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서스 - 아메리카 제국 흥망사』
니알 퍼거슨 지음, 김일영·강규형 옮김 / 강규형 (명지대 교수)
“제국의 오만과 결점을 경계하지만 자유의 제국으로서의 미국을 역할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학자 퍼거슨!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키기 위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의 파격적인 견해가 제시된 책. 이 책은 앞으로 상당기간 미국을 연구하기 위한 필독서로 자리 잡을 것인데 ----”
제국에 대한 냉전사연구를 넘어서 현재 탈냉전시대의 성격규정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에 대한 성격규정을 놓고 벌어지는 제국논쟁이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노엄 촘스키, 이매뉴엘 월러스틴, 안토니오 네그리와 같이 미제국 또는 제국일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학자들과 니알 퍼거슨,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조지프 나이, 존 개디스와 같이 ‘제국의 오만’과 결점을 경계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유의 제국”으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학자들이 풍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현대 국제관계사 연구의 현주소다.
제국의 오만인가? 자유의 제국인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 금융역사학자인 니알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이러한 제국에 대한 논쟁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 학자이다. 그는 1964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엄청난 양의 연구업적을 쏟아낸 역사신동으로 유명하다. 1985년 옥스퍼드 마그달렌 칼리지를 최우등 졸업하고, 옥스퍼드대 정치 및 금융사 교수와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에서 금융사 담당 석좌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하버드대학 사학과의 종신교수 겸 로렌스 티쉬 석좌교수(Laurence A. Tisch Professor)로 재직하고 있다. 로스차일드가에 대한 연구서인 The World's Banker: The History of the House of Rothschild (Weidenfeld & Nicolson, 1998)과 The House of Rothschild 2 vols. (Viking Books, 1998&1999), 그리고 돈과 권력의 역할을 역사적으로 고찰한 The Cash Nexus: Money and Power in the Modern World, 1700-2000 (Allen Lane, 2001)로서 원래 전공인 금융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고, 제국논의에 관한 논쟁거리를 제공하는 Empire: How Britain Made the Modern World (Allen Lane, 2003)와 본 서평의 대상인 Colossus: The Price of America's Empire 등을 위시해 수많은 大著들을 저술했다.
퍼거슨은 Colossus에서 전작인 Empire:가 끝난 곳에서 얘기를 시작한다. 즉 전임 세계제국이었던 대영제국이 과거에 해왔던 개명된 “자유주의적 제국(liberal empire)”으로서의 역할을 이제 미국이 해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그는 미국을 이전의 제국들, 특히 영국과 비교하면서 “시장경제, 법에 의한 지배, 대의 민주주의를 외국에 전파하려는 의지를 가진 강대국”이라는 자유주의 제국의 책임을 수행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제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미국이 “자기 역할을 부정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질서에 불안요소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대체적으로 미국은 그동안 자신이 제국임을 부정해 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결코 제국이었던 적이 없다”라고 얘기하고 있고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우리는 제국이 될 의지가 없다”라고 공언한다. 그러나 퍼거슨은 미국이 직접적 제국은 아니지만 군사와 경제 양면에서 세계사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750여개가 넘는 세계 각국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자유를 확산시키려는 의지를 가진” 미국은 막강한 제국이다.
제국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 미국의 문제
퍼거슨에 따르면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초강대국 제국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으며,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돈과 인력을 투자하기를 꺼리는 데에 미국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 헤게모니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결국 미국인이 초강대국으로서의 의무를 얼마나 기꺼이 부담할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국이 과거의 성공적인 제국들, 특히 영국의 경험에서 배울 것을 권고한다. 특히 미국의 젊은이들이 제국을 관리하는 방법을 과거 제국들의 역사를 통해 더 잘 배워야한다고 충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퍼거슨의 논지는 과거 국제정치에서 정통성 있는 패권국가(hegemon)의 역할을 강조한 “패권안정론”과 1차대전 이후 미국이 글로벌 세력으로의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고립주의에 빠진 것이 이차대전의 중요원인이었다는 E. H. 카아의 논거를 연상시킨다. 퍼거슨은 이 책에서 이러한 논의들을 특유의 박식함으로 역사적 실례를 들어가며 풀어나가고 있다.
제국은 종종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져 왔다. 그러나 퍼거슨은 제국이 부정적 기능도 있지만 순기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전염병 확산을 막고, 끔찍한 독재자를 폐위시키고, 국지전을 억제하며, 테러조직을 와해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UN은 너무나 무능한 조직이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주체는 다른 나라들의 협조를 얻은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퍼거슨이 모든 제국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퍼거슨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35년간 일본 제국주의가 가져다 준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에 리버럴하지 않은 제국이 얼마나 나쁜지를 안다”라고 얘기하며 비자유주의적 제국의 부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국가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로 가는 것을 도와주는” 자유주의적 제국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국제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충분하게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퍼거슨은 또한 미국의 내부적 붕괴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사회보장제도의 문제로서 재정적 파탄이 올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은 적절한 지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더 큰 책임을 지면서 더 적극적이고 더 장기적인 개입을 해오지 않았기에 미국의 초강대국으로서의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라는 그의 주장은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할 것이다. 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개입이 더 좋은 결과를 낳았으리라는 증거는 없다. 그리고 미국이 아무리 유일 초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개입을 하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재정적 그리고 정신적 자원이 있는지가 일단 의문이다. 베트남에서와 같이 큰 오판과 실패를 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힘의 한계를 인식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였던 과거 미국의 행태가 오히려 국제사회에서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았을까? 냉전사의 수장인 존 루이스 개디스가 주장하듯이 냉전시기 미국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일방주의의 원칙대신 “동의에 의한” 전 지구적 규모의 헤게모니라는 팽창을 이루어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연구의 필독서... 그리고 김일영 교수
미국에 대한 대부분의 유럽 지식인들의 비판과는 달리, 퍼거슨은 세계에는 효과적인 자유주의적 제국이 필요하며 미국은 그 일을 맡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이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퍼거슨 자신도 이 책에서 스쳐지나가듯이 언급하고 있듯이 “오만이 아니라 겸손함으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퍼거슨은 이 책에서 자신의 압도적인 지식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의도적으로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키기 위해서라고 까지 생각될 정도로 파격적인 견해를 전개한다. 이 책은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논쟁의 중심에 서있을 것이 확실하며 적어도 글로벌 파워로서의 미국을 연구하기 위한 필독서로서 자리 잡을 것이다.
이 책은 고 김일영교수님과 같이 번역을 기획하고 시작했다가 김교수님이 불의의 병마로 타계한 후에 그의 유고집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됐다. 한국 학계는 큰 별 하나를 잃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번역에 김일영교수님의 제자인 함규진박사 등 여러분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꼭 명시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