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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경제계에서도 2000년 이래 유엔과 기업 지도자들 간에 중요 화두로 떠오른 '지구 계약(Global Compact)'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은 다행이다. 1999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화 과정에서 그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기업이 인권. 환경. 노동 등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범(10개 원칙)을 이행하자는 '지구계약'을 제안했다. 시장경제의 결함을 보완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뤄 세계화의 이익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공유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계약은 기업이 그들의 활동 영역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환경 훼손을 예방하며 아동노동을 철폐하고 모든 형태의 부패 행위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으로 돼 있다. 물론 세계인권선언,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 노동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권리선언, 유엔 반부패 협약 등에도 이미 담겨 있는 내용이다.
2004년 8월 현재 이 계약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 수는 세계적으로 무려 1500여개에 이르고 있으나 한국기업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보 부족 또는 이 계약이 인권. 환경 보호 등 분야에서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계약은 기업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대화와 투명성의 힘을 통해 모범 기업의 좋은 사례를 확산시킴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인권존중. 환경보호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자발적인 이니셔티브로 이 계약과 법률적 규제와의 상호 보완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책임 있는 기업의 시민정신'으로 10개 원칙 이행에 솔선수범을 보이게 된다.
주목되는 점은 '지구계약'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이 해마다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인권, 환경보호 원칙 등이 적용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크게는 유엔이 지향하는 세계평화와 경제적 번영에 기여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기업, 특히 다국적 기업들도 더 이상 '지구계약'참여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참여에서 얻는 이득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할 때다. '지구계약'의 이행 문제를 주제로 유엔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회의는 유엔 사무총장의 주관 하에 기업, 인권고등판무관(UNHCHR), ILO, 유엔개발계획(UNDP), 주요 비정부기구(NGO) 등이 한자리에서 세계화와 기업의 시민정신에 관련된 문제, 관련 유엔기구와 기업 간의 파트너십, 그리고 기업의 모범 사례를 다른 기업에 확산시키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토의한다.
다국적 기업의 행동 규범에 대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 유엔인권소위가 채택한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에 관한 선언 또는 권위 있는 NGO가 발행한 지침서 등이 있으나 효과 면에서 선언적 의미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들과 '지구계약'간의 큰 차이점은 후자가 유엔사무총장과 관련 유엔기구, 다국적 기업, 유력한 NGO들의 연례적 회동으로 이미 제도화됐다는 점이다. 또 그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비전이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분야에서 이미 국제적으로 규범화된 보편적 가치를 세계 시장에 접목함으로써 기업의 건전한 시민정신을 고취하고 세계화의 구조적 취약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데 있다. 바로 이러한 차이점이야말로 한국기업이 조속히 '지구계약'에 참여해야 할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경제 11위를 이끄는 주축이 되고 있고 정치적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하는 한국기업이 '지구계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세계 유력 기업과 국제사회는 회의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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