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존재 이유. 국익!
이철영 (경희대 객원교수, <재>굿소사이어티 상임이사)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도 국익을 위해 존재한다.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정권획득만을 탐한다면 결국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국민의 간곡한 뜻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본문 中)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 야당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겠지만, 야당의원 주장의 사실여부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한계를 따지기 이전에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의원이 대통령 영부인을 겨냥해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행동이었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 같다.
야당의원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도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결코 이를 남용해 개인 명예훼손이나 피해를 가져오자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에 부여된 면책특권은 우리나라 헌법 제45조에서 보장되어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자유를 말한다. 이 특권에는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민 •형사상의 책임을 추궁 당하지 않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 즉,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 국회에서 발언과 표결을 할 수 있도록 회기 중에 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면책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사명감이 전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국익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공직자는 국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정당은 태생적으로 정권획득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소속정당의 정권획득을 위해 투쟁한다. 그렇지만 한 정당이 정권을 획득하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보다 나은 정치를 하겠다는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그러한 비전과 정권획득의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오로지 소속정당의 정권획득을 위해 무분별하게 국익을 해치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목표가 정당하고 합법적이라고 해서 모든 수단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원로 야당의원이 중국의 부주석 시진핑(習近平)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는 얘기를 했다는 발언을 해서 한동안 나라가 떠들썩했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그런 얘기를 했느냐나 그 야당의원이 거짓말을 지어낸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이 그런 발언을 서슴지 않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요즘 우리나라 일부 국회의원들의 언행으로 나타나는 이들의 국가관이나 안보의식을 보면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한 야당의 당대표가 북한의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결과를 정부는 똑똑히 봐야 합니다"라며 마치 북한이 우리 정부를 탓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 야당의원은 당대표가 되기 전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생방송토론에서 ‘2002년 6월 한국 해군병사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한 2차 서해교전’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NLL(북방한계선)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해상경계선”이므로 영해침범 여부나 서해교전 책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공공연히 하는가 하면, “그러면 6•25는 남침인가, 북침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조차 “냉전 종식 후 남북간 화해와 통일을 논하는 시점에 6•25가 남침인가 북침인가를 따지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요지의 답변을 서슴지 않았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 밖에서 행한 발언이나 국회 안에서 행한 발언이 국회 안에서 문제되는 것은 해당되지 않으므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국회의원을 국회나 소속 정당에서 징계를 하는 것은 면책특권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국민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거론하기 이전에 과연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이 공영방송을 통해 공공연히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내용의 발언을 해도 되는 것인지,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이런 발언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만일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공직자나 일반 국민이 생방송토론에서 이 야당의원과 같은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청문위원(국회의원)들이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청문회에 임하는지 의심스럽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 후보의 도덕성, 전문성, 업무수행능력, 사명감과 소신 등을 국회에서 사전에 검증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각 정당의 당리당략에 밀려 국익은 뒷전으로 하고 낯뜨거운 질문이나 심지어 농담까지 서슴지 않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의 질문내용들을 보면 예외 없이 청문대상자 개인의 재산이나 집안과 가족 문제 등 사적인 사항들을 물으면서 나라의 예산과 국민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질문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欲量他人 先須自量(욕량타인 선수자량)”이란 문구가 생각난다. “남을 헤아려 비평하려거든 모름지기 자신부터 먼저 헤아려 비평하라”는 『明心寶鑑(명심보감)』의 문구이다. 청문대상자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인신공격성이거나 위압적인 질문공세를 하면서 막상 청문대상자가 답변할 시간은 충분히 주지 않고 다그치기만 한다. 이의를 제기하는 청문대상자는 ‘국회 모독’이라고 호되게 공격 당한다. 아무리 깨끗한 인물이라 해도 이런 식으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면 청문대상자는 답변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언론과 방송을 통해 국민의 마음 속에 무능하거나 의혹이 가득한 인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여야의원을 막론하고 훌륭한 공직자를 뽑는다는 사명감은 뒷전이고 언론과 방송을 통해 자신과 소속정당을 내세우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국회의원) 한 명 당 질의시간은 인사청문회법(제7조③)에 따라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시간 안에 질문과 답변을 마쳐야 한다. 이 때문에 질문하는 국회의원은 자신에게 할애된 시간을 최대한 자신을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하려고 한다. 즉, 청문대상자의 답변시간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TV 등에 자신의 모습은 많이 나오게 하는 반면에 청문대상자에 대해서는 많은 의혹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원은 청문대상자 감싸기 일변도이고 야당의원은 무책임한 비난과 의혹제기 일변도의 현재의 인사청문회제도는 변화해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본래의 취지를 내던지고 국회의원 개인의 정치활동 수단이나 정당의 당략적인 목적으로 언론과 방송 앞에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청문대상자의 도덕성이나 윤리성을 무책임하게 비방하는 자리로 악용된다면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인물이 공직에 임명된다고 한들 온 국민 앞에서 이미 자존심이 만신창이가 된 공직자가 어떻게 국민들 앞에서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에 대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이번 청목회 로비의혹사건과 같이 국회의원들의 권위나 이해관계와 관련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온갖 논리를 동원해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목청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다른 공직과는 달리 국회는 막강한 집단의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공직자들의 문제는 대체로 해당 공직자 개인의 능력이나 개인적인 비리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국회의원은 정당이라는 막강한 집단의 힘과 면책특권을 방패로 정부를 압박하며 버티기 일쑤이다.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최선의 법과 제도를 적기에 마련하는 것은 국회 고유의 권한이자 또한 의무이다. 그럼에도 국가중대사에 있어서조차 자신들의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 당략적 목적으로 투쟁과 대립을 일삼거나 같은 정당 내에서조차 소통과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정에 혼선을 초래한다면 이는 국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공직의 윤리와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서울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이자 개최국으로서 세계의 주목 속에서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국력과 세계 속에서의 위상은 급성장했는데,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권은 이념적 갈등과 당략적, 지역적, 계층적 이해관계로 국가 주요 현안에 있어서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도 국익을 위해 존재한다.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정권획득만을 탐한다면 결국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공사에 틈이 나는 대로 정신을 집중하여 깊이 생각해서 백성을 편안하게 할 방책을 생각하며 지성을 다해 선을 찾으라” (『牧民心書』의 『律己六條』중 “公事有暇 必凝神靜慮 思量安民之策 至誠求善 공사유가 필응신정려 사량안민지책 지성구선”)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다스리기를 기대하고 공직자를 뽑는다. 공직자들이 국민의 그러한 뜻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