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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대화공세 어떻게 봐야 할까?
김희상   |  2011-02-09 15:26:56  |  조회 3471 인쇄하기

최근 북한의 대화공세 어떻게 봐야 할까?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 육군중장(예) 정치학 박사 >

 

“회담의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오직 매진할 뿐, 과거처럼 성공을 가장(假裝)하려고 무의미한 ‘합의’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합의에 매달려 무리한 양보를 하다보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위험성이 높고,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할 것---”

 

년 초부터 대화공세를 펴오던 북한이 1월 20일 미․중 공동성명의 위세를 빌려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까지 제의해 왔다. 우리 정부가 북측의 제의를 수용함으로서 ‘6자회담’도 당연한 다음 순서로 거론되고 이제 본격적인 남북대화가 시작될 듯한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반도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며 평화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부가 또다시 위장대화 공세에 끌려가는 것 아닌가’ 우려하며 펄쩍 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부도 흔쾌하게 대화에 나서지는 못했듯이 따지고 보면 우려할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다.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우선 오늘 북한은 핵과 군사도발, 간접침략(間接侵略) 그리고 북한 특유의 정치심리전 같은 4가지 도발수단들을 잘 조합해서, 한편으로는 깡패외교로 식량이든 에너지든 경제지원을 강요하고, 나아가 한국사회를 교란하며 적화통일의 기회를 함께 엿 보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우리 언론은 ‘대화용, 협상용’이니 하는 레테르를 잘 붙여주지만, 실은 북한의 핵실험을 포함한 모든 도발에는, 작게는 우리 사회를 협박해서 뜯어 먹고살고 크게는 적화통일로 끌어가려는 북한 나름의 장기 전략이 그 바탕이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북한의 그런 전략 수행의 전형적 방식이 <도발=>대화=>보상>이다. 핵이든 군사도발이든 충격적 ‘도발’로 협박해서 유리(有利)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 원하는 ‘보상’을 끌어내는 순서인 것이다. 그러므로 통상은 어디까지나 협박수단일 뿐인 ‘도발’ 그 자체보다도 그 다음단계 즉 ‘대화의 장(場)’이 북한의 핵심 전장(戰場)이 된다. 침략의 전 과정에 작용되는 ‘간접침략’과 ‘정치심리전’도 흔히 ‘대화의 단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 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북한은 회담을 ‘타협의 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전장(戰場)으로 본다. 그 좋은 사례의 하나가 북한과의 핵 회담이다. 지금도 ‘6자회담’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유일의 길이라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6자회담은 북한의 핵실험 시간 벌기요 식량과 에너지를 얻어내는 사기수단’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중국 공산당교 장렌구이 교수의 평가다.

 

일찍이 6.25 휴전회담 UN측 수석대표였던 죠이(Charles Turner Joy) 제독은 북한의 협상전술을 salami전술과 brinkmanship 두 마디로 요약 했다. 모든 사안을 최대한 잘게 세부적으로 나누고 그 사안 하나하나 마다 벼랑 끝 전술로 대응해서 진을 빼 놓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의 그 수많은 핵 회담(6자회담을 포함해서)에서도 그렇게 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이때는 매번 일종의 ‘합의 보상금’을 최대한 뜯어냈다. 사실 그 수많은 회담 중에 실패 했다는 회담이 있었던가? 또 회담마다 대성공이라며 얼마나 퍼 주었던가? 북한은 회담 곧 대화를 통해서, 핵 개발에 대한 세계의 물리적 간섭을 회피하고, 먹고 사는데도 보태고, 또 핵개발 자원까지 얻어 냈던 것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북한은 대화, 즉 회담을 통해 핵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달려 갈 수 있었던 셈인 것이다.

 

이번이라고 해서 무엇이 다를 것인가? 우선은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통해 또다시 ‘거짓 평화’를 팔아 한국과 국제사회의 식량과 에너지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아내는 동시에 멀리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한국의 친북 단체들을 선동하고 국민의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조성해서 한국사회를 교란하는 통일전선전술 차원의 기대 같은 것이 북한의 속내일 것이다. 특히 군사회담 제의에는 미국과 정상회담 중인 중국에 대한 성의 표시이자 국제 사회에 대한 위장평화 공세요, 6자회담의 문을 열고 미국과 마주 앉거나 아니면 그것을 요구할 명분이라도 확보하려는 뜻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기대 할 것도 많고 어차피 하지 않으면 안 될 ‘대화’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은 크게 다르다. 우리는 먼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시인·사과하고 재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런 조치 없이는 대화에 나서기만 해도 북한의 도발을 묵인하고 감내하는 모양새가 될 위험성이 있고, ‘대화의 장’이 결국은 북한의 변명과 선전장으로서 활용 될 것이 너무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화 한다고 북한이 사과든 뭐든 ‘책임 있는 조치와 도발 방지 약속’을 할 것이라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당장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라며 천안함 폭침을 단순한 ‘사건’으로, 연평도 포격도 마치 상호 포격전이었던 듯이 표현한 저들의 전화통지문 자체가 우리 측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무관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오히려 공동조사와 검열단 수용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고,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혹시 ‘민간인 사망에 대한 유감’ 정도는 몰라도 우리 해군의 해상사격훈련이 사태를 유발했다는 주장으로 맞서면서 ‘재발을 막으려면 북방한계선(NLL) 폐기와 해상분계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또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해서’라는 표현에는 차제에 대북 심리전 중단이나 서해평화지대 같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불합리한 합의를 재확인하고 나아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 틀을 흔들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결국 회담에 응해 보았자 북한의 명백한 도발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북한 위장평화공세의 장만 만들어 줄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우리로서는 부담스럽기만 할 뿐 그리 기대 할 만한 회담은 아닌 것이다. 아니 우리에게는 회담에 나서기로 한 그 자체가 이미 크든 작든 부담이 되고 전술적 실패의 하나로 자리매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그럼에도 이제 와서 회담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형식과 의제, 장소 등 거의 모든 선택권을 넘겨주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특히 북한이 우리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온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남북회담의 공식 의제(議題)로 받아들인 이상 무조건 거부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자칫 북한의 도발책임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한국은 대화거부의 책임만 뒤집어 쓸 우려도 없지 않은 것이다.

 

결국 싫든 좋든 회담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일단은 가능만 하다면 최선을 다 해 북한을 잘 이끌어 남북 관계를 평화와 협력의 관계로 바꾸어 나갈 일이다. 만약 북한이 예비회담에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를 한다면 이번 회담이 일부의 기대대로 남북관계를 한반도 평화공존과 화해협력 체제 구축의 중요한 역사적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이번 회담에서는 도발에서 보상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악순환을 끊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도발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결국은 북한의 희망대로 적화통일로 이어질 런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든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의 사과와 재발방지 그리고 핵개발 중단 약속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 21세기에 시대착오적 체제 세습의 와중에 온 세계의 지탄과 만성적인 식량난에 고통 받고 있는 오늘의 북한 상황을 보면 어쩌면 불가능 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 할지, 특히 설득만으로 가능 할지는 더 더욱 의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조이 제독은 같은 책에서 “북한은 협상이 실패하면 치명적인 위험이 있을 것임을 깨달을 때만, 비로소 협상에 진지하게 임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전쟁의 위험도 각오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가 ‘전쟁불사(戰爭不辭)’의 단호한 각오로 압박해야만 북한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6.25이래 지금까지 그 수많은 북한의 도발에도 단호한 응징을 못했던 우리 국민이 이제 새삼 그런 용기를 발휘 할 수 있을 가?

 

아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정말로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처음부터 회담의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오직 우리의 목표에 매진 할 뿐, 좀 미흡하더라도 과거처럼 성공을 가장(假裝)하려고 무의미한 ‘합의’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합의에 매달려 무리한 양보를 하다보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위험성이 높고,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로 우리 정부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용기 있고 지혜로워야 할 때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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