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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원칙을 버리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김희상   |  2011-08-17 12:00:36  |  조회 3313 인쇄하기

 

대북정책, 원칙을 버리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 조선일보 11.08.02일자 기고문 수정 보완함 -

 

<김희상 육군 중장(예)/정치학 박사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미·북 회담이 예상대로 서로 ‘식량지원’과 ‘핵 폐기 가능성’을 탐색하는 선에서 끝이 났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혹시나-’하는 기대도 있어서 함께 만나기는 했지만, 북한이 대화로 핵을 폐기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고, 그것은 미국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 북한은 ‘어떻게 하면 그럴 듯한 말 만으로 또 다시 미국의 지원을 끌어 낼 수 있을까 ’ 열심히 궁리할 것이고,  ‘같은 말을 두 번 살 수는 없다.’는 미국도 이번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그러지 않아도 ‘비핵개방 3000’이라든가 ‘선(先)천안함·연평도 사태 해결’과 같은 이 정부 출범 이후의 일관된 대북 정책 원칙을 버리고, 대화 위주로 남북 관계의 흐름을 바꾸려 한다는 말들이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설도 있었다. 여기에 북한은 남북 간의 ‘발리 만남’을 미·북 회담의 징검다리로 본다는데, 우리 당국자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방안이 있다”,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비핵화 회담을 남북이 주도하자고 했고 북한도 공감했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어쩐지 우리가 대화를 서두는 모양새다.

  

  그러나 작년 5월 전쟁 기념관까지 가서 희생 장병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던 대통령의 모습에 감동했던 사람들로서는 천안함·연평도 문제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또다시 ‘남북회담’만 전개된다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다. 물론 남북 간에 상존(尙存)하는 긴장만도 부담스럽고 북한 핵과 군사도발 등은 어떻게 하든 서둘러 해결해야 할 현안 과제이며, 작년 천안함 사태 후의 6월 지방선거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분노하던 국민들이 ‘전쟁난다’는 말에 놀라고 ‘비겁한 평화가 전쟁보다 났다.’는 어리석은 주장과 ‘전쟁나면 죽는다.’는 공포가 우리 사회를 휩쓸면서 여당의 참패로 이어졌다고 하니 내년 선거를 앞둔 정부 여당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모욕해온 북한은 ‘진지한 대화’의 자세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회담에 매달리면 그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이번이라고 해서 도발->협상->보상 그리고 새로운 도발로 이어져 온 남북관계 사이클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6자회담은 물론 혹시 정상회담을 하고 어떤 보상을 한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이 오늘 북한 체제 나름의 생존 방식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북한 속임수의 또 하나의 승리로 자리매김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남북 간에 주도권(主導權)을 둔 일종의 기(氣)싸움이 진행 중인 때다. 이런 때에 ‘원칙’을 바꾸어 기존 정책이 잘못이었음을 자인하면 지난 3년간의 노력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자칫 또다시 북한에 코를 꿰이고 끌려 다니기 십상일 것이다. 특히 그리되면 몇 년에 걸친 힘겨운 싸움에서 결국 승리하게 된 북한의 자신감만 더욱 키우고, 지금도 우리가 ‘햇볕 정책’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듯이 우리 역시 차기 정부의 북한 관리에 그 못지않은 부담을 남겨주게 될 것이다. 그 뿐일까?  종북 세력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통일과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 사회 내의 혼란과 이념적 갈등도 끝없이 이어지고 갈수록 확산될 것이다.

 

   물론 북한 핵과 군사 도발을 언제까지고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 체제를 바꾸거나 자유 통일 외에는 완벽한 해결책이 없다. 그렇다면 차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유 통일을 서둘 일이다. 지금은 ‘통일의 기회가 오고 있다’는 때가 아닌가? 혹시 선거가 겁이 나면 우리 국민의 안보적 소양과 용기를 제고하는 것이 순리다. 작년 6월 우리가 ‘비겁한 평화’나 찾고 있었다는 것은 국민의 안보적 소양이 그만큼 어둡거나 국민정신이 비겁해져 있었다는 뜻이요,  이것부터 바로 잡지 않으면 선거 이전에 자유 통일은 커녕 국가안보 자체가 위태로울 것이다.

 

   그것이 무리라면 오늘의 기본 원칙을 지켜내는 것만도 큰 의미가 있다. 상존하는 ‘긴장’이 좀 부담스럽지만, 우리의 긴장 상태가 북한 추가 도발의 억제와 ‘소극적 평화 보장’의 효과는 있고, 북한의 침략적 대남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압력은 되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멀지 않아 북한도 어쩔 수 없이 ‘진지한 대화’의 길을 찾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대통령이 ‘원칙 있는 대화’를 재천명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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