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 지원한다’는데 웬 반대?
이주흥 現 법무법인화우대표변호사,
前 서울중앙지방법원법원장
최근 상법 개정에 따라 일정 규모 상장 기업에 ‘준법지원인’ 제도가 도입된다. 그런데 막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니까 기업 측 반발이 크고, 제도에 대한 우호적 언론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소 의아스럽다. 준법 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들 공감할 터이고, 그래서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둔다는데, 반발이 왜 이다지 심할까?
‘준법지원인’이라 하니 일견, ‘지원’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기존 금융업계의 준법감시인과 같은 것으로 여겨지니, 정서상 기업 측에서 두 팔 벌려 반길 리가 없다. 대기업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하나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고, 준법․ 정도․ 윤리 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과연 실제도 그럴까? 지금도 상당수 기업은 장식용 구두선의 무늬 준법에 그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요즘 신문지상을 도배하고 있는 저축 은행 사건은 기업 비리와 부정의 총체적 완결판을 보는 것 같다. 우리 기업의 리스크 관리 문화나 체질이 얼마나 취약한지, 이 역시 우리 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대기업 오너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경영자의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데다, 경영자의 전횡을 견제할 준법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법치 실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이미 금융업에서는 준법감시인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준법 실현이 비단 금융 등 특정 직역에만 머물러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반부패는 물론, 환경법 ․ 경쟁법 ․ 노동법 ․ 소비자보호법 등 기업 관련 법규를 준수하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의 준법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중요하다. 한-미, 한-EU FTA에 따른 선진국과의 교역량이 증가하면 국제적 규범과 기준의 준수 요구가 거셈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국제 기준에 미달하면 우선 통관에서부터 문제가 되어 새로운 무역 장벽에 봉착하게 된다. 거래처로부터는 거래 중단을 통보받기도 한다. 우리 대기업이 불공정 법률 행위로 미국에서 거액의 벌금을 물고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준법 경영의 체질화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 요소가 되었다. 미국의 ‘외국 기업 부패 방지법’ 사상 최고 벌금액이 부과된 독일 지멘스의 한국 최고 준법 책임자 ‘조셉 윈터’ 씨는 준법 경영을 통해 최악의 부패 스캔들을 떨쳐내니, 이제 최고 매출 실적을 거두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준법에 대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외부 통제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소비자나 NGO는 이제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을 통해 착한 기업에 대한 물품 매수를 유도 ․ 권장하고, 나쁜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대기업은 대규모 집단 소송을 많이 당하면서 준법의 필요성을 스스로 체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신규 변호사가 2500명 정도 쏟아져 나온다. 앞으로 미국과 같은 소송 천국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이 소액 주주의 대표 소송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 구글, 애플 상대의 개인 정보 유출 소송이 기업을 괴롭히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인격권 침해 소송들이 줄을 잇고 있다. 피해자의 숫자가 워낙 엄청나 위자료가 인정되기만 하면, 파산으로 몰고 갈 정도의 재정적 손실이 따를 수 있다. 미국 대기업이 임직원의 성차별, 성희롱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을 떠안게 되는 것을 보면 위험 관리 전략에 있어 인권을 얼마나 고려하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BP(British Petroleum)사의 深海 기름 유출 재앙은 미국 연방 정부의 엄청난 벌금과 손해 배상 사태로 BP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수의 대기업이 단 한 번의 판단 착오와 대응 미숙으로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전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형국이다.
당위와 현실의 갭(gap)을 메우고자 준법 경영을 제도적으로 지원하자는데, 기업은 물론 언론까지 거의 한 목소리로 반대를 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준법 지원인 제도가 변호사 협회의 도둑 정치이고, 불공정의 극치이며,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말한다.
반대 시각은 제도 본질에 대한 접근보다는 이 제도의 시행 배경과 의도의 불순수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협에서 변호사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 홍보해서인지 이 제도가 국회 법사위와 변호사 단체 간 법조인 제 식구 밥그릇 챙기기용으로 부각되었다.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인상, 나아가 법과 법치에 대한 불신, 냉소가 짙게 깔려 있다. 최근 전관예우에 관한 언론의 집중적 포화가 준법지원인제에까지 연결된 느낌도 준다.
이런 거부 반응 속에서 준법지원제가 실시된다 한들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저축 은행 사건에서 보듯이 무기력한 준법 감시인 제도의 전철을 밟는다면 이를 상장 기업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을까. 준법지원인이 인사권을 가진 경영자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자기 목숨 걸고 경영자에게 진언을 할 수 있겠는가. 여러 회의적 생각이 꼬리를 물고 맴돈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제도가 잘 안착하려면 분명 ‘매’도 필요하다.
이제 준법지원인 제도가 출범되었으니, 모두가 그 성공적인 안착을 위하여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통제 장치의 중복, 중소기업 부담 가중 등 기업으로부터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독립성 확보, 신분 보장, 업무 관장의 명확화 등 기존 준법 감시인 시행상의 문제점 보완에도 신경을 써서 그 실효성 확보에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경영진도 발상의 전환을 하여야 한다. 준법 리스크의 상시적 사전 점검이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비용 절감을 통하여 파국을 미리 막을 수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 제도는 경영진의 자율적 경영에 딴지를 거는 게 아니다. 경영진이 준법 지원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이를 챙기기만 하면, 자신의 책임 감경 면제를 유도할 수 있다. 준법지원인은 준법 통제 기준의 점검과 감독 못지않게 임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준법 정보제공, 교육, 계몽을 통한 자발적인 준법 유도 및 실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준법이 기업문화로까지 발전하는 일은 기업만의 숙제가 아니다. 준법지원인 제도를 통해 기업 전체에 걸쳐서 법규 준수의 문화가 확산, 고양되고 이로써 기업의 체질이 바뀐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법치주의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