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회원칼럼
<신년 권두언> 헌법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김인섭   |  2011-01-10 10:01:55  |  조회 3512 인쇄하기

 

김인섭 (굿소사이어티 이사장, 법무법인 태평양 명예대표 변호사)

 

“지금 우리에게는 두 방향에서 민주주의 위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치적 무관심과 혐오증이며 다른 하나는 포퓰리즘입니다. 포퓰리스트들은 참여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민주주의를 무너트리고 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금년을 국가의 모든 문제를 헌법의 기본정신과 내용에 따라 운영하고 처리하는 법치주의를 명실공히 정착시키는 한 해로 만들어야 ---”

 

신묘년의 새 아침을 맞이하여 먼저 “대화와 소통”의 애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경인년은 국내외적으로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로서 우리에게 엄청난 시련과 큰 교훈을 주었던 1년이었습니다.

 

항상 주변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끌려 다니던 약소국이었던 우리나라가 G20 국가정상회의 주최국이 되어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힌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하고 정리하는 주최국의 책무를 훌륭하게 해냄으로써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쓰게 한 가슴 뿌듯한 한해였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을 심도 있게 살펴보면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된 체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세계사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우리의 “압축 성장”은 한편으로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성장 발전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빈부의 격차와 복합적인 갈등이라는 부작용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는 이를 정책적으로 조정 해결하는 동시에 계속적인 국력신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했습니다. 문제의 체계적인 분석검토와 해당분야 전문가의 전문적 의견과 일반 공론을 수렴하면서 공개적인 찬반양론의 정책토론을 충실하게 한 후, 적정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여·야간 의견이 상충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절충해내든가, 소수를 존중하는 가운데 다수결로 의결하여 법률로 제도화 했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은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인신 공격적이며 언어폭력적인 막말로 소모적이고 치졸한 언쟁을 일삼거나 이전투구를 연상케 하는 물리적인 몸싸움을 하느라고 정책 토론은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그런 행태를 벌여도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이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민주화가 제도적으로는 완벽하게 이루어진 지금의 상황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들이지요. 우리나라 수준에 맞지도 않고 국정 운영에는 방해만 되고 있습니다. 그런 행태들은 우리가 이룬 민주화를 오히려 파괴하고 있습니다. 망국적인 편가르기를 선동하고 당리당략적인 당파싸움만을 함으로써 복합적인 갈등을 확대 재생산 해왔습니다.

 

주권자인 국민은 그들의 태만과 무능을 비판하고 적정한 본래의 책무수행을 촉구함으로써 사전에 국회가 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 국회의원은 다음선거에서 투표권행사를 통하여 퇴출시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두 방향에서 민주주의 위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치적 무관심과 혐오증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치졸한 행태에 실망한 나머지 정치를 혐오하거나 정치무관심증에 빠져 선거 때마다 아예 투표권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투표율이 저조해져 건전한 민의가 선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포퓰리즘입니다. 포퓰리스트들은 참여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여론을 가장한 포퓰리즘의 바람을 일으켜 민주주의를 무너트리고 있습니다. 미래보다는 눈 앞의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유혹합니다. 표에 약한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원칙적인 정책수립과 집행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자기들의 집단이익을 즐기는 과잉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양대 현상은 모처럼 정립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실패로 몰고 갈 위험한 암세포들입니다.

 

이제 성숙한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하여 우리는 카네기멜론 대학의 케리 교수가 정립한 리더십(Leadership)과 팔로워십(Followership)의 상호작용관계에 관한 20대80의 책임비율이론을 숙지해야 되겠습니다. 모든 잘못은 다른 사람이나 지도자에게만 돌려 책임을 전가하는 나쁜 타성을 당장 버리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각자가 분담하고 있는 역할과 책임을 스스로 다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부터 먼저 겸허히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성숙한 민주화 사회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국력신장을 이룩하며, 개개인의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우리의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가 자기의 본분으로 돌아가서 새 출발을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역사에 정통한 한 외국인 평론가는 ‘머리가 좋은사람들의 나라가 왜?’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한국인”(미번역)이라는 한국역사 책을 저술한바 있습니다.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듣기 싫은 지적들이 많이 나옵니다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자세로 받아들여야겠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국민의 개개인은 머리가 좋은데 나라는 잘 안되었던 이유는 우수한 개개인의 잠재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되지 못한 체 사장되고 말았거나 어느 정도 발휘됐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체의 공동목표를 향하여 귀일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여 국력신장으로 승화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개체와 개체 간 그리고 개체와 전체사회공동체(국가)간에 모두가 지향하는 공동목표를 갖지 못했거나, 가졌다고 하더라도 양자간의 관계가 가장 합리적 효율적으로 상호보완, 조화를 이루는 상승작용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1948년 나라를 세운 후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 40년간의 투쟁 끝에 1987년 우리 모두가 소망하던 사회공동체의 틀을 6공화국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선진 민주화로 가고자 하는 온 국민의 열망과 피와 땀이 들어 있으며, 우리 모두가 함께 추구하려는 공동가치인 국민이 주인인 민주화 사회. 모두가 분수를 지키며 함께 잘 살 수 있는 복지사회를 이루려는 꿈과 그 실현 방법에 대한 기본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허공에 구름 잡는 식의 이념이나 정치구호로 정력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며, 더욱이 시장 뒷골목에서 패싸움하는 조폭수준의 막가파식 당파싸움은 당장 걷어 치우고 헌법의 정신과 내용을 착실히 구체화 하는데 함께 힘 써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법치주의를 이루어 나가는 것입니다.

 

(1) 법치주의가 정착이 되면 모든 것이 원칙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되므로 모든 일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미리 예견가능하게 되어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신뢰사회가 됩니다. 뇌물을 주면서 사람에게 접근할 필요가 없게 되어 부정부패도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되며 사회자본도 튼튼하게 형성되어 국내외적인 투자가 활발하게 되어 또다시 성장 동력이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그것이 제도상 흠결의 문제인지, 운영상의 잘못인지, 혹시 운영상의 문제라면 누구의 어떤 잘못으로 인한 것인지 헌법의 규정과 정신에 비춰보는 근원적인 원인규명과 처방이 없었습니다.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대응을 해왔기 때문에 똑같은 실패와 낭비를 거듭하는 어리석은 악순환을 반복해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정책을 수립하거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정신과 내용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미리 합의해둔 국가최고의 가치이므로 거기에 따라가는 이것이 국가의 기본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길이며 법치주의의 길입니다.

 

따라서 헌법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면서 거창한 담론이나 이념을 주장하고 타협이나 조화를 거부하는 사람은 사회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며 자신이 헌법상 보호대상의 국민이 아니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꼴입니다.

 

(2)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개체들이 공존하면서 때로는 서로 경쟁도하고 때로는 서로 상호보완내지 협력을 하면서 각 개체의 행복과 전체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조화롭게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사회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개체들은 상호간에 상대적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터전위에서 공존해야 하므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과제와 상호간에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절하고 완화해야하는 과제를 숙명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의견의 상충이나 이해의 충돌이 생겼을 때에는 각기 자기주장을 개진하면서 상대방주장을 경청하는 공개토론을 거쳐 합의가 이루어지는 공통분모를 뽑아내고, 합의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놔둔 체 공존해야 하는 것이고 (求同存異), 그렇다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의견에 동화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되며 의견을 같이 하지 않는다고 시비하거나 불화를 일으켜도 안 되는 것입니다.(和而不同)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갈등의 대상인 문제가 공동체 생활의 중요한 문제로서 조속히 결정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무한대로 그대로 存異의 상태로 놔둘 수가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부득이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무엇이 공동의 이익(가치)인가를 표로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토론과 표결을 거쳐 결정된 사항(절충합의로 뽑아낸 공통분모와 표결로 결정한 정책사항)은 법으로 제정하여 실시하게 되면 찬반 어느 편이던 모두가 그것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것이 법치주의요 민주주의인 것입니다,

 

이 원리와 가치를 부정하거나 어기는 사람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고 결국은 자신이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리를 건국 후 48여년의 투쟁 끝에 1987년 6공 헌법으로 제도화 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후 정치혐오증 환자들과 과잉 정치참여하는 이익집단과 포퓰리스트에 의해 법치가 망가지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민주화를 외치면서도 행동으로는 민주화를 녹슬게 하거나 파손하고 있습니다.

 

(3) 요사이 시대적 화두로 논의되고 있는 사회통합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모두가 서로 다르게 태어난 다양한 개체들이므로 개체의 특성을 죽이고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화학적 통합은 불가능한 것이며 또 억지로 화학적 통합을 이루려고 애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요컨대 개체의 특성을 그대로 둔 채 공존하면서 일정한 공동목적을 위한 범위 내에서만 합의하고 협동하는 물리적 통합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사회적 통합은 바로 이러한 물리적 통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통합은 어떠한 사회공동체든지 그 구성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행동으로 협력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며 또 그래야 그 공동체(국가)가 존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다양한 개체가 한편으로는 각기 행복추구를 향하여 상호경쟁을 하면서도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위한 가치, 즉 공화주의적 가치를 위하여는 함께 협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민들은 민주화의 가치중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자유와 권리만을 무한대로 주장할 뿐,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화주의적 가치에 대한 의무와 책임은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의 향유도 공화주의적 가치의 튼튼한 인프라위에서만 제대로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하거나 외면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개체가 공존하면서 사회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이상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공동체의 공화주의적 가치도 항상 공존하면서 합리적인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만 사회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명심하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4) 지구상의 모든 선진국은 법치주의가 정착되어있고 모든 후진국은 법치주의가 정착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법치주의 정착이 바로 선진화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금 헌법은 민주화 선진화를 추구하는 우리 국민 모두의 염원과 지혜가 담겨진 나라의 기본법이며, 나라의 최고의 가치이므로 이제 우리는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 금년을 국가의 모든 문제를 헌법의 기본정신과 내용에 따라 운영하고 처리하는 법치주의를 명실공히 정착시키는 한 해로 만들어야 되겠습니다.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0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652 <신년 권두언> 헌법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김인섭 11-01-10 3512
651 나의 愛國 방식은?  2  서지문 11-01-07 4023
650 종편채널의 등장, 어떻게 볼 것인가?  6  문재완 11-01-07 3614
649 연평도 포격과 6.25  9  이철영 10-12-07 4524
648 공직자의 존재 이유  이철영 10-12-06 3274
647 기후변화의 정치학  박재환 10-12-06 3332
646 나의 옛 동지 P여. 이런 시위는 어떤가!  최홍재 10-11-05 3519
645 소셜 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법  2  김영임 10-11-05 3440
644 김씨 왕조 이후를 대비해야   서지문 10-10-06 3379
643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1  양승태 10-10-06 3235
1112131415161718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