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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保理 개혁과 한국
박수길   |  2005-10-14 12:47:34  |  조회 2027 인쇄하기
더그 하마숄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은 우리를 천당으로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옥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 유엔은 국제 테러리즘 등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여 ‘우리를 지옥으로부터 구원’하기에는 역부족(力不足)인 것 같다. 회원국들이 유엔이 필요로 하는 능력과 기회를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러한 점을 고려, 작년 9월 16명의 고위 자문단(High Panel)을 임명하였고 그들은 1여년에 걸친 토의를 거쳐 12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편안이 포함된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은 중견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효율성과 정통성을 높이기 위한 안보리 개편안에 전향적 자세를 갖는 것이 중·장기적 국익에도 부합한다.

유엔은 과거 10여년간 많은 개혁을 해왔으나 안보리 개편 문제에서는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비동맹그룹, 상임이사국 희망국, 중진국 그룹 등의 첨예한 이해 대립으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정세는 안보리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긴급한 시대적 과제로 만들고 있다. 국제 테러리즘과 지역분쟁, 핵확산 등 날로 증대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거부권을 가진 5대 상임이사국은 이라크 사태가 입증하듯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등 안보리의 국제평화 유지 기능에 심각한 장애요인을 만들고 있다. 또 이사국의 의석수는 회원국이 191개국이 된 오늘에도 여전히 15개국이고 상임이사국의 구성도 선진국 위주로 되어 있어 인도·브라질 등 제3세계가 제외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안보리 개편에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제3 카테고리 이사국’(임기 4년의 연임 가능한 8개국 신설과, 연임 불가능한 임기 2년 비상임이사국 1개국 증설) 의석을 신설하는 방안이고, 둘째는 상임이사국(6개국)과 비상임이사국(3개국) 의석을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인데, 유엔 회원국들은 두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두 제안은 다같이 중진국들의 유엔 민주화 요청과 상임이사국 희망국(Aspirant group)의 입장을 절충하고 있으나, 특이한 것은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의 증가’만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안보리 개혁문제의 토의에서 상임이사국 희망국인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등은 일관되게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 증설은 유엔 회원국을 다시 차등화하므로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거부권 있는 상임이사국 증설안(案)’은 이제 공론(空論)이 되었다. 이라크 사태를 체험했던 미국도 거부권을 갖는 상임이사국 증설안에 반대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입장을 정립할 것인가?

중진국인 한국은 유엔에서 보다 빈번한 안보리 진출 기회, 유엔의 민주화 촉진과 다자주의 원칙 제고,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동북아 및 한반도 통일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제3카테고리 이사국 신설안’을 지지해야 한다.

사실 많은 회원국들은 힘의 정치(Real Politik)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민주화의 보편화 추세 속에서 다시 특정 국가들에 영구적인 특권을 부여하는 데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 안보리 개혁안이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아난 사무총장이 개혁안에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고 내년 제60차 유엔총회 기간 중 개최될 유엔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 가능성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유엔은 이제 21세기의 도전 앞에서 효율적이고 정통성 있는 기구로서 거듭 태어날 수 있는가의 기로에 서 있으며 한국은 분명히 민주화의 방향을 선택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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