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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사건의 교훈들
박수길   |  2005-10-14 12:47:09  |  조회 2100 인쇄하기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은 처음부터 외교부의 부실 대응 의혹이 증폭되어 언론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감사원이 7월 27일 국회의 김선일씨 조사특위에 제출한 보고서는 외교부와 관련된 의혹을 상당히 씻어주고 있다.

즉 가나무역의 김천호씨가 군납 유지 등 개인적인 이유로 피랍 사실을 대사관에 신고하지 않았고, 외교부는 김씨 피랍을 조기에 몰랐으며, 사건 인지 후에는 다각적 외교 노력을 했으나 효과적인 대처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외교부가 영사업무를 소홀히 하고, AP통신의 질의에 적절히 답변치 못한 점 등을 지적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주어진 상황하에서 사건의 대처에 큰 문제점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에 오래 몸담았던 필자는 앞으로의 유사 사태에 대비한 교훈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세계화 과정에서 한국의 국제적 역할이 커가고 국민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나 국민은 모두가 국제사회에 대한 보다 성숙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원칙적으로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않고 국제법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때문에 다른 나라의 권익도 인정하면서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증진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PKO(평화유지활동)나 이라크 파병 등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과정에서 보람과 동시에 희생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다 성숙된 의식을 가질 때가 왔다.

둘째, 외교부도 이제 민원 부서로서의 자각과 반성으로 환골탈태의 변화를 하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재외 공관 130여개를 갖고 있는 외교부의 이미지는 날로 증가하는 해외 여행자와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우리 동포와의 접촉에서 이루어진다.
외교관의 지나친 엘리트 의식이나 스캔들은 외교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우리 외교는 냉전이 끝난 후 지난 10여년간 질적·양적 팽창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엄청난 외교수요 증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 인프라의 보강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 와중에서 외교부는 국내 권력 기반의 취약성,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외교부 장관의 빈번한 교체 등으로 인해 외교인원 확충, 예산 증가 등의 면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음은 크게 염려스러운 일이다.

김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난 외교부 규탄 여론은 감사원 보고에 의하여 사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이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김씨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자기 반성과 개혁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외교부 조직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극복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외교부의 노력만으론 부족하고 정부 차원의 협조와 국민의 지지가 필요불가결하다.

마지막으로 강조되어야 할 점은 감사원 조사나 국회 청문회가 ‘마녀사냥’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해외에서 돈벌이에 나선 우리나라의 실업인들, 그리고 나라를 위해 신념과 양심으로 밤늦도록 일하는 수많은 공직자가 없었던들 오늘의 우리나라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김선일씨의 비극적인 죽음이 본질적으로는 국제 테러리즘의 잔혹한 행위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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