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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양승태   |  2010-10-06 10:08:32  |  조회 3236 인쇄하기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 나의 책 이야기

 

양승태 (이화여대 정치학과 교수)

 

“한국의 국가정체성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요구되는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의 지성사적 소명! 자연과학 연구나 예술과 체육 등의 분야에서 확립되어 가고 있는 장인의식이나 프로정신이 인문·사회학계에서 절실하다고 ---”

일상적으로 언제나 접하면서 친근하기 때문에 그 존재성이 당연하고 자명하게 느껴지는 대상에 대해서 ‘그것이 과연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행위는 인간의 사고가 바로 일상성의 제약이나 지적 타성에서 벗어나는 출발이다. 그러한 질문행위의 본원적 중요성은 이미 오래 전에 소크라테스에 의해 정형화된 “x란 무엇인가(ti estin; what is)?”의 질문을 통해 고전적으로 현시된 바 있다. 그것은 곧 그 존재성이 자명하게 느껴지는 대상에 대한 성찰을 통해 그것에 대한 일상화된 관념이나 그것의 경험적 현상들에 의거한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 차원을 넘어 그 실체를 파악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 책은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대한민국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나라로서 그 존재성이 당연하고 자명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에 대해서 경험적이고 부분적인 현상에 대한 탐구 차원을 넘어 그 실체를 탐구하려는 시도이다. 또한 그것은 ‘남남분열’이란 말로 표상되는 정파 및 사회세력들 사이의 격렬한 대립과 갈등의 원천으로서 최근 들어 한국정치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국가정체성 문제에 대한 해명의 시도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술은 스스로 살아가고 있는 국가의 실체가 무엇이냐 하는 국가생활의 근본과 관련된 문제이자 현실정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실천적 함의가 심대한 국가정체성 및 그것의 위기 문제에 대해서 한국의 학계가 침묵하고 있으며, 서구 학계에서의 연구 또한 그 내용이 그 실체를 밝히기에는 미흡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이 책은 국가정체성과 관련된 철학사 및 이론적 검토를 수행함과 아울러 국가정체성과 관련된 실천적 문제들을 정치철학적으로 검토한다.

 

정체성 개념 자체를 포함하여 국가정체성의 위기나 자아정체성 등 국가정체성 문제와 관련된 개념 및 이론들을 검토한 제1부의 논의는 먼저 국가정체성 위기에 대한 현대 미국 정치학의 연구가 정체성 및 국가정체성 개념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나 깊은 이해가 없이 국가정체성 위기라는 현상에 대한 표면적인 서술 및 일반화에 그침에 따라 그것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비판한다. 그러한 비판적 논의 속에서 이스튼의 정치체계 개념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다른 집단과의 배타적인 구분을 전제로 역사적 연속성 속에서 같은 구성원이라는 의식을 가진 인간집단”이라는 원초적인 국가 개념에 주목할 것을 주장한다.

 

국가 개념 자체에 내재한 그와 같은 ‘같음-다름’의 대립 개념의 존재는 이 책의 논의를 필연적으로 같음, 곧 정체성 개념 및 자아정체성 개념에 대한 철학사적 검토로 나아가게 한다. 고대 희랍의 에피카르모스의 희극에 희화적으로 제시된 정체성 개념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하여 에릭슨 등 현대 심리학의 자아정체성 이론에 이르는 개념사적 발전 과정을 추적하면서 이 책은 국가정체성 개념의 새로운 정립을 시도한다. 그러한 시도는 개인의 자아정체성은 개인이 각각 추구하는 직업이나 소업에 투영된 가치나 이상의 차원을 떠나 규정할 수 없으며, 집단이나 국가의 경우도 그와 같이 집합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나 이상과 분리하여 생각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그러한 결론에 따라 국가정체성이나 국가정체성 위기의 문제는 국가생활의 관련된 가치나 이념, 정치체제의 이상, 역사관, 교육이나 문화 등 역사 및 정신사 전체의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되어야 하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흐름 전체가 바로 국가정체성 위기의 역사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 제 2부는 국가정체성 문제를 그와 같이 역사 및 정신사 전체의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예비적 연구로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등장하고 제기되는 세계관, 시간관 및 역사관, 다문화주의와 민족주의, 헌법, 지도력 등 국가정체성 문제와 관련된 여러 실천적 문제들 자체가 어떻게 총체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치밀하게 밝혀주고 있다. 과거 밀레니엄의 열풍에 드러난 서구적 세계관의 지배 문제가 연호사용에 투영된 시간의식 및 역사의식의 문제로 어떻게 연관되며, 그러한 세계관적 문제가 민족주의의 문제, 헌법, 대통령제와 관련된 정치적 지도력의 문제로 연관되는지 근·현대사의 주요 쟁점들에 대한 총체적이면서도 심층적인 정치철학적 성찰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간디의 존재와 인도의 새로운 국가정체성 형성의 관계는 국가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맺는말>은 19세기 말 독일의 상황에 직면하여 “독일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라는 헤겔의 선언에 대한 해석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근대의 독일의 학자와 지식인들이 국가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독일의 정체성을 형성한 지성사적 계기로 설명되며, 그러한 역사적 사례와의 관련 속에서 현재 한국의 국가정체성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요구되는 학문과 교육의 역할, 특히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의 지성사적 소명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리고 그러한 소명의 수행을 위해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삶의 태도로서 진실성, 진정성, 진지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가 보기에 그러한 삶의 태도는 자연과학 연구나 예술과 체육 등의 분야에서는 장인의식이나 프로정신의 형태로 점차 확립되어 가고 있는 반면 인문·사회학계에서는 아직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다.

 

 

양승태 이화여대 정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정치학 박사

저서 『우상과 이상 사이에서: 민주화 시대의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

『앎과 잘남: 희랍 지성사와 교육과 정치의 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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