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초심으로 돌아가라
‘경제정책은 투명성과 일관성이 최우선’
안종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나라당이 야당시절 그토록 비판하던 좌파정권당시 국가부채 급증문제를 스스로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2년차에 이르러서는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되살아나는 듯 ---”
이명박 정부는 747과 경부운하와 같은 경제살리기 공약으로 탄생했다.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 시장중심 경제운용에 한계를 인식했던 국민들이 김대중 정부를 탄생시켰던 과정과 정반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좌파정부 10년 동안 이어온 계층 간 갈등구조를 심화시킨 반시장 위주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통해 시장으로의 회귀를 원했던 것이다. 그렇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내세우고 공기업 개혁을 외치며 감세와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첫해를 보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다음부터 이명박 정부의 색깔은 끊임없이 변하였다. 실용정부라는 표현을 쓰면서 까지 늘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왔다. 때마침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경제정책에 관한 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촛불 정국으로 공기업 개혁을 후퇴시킨 것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감세는 공공개혁을 기초로 작은 정부와 함께 가야 생명력과 실효성을 확보하건만, 재정효율화와 공공부문 생산성 강화의 동력을 일찌감치 잃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감세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재정을 확대시켰다는데 있다. 경부운하는 접었지만 4대강 사업을 임기 내에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확대와 함께 재정건전성을 단시간에 악화시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야권으로부터 ‘4대강 할 돈이면 이것하자’라는 끊임없는 재정확대 압력을 받으면서 재정규율을 지키는데 실패하였다. 결국 한나라당이 야당시절 그토록 비판하던 좌파정권당시 국가부채 급증문제를 스스로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야당시절 배격하던 것을 답습한 것은 비단 국가부채문제만이 아니었다. 10년간 비판해오던 관치경제와 포퓰리즘의 폐해를 그대로 재현하기까지 하였다. 노무현 정부당시에는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려 온갖 정책을 쏟아 부었다. ‘상위 2%에서 거두어 98%를 좋게 한다!’라는 기치 하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과 같은 세금정책을 갖고 부동산 가격을 억제했을 뿐만 아니라 재건축금지와 분양원가 공개 등등 관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부동산 부자들을 혼내 줄 수 있다는 후련함을 이용한 포퓰리즘까지 동원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지 않고 오르기만 했다. 그나마 나중에 시도한 DTI와 LTV를 통한 효과가 나타난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2년차에서 이르러서는 반시장-관치경제-재정확대로 표현되는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기조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여러 차례의 정치·사회적 사건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친서민·포퓰리즘 정책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미소금융에 이은 대학학자금융자(ICL) 그리고 햇살론 등과 같은 친서민정책은 시장기능을 외면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비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면서 새로운 관치라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장만능으로 발생했다는 반성으로 금융규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마치 관치가 새로운 대세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2010년에 와서는 관치가 더욱 심해졌다. 위기이후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과거 정부의 관주도형 캠페인성 정책주도로 풀어가려 했던 것이다. 2010년 상반기 내내 청와대 중심으로 고용전략회의를 매월 주도하는 등 마치 정책경연대회를 여는 것과 같았다. 중복적이고 급조된 수없이 많은 정책들이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제시되고 시도되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 늘 하는 방식 그대로였다. 상반기가 일자리 정책 경연대회라면 하반기는 아마도 친서민정책 경연대회가 될 것이다. 6.2 지방선거 참패이후 친서민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시장기능을 부정하는 듯한 위험한 발상도 포함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정책부터 서민금융 금리 인하촉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최근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하에 그동안 지켜오던 DTI비율을 완화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정부당시 정부개입이 오히려 부동산가격을 올렸듯이, 이번의 부동산 시장부양조치는 부동산가격 침체를 유발할 지도 모른다. 가격은 경제주체들의 미래가격에 대한 기대에 의해 좌우 된다는 시장원리에 따른다면 정부주도에 의한 인위적 가격조정정책은 그 효과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더 큰 반향을 낳게 된다. 정부주도의 부양정책의 효과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약해지는 순간부터 부동산 가격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책기조에 있어서 일관성을 회복하고 시장기능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실패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옳지만, 포퓰리즘으로 이루어지는 관치와 시장개입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고 나아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일관성 유지와 함께 투명성 역시 신뢰회복에 핵심역할을 한다. 각종 정보를 제때에 제대로 수집해서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투명성 확보의 선결조건이다. 특히 나라살림과 관련된 정보는 최대한 투명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출범이후 보증채무를 국가부채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당시 정부의 주장이 무색하게도 결국 회수불능 공적자금은 국가부채로 전환되었다. 마찬가지로 공기업 부채가 국가부채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이 최근 LH 공사 부채가 100조원을 넘는 등 공기업 부채수준이 공기업 스스로 감당하기가 힘들어 지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부 주장대로 국제기준으로 공기업 부채는 국가부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공기업은 그동안 정부사업을 대행하다가, 또 정부의 가격규제에 의해 원가이하의 가격을 책정하다가 적자가 누적되어 오늘의 부채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공기업 부채와 연금부채 등등 각종 부채유형별로 현황을 제대로 제때에 조사하고 공개하고 또 관리하는 것이 재정투명성 확보에 핵심이 되어야 한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도 불투명한 재정정보에 의해 EU로부터 불신을 받으면서 촉발된 측면도 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명박 정부의 남은 2년은 우리 경제가 G20 의장국으로의 위상을 계속 살려가면서 그야말로 선진국으로 남게 되는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만일 지금까지와 같이 시장기능과 재정기능을 약화시키는 관치와 포퓰리즘이 작용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선진국 진입은커녕 그동안 쌓아왔던 그 나마의 국가경쟁력도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금융구조와 아직도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부동산 시장은 언제라도 시장을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갈 위험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세계 수출시장과 국제금융시장의 의존도가 너무나도 큰 우리 경제구조로는 한번 추락한 경제를 다시 살려내기란 힘들다는 점도 깊게 인식해야 한다. 일관성과 투명성만이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귀중한 자산인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경제학박사
경제정의실천연합 재정세제위원회 위원장
중앙일보 경제포럼 자문위원
안민포럼 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