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의 약진, 그 기대와 우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장렬한 결전
1/3에 불과한 진보교육감의 지지율
개혁 용이하나 학력저하 크게 우려
I. 서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 결과 전국 16개 시‧도의 교육감 중 서울·경기·광주·강원·전남·전북 6곳에서 소위 진보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이들이 당선된 지역의 학생수와 학교 비율을 볼 때, 전국 초·중·고교의 절반 이상이, 그리고 전국 초·중·고교생의 3분의 2정도가 '진보 교육감'의 관리 및 감독을 받게 되는 셈이다. 여태까지 우리의 현대 교육사에서 진보로 분류될 수 있는 교육감은 재선된 경기도 교육감 하나 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향후 교육계의 대지각 변동을 예견하는 엄청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예견된 진보의 승리
물론 이러한 결과는 선거 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진보진영은 전국의 16개 지역후보를 완전히 단일화하는 데 성공한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난립된 후보들이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하며 '장렬히(?)' 최후의 결전에 임했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진영의 경우 일부 후보들은 저조한 지명도와 빈약한 교육경력에도 불구하고 선거전을 완주하여 그들의 진정한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보수의 참패와 진보의 약진에 대한 분석은 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필자는 이 글을 통해 금번 선거결과의 의미와 향후 우리 교육계의 추세에 대해 조망해 보고자 한다.
II. 교육감 선거의 의미
이번 교육감 선거가 남긴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우선 진보진영의 전략적 승리이다. 특히 서울과 경기 그리고 강원의 경우 보수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보 특유의 치밀한 사전준비와 조직적 전술을 바탕으로 그 결과를 반전시킨 것이다. 차후에도 보수의 후보들이 분열될 경우 진보는 항상 우위를 향유하게 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교육감 후보들의 교육관이나 지도력보다는 유권자들의 정당 선호도나 정치적 성향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초 선관위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교육감과 지자체장 간의 정책연대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나, 선거결과는 선관위의 견해가 비현실적이었음을 입증한 셈이다. 교육의 정치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선거에 있어서 정당의 역할이나 후보들의 정치적 연대를 불용하는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보수적인 교육관은 여전히 압도적 다수
이와 아울러, 일부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보수진영의 교육감 후보에게 표를 준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 시장의 경우 여당과 야당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였으나 교육감은 진보진영에서 3분의 1이라는 지지를 얻어냈을 뿐이다. 야당의 시장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의 30% 정도는 보수성향의 교육감후보에게 표를 준 셈이다. 결국 이는,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견지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다수라는 사실에 대한 반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향후 정책수립 및 업무추진에 있어서 이를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III. 향후 전망
진보 교육감들의 약진에 대한 향후 전망을 기대와 우려 두 가지 시각에서 분석해 보기로 한다. 우선 이들이 교육계의 비효율적 관행을 쇄신하고 고질적 비리를 척결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진보는 청결하고 보수는 부패했다는 이분법은 지극히 선동적인 것이지만, 진보 교육감들 중의 일부가 교육계의 기존 인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교적 '참신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볼 때, 교육계 전반에 대한 개혁의 추진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도 있다.
진보교육감! 개혁추진이 용이한 참신한 인물들
다음으로 교원능력평가나 학업성취도평가 같은 양적 평가체제가 지양될 전망이다. 이미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그들의 선거공약 속에서 '점수위주의 평가'와 '교사 혹은 학생 상호 간의 경쟁'을 비교육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와 아울러 고교평준화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교육계 전반의 혼란과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의 모든 현안을 정치쟁점화 함으로써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 간의 분열과 대립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 인수위에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인사들을 대거 포진함으로써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으며, 특히 한국교총을 무시하고 전교조만을 편애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진보 교육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앞세워 중앙 정부나 소속 지자체장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되고 말 것이다.
우려되는 교육 포퓰리즘
다음으로, 진보진영의 약진으로 인해 교육포퓰리즘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사실 진보진영의 후보들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이라는 공약을 통해 큰 재미를 보았다. 그런데 공약의 득표력과 그 공익성은 별개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세종시의 예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장기적인 비전보다 목전의 인기를 우선시하는 정책들로는 우리 교육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진보교육감
한편,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학교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교평준화에 치중하다 보면 특목고니 자율고 같은 선택의 대상은 자연히 규제될 수밖에 없고, 교원능력평가나 학업성취도평가가 소홀히 되면 그로 인한 학력저하는 불가피한 결과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현재 일시적으로 위축된 듯 보이는 사교육시장이 다시 활성화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IV. 결언
오늘의 중국을 탄생시킨 지도자 등소평의 '흑묘백묘'의 일화는 아직도 많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무슨 체제가 되었든 중국을 부요하게 만들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뜻의 말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교육을 발전시키고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는데 기여한다면 진보 교육감이든 보수 교육감이든 문제될 것이 없다.
끝으로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들은 진보든 보수든, 자신들이 교육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학교교육에 대한 관리자라는 점을 명심하여, 개인의 정치적 이념보다 교육의 본질을 우선시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줄 것을 당부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