫 번째는 단연 이회창씨의 대선 출마 선언이다. 그는 한나라당을 창당한 장본인으로 대선에 나가 두 번이나 낙선했다. 그 책임을 지고 눈물을 흘리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동안 우리는 좌파정권 아래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다. 낙선 뒤 그는 외곽을 맴돌았다. 길고도 험난했던 한나라당의 경선과정에 불참했음은 물론 한 방울의 땀도 보태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선거일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느닷없이 탈당,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경선에서 뽑힌 이명박 후보가 5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선전하고 있는 마당이다. 당초의 명분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감소나 유고에 대비한 이른바 ‘대타용 출마’라는 것이었다. 동서고금에 들어보지 못한 희한한 명분이다. 그러다 최근에는 ‘좌파정권 교체’를 표방하고 나왔다. 그러나 좌파정권을 교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파의 분열을 가져오는 그의 출마가 아니라 반대로 그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과거 그는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대쪽 같은 사람으로 불리어왔다. 그러나 무쪽 같은 사람도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후보 측은 경선에 패배한 박근혜 전 대표 측을 껴안지 못했다. 원래 패자에게는 상당 기간 승자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남기 마련이다. 이런 앙금을 풀어주고 패자를 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승자의 몫이다. 또 그것은 지도자의 필수 자질이기도 하다. 방방곡곡의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한 여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 현시점에서 훨씬 효율적인 득표 방법임을 왜 모르는가. 지금이라도 핵심 자리를 대폭 그들에게 양보하고 몇 날 며칠 대문 앞에 멍석 깔고 빌어서라도 섭섭한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따위의 협박은 우수수 표를 떨어지게 할 뿐이다.

또 이상한 일이 있었다. 검찰을 거쳐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으로 근무한 어느 변호사가 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 엄청나고 많은 일을 폭로했다. 사태가 이렇게 된 이상 그 주장의 진위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동기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한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회사에 근무한 7년간 총 1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보수를 받았고 퇴임 후에도 최근 3년간 매월 2000만원씩을 받아왔다고 한다. 그는 언필칭 ‘양심고백’을 표방했지만 자신이 온갖 혜택을 받으며 몸담았던 조직에 비수를 꽂는 모습에서 우리는 별반 양심의 향기를 느끼지 못한다.

그 밖에도 많다. 국세청 내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가까운 부하였던 사람이 수뢰사건에서 총수인 자신을 물고 들어가자 부하를 ‘궁지에 몰린 정신 나간 사람’으로 몰아붙이다가 결국 최초로 현직에서 구속되고만 국세청장도 있고, 재직 중의 비자금으로 산 1000억원대의 부동산을 두고 친동생과 재산싸움을 벌이는 전직 대통령도 있다.

좀 부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모범적인 가정생활로 호평을 받아오던 연예인 부부가 파경을 맞으면서 폭로전을 벌여 남자는 여자를 간통죄로 고소하고 여자의 입에서는 “결혼생활 11년에 섹스를 열 번밖에 못했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누구의 표현처럼 이쯤 되면 정말 막가자는 것이다.

신뢰가 배반당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이 사회가 중심축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여기에는 국민의 이념과 가치관을 끝없이 뒤흔들어 온 정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피로써 지켜온 북방한계선(NLL)을 ‘땅 따먹기 놀음’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는 한 우리는 끝없는 배반의 계절에 살게 될 것이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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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자연은 풍요를 결실하는데 인간은 배신을 결실하는 계절을 살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어떤 분의 글 속에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1) 이성적인 개인의 존재가 불가능하다.
2) 군중적 집단주의의 지배하에 놓인 사회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인간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다.
3) 국가는 다원적인 사회구조의 총합체로서의 자리매김과는 거리가 있는, 군중적인 특정 집단만의 지배기구로 존속될 수 있기 때문에 감성적인 성격에 기초를 둔 통치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게 된다.

지난 세월을 지우겠다는 사람들조차 지난 세월에 철저하게 길들여진 모양입니다.
참 답답합니다.   0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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