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정국의 교훈
이철영 [경희대 객원교수, (재)굿소사이어티 상임이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11월 22일 오후 한나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되었다. 협상 타결 후 4년 이상을 끌어온 한·미 FTA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국가중대사인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최루탄이 터지는 난장판 속에서 한나라당의 단독표결로 처리된 것은 우리나라 의회정치의 후진성을 전세계에 드러낸 부끄러운 일이다.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온 야당뿐만 아니라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기 위한 대통령, 정부, 여당의 진지한 노력의 부족 탓이다. 어찌됐든 야당이 국회를 점거하고 진보단체들과 함께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의한 단독처리는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었고, 국회 회의실을 점거했던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에게는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이제 한·미 FTA와 관련한 여야의 공방은 내년 선거를 대비해 이제부터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한·미 FTA 강행처리와 최루탄 투척사건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커다란 후폭풍을 몰아올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향후 여당과 야당, 그리고 진보시민단체들이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고 쏟아낼 수많은 주장들을 현명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한·미 FTA 문제를 놓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되풀이해온 무책임한 말바꾸기와 패싸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의 한·미 FTA 강행처리 이전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삶을 피폐화시키는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하면 국민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한·미 FTA를 그대로 두면 민주진보진영이 집권한다고 해도 제대로 서민정책을 펼칠 수가 없다"는 주장을 했으며, 참여당 유시민 대표도 "수적으로 열세인 야당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서 한·미 FTA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하는 등 각각 속이 들여다보이는 정치적 주장들을 쏟아냈었다. 한·미 FTA 표결 직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국회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전면적인 '비준안 무효 투쟁'을 벌이겠다고 항의 농성에 들어갔다.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내년 정권교체를 통해 한·미 FTA 무효를 선언하고 새로 해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10월 서울시장선거에서 승리한 진보집단들처럼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으로 여론을 부추기려는 무책임한 말을 쏟아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2일 오전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한·미 FTA 비준안을 심의 처리하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을 사전 점거한 뒤 이정희 대표와 함께 국회 회의실에서의 폭력 난동을 준비했고, 누군가가 전원을 끊어 국회 TV 중계를 6시간 동안 마비시키기까지 했다. 이러는 동안 민주당은 회의실 바깥을 에워싸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진입을 몸으로 막았다. 전체 의석의 2%(6석)에 불과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주연과 제1 야당인 민주당(87석)의 조연으로 강행된 폭력극으로 국회가 마비되었고, 168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당 한나라당은 2%에 의한 폭력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했다.
11월 7일에는 서울시장 업무를 시작한 지 열흘 남짓한 박원순 시장이 "한·미 FTA는 시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서울시와) 논의가 부족했다…… FTA와 지자체 자치법규간 충돌이 없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가 서울시와 협의 한 번 없이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얼마 전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미 FTA를 "19대 총선에서 묻든지 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들 주장은 얼핏 그럴싸하게 들릴 수도 있다. 사실 한·미 FTA는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와 우리나라 산업계와 주요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안이다. 이들의 주장을 따른다면 정부가 전국의 모든 지자체 및 주요 산업과 기업의 대표들과 논의를 한 후 한·미 FTA에 대한 찬반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할 판이다.
한·미 FTA는 2006년 2월 3일 노무현 정부가 추진을 공식 발표한 후 농민 등 반(反)FTA 단체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며 조선일보가 선정한 '2006년 국내 10대 뉴스'로까지 꼽혔던 사안이다. 민주당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인 ISD 조항(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은 국제기구를 통한 분쟁해결절차의 하나로 당시에도 있었던 조항 그대로이다. 만일 ISD 조항에 문제가 있다면 협상 또는 재협상 단계에서 이미 조정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은 ISD 조항을 우리 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칭송했었다. ISD 조항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맺은 FTA들과 일본, 중국 등 전세계 80여 개 국가들과 체결한 양자간 투자협정(BIT: Bilateral Investment Treaty)에도 포함되어 있다.
그랬던 민주당이 ISD 조항을 구실로 한·미 FTA 비준을 결사 반대했던 이유는 한나라당이 결국 한·미 FTA 비준을 날치기 통과시키도록 몰고 가면 내년 선거에서 국민의 반 한나라당 정서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방대하고 전문적인 경제통상 문제를 세부 내용을 알 수 없는 국민들을 선동하여 여론재판 식으로 몰아가려던 것이다. 국익은 안전(眼前)에도 없이 정략적 목적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선동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범 야권이 내년 선거를 위해 앞으로 한·미 FTA 정국을 어떻게 몰아갈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이 국회를 마비시키고 민주당이 자기들 집권 당시부터 추진해온 한·미 FTA를 망국적인 협정인양 국민을 선동하고 있는데도 국민들에게 한·미 FTA 문제 해결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 채 당 쇄신안을 놓고 내부갈등을 벌이다 한·미 FTA 비준안을 전격 처리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의 쇄신안을 마련하는 것보다 집권당으로서 한·미 FTA 비준 문제를 조속히 처리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2004년 4월 1일 발효된 우리나라의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의 발효 과정을 돌이켜보면, 8년이 지난 지금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입장만 뒤바뀐 채 똑같은 과정들이 되풀이 되어왔다. 한·칠레 FTA도 전국 농민단체들의 반대시위와 농촌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 등의 우여곡절 끝에 발효되었다. 한·미 FTA비준 과정과 한가지 다른 점은 한·칠레 FTA 비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비준동의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04년 2월 9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위해 한나라당 지도부를 독려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세계의 흐름에 눈감은 '우물안 국회'』라는 제목으로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지난 9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의 국회 본관 1층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최병렬 대표는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은 오늘 반드시 처리한다"며 당 지도부를 독려했다. 같은 시각 국회 맞은편에 있는 민주당 중앙당사에서는 조순형 대표가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처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더 이상 미루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오늘 중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 10시쯤 국회 본청 2층 의원식당에서 박희태, 이규택 의원 등 이른바 '농민당' 소속 국회의원 20여명이 모여 FTA 처리 저지 결의를 다졌다.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 시작에 앞서 의원총회를 가졌다…… 2시간 가까이 계속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FTA나 파병안은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았다. 당 공천에 대한 불만과 이날 본회의에 기습 상정된 서청원 전 대표의 석방결의안 문제가 주 의제였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조순형 대표가 '한·칠레 FTA 처리'를 호소하자, 의원들은 "그건 대표 개인 생각일 뿐"이라며 딴소리들을 내놓았다. 총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의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익이 아니라 표 얻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였던 것이다…… FTA 비준안 처리를 주도했어야 할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정동영 의장은 FTA 표결이 진행된 본회의에 불참했다.』
당시 본회의에 불참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당시 사흘 전 2월6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과 이라크 파병안의 처리는 16대 국회가 해야 할 마지막 책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지도부 따로, 의원들 따로 지리멸렬 정치권", "위기의 리더십", "정신 못 차린 의원들, 엉뚱한 일엔 앞장"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런 일이 있은 지 8년 후인 2011년 11월 3일 한·미 FTA 비준 절차를 마비시킨 민주당의 의원총회의 모습은 8년 전 한·칠레 FTA 비준 논의 당시와 다르지 않았다.
"오전 11시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FTA문제에 대해 한마디 했다. 그러고는 두 시간 동안 전당대회에 대해서만 공방이 오갔다. 오후 3시 다시 의총이 소집됐지만 3시간30분 동안 FTA는 아예 생략한 채 전당대회와 차기 당권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민주당이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국회를 사흘째 마비시켜 놓고서는 정작 자신들은 온종일 차기 당권문제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10시간 동안의 회의에서 FTA 논의는 10여분밖에 안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1. 11. 4. 조선일보)
실제로, 한·미 FTA 단독처리가 임박했던 11월 22일 낮에도 민주당은 야권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세력간 모임을 갖는 등 온통 당내 문제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또한 한·미 FTA 문제를 놓고도 강경파와 협상파로 나뉘어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에선 민주당이 내년 선거를 의식하여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단독으로 강행하도록 적극 저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2004년 1월 8일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한나라당 농촌출신 의원 30여명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고 의사진행을 방해해서 처리가 무산되었다. 다음날(2004. 1. 9)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KBS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칠레가 이미 지난달 한·칠레 FTA를 비준했다……국회가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심각한 대외신인도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당시 "심각한 대외신인도 타격"을 우려했던 현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미 FTA가 미국 상하원 비준을 통과하고 미국 대통령의 서명까지 마친 후에도 한·미 FTA의 재재협상을 촉구했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재협상에 대한 확답을 받아와야 한다"는 상식 밖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퇴임 후 2006년 12월 "한·미 FTA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크고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던 손학규 현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 추가협상을 타결하자 2010년 12월 "한·미 FTA는 국가의 장래를 해치는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2007년 10월 대선후보 당시 "개방의 파고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왔다"고 한·미 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던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도 금년 2월에는 "민주당은 한·미 FTA를 시작한 책임을 가진 정당이다. 속죄하는 의미에서 다른 정당 및 시민사회와 연대해 비준 저지 투쟁을 벌여야 한다"며 정반대로 말을 바꿨다.
한·미 FTA 문제가 그동안 체결된 다른 FTA 비준 시와 다른 점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명분 뒤에 진보세력들의 반미정서가 숨어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4일 국회를 통과한 한·EU FTA는 2007년 협상 초기부터 유럽측이 "기본적으로 한·미 FTA와 동등한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협상을 했기 때문에 개방수준이 한·미 FTA와 거의 같다. 그런데도 야당은 ISD조항 관련한 억지주장 외에도 FTA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가와 체결하는 것이라는 등의 황당한 논리로 국민을 호도하면서 한·미 FTA '결사 저지'를 외쳤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FTA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가와 체결하는 것이라면 지구 상에 단 하나의 FTA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열세인 국가와 FTA를 체결하려는 국가의 상대국은 상대적으로 우세인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국간에 체결되는 FTA는 당사국이 서로 대등한 의무를 지는 쌍무협정이며, 양국 모두 어느 특정분야에서 양보하는 대신 총체적으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때(win-win) 성사된다.
한·미 FTA에 관한 지난 11월 5일 TV방송토론에서 미국의회의 비준과 대통령 서명이 완료된 시점에 야당이 ISD 조항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그동안에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옹색한 답변을 했다. 경제여건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조항이라면 FTA 체결 이후에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인데 굳이 국회비준 시점에 문제를 제기해서 FTA 체결 자체에 차질을 초래해야 할 이유도 없다. 결국 야당은 국익은 뒷전으로 하고 오로지 내년 선거만을 위해 명분을 챙기려는 당략적 목적으로 국가의 체면을 손상시키고 국민을 우롱해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부터 현 정부에 걸쳐 추진해온 외교적, 경제적 중요 사안이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의 주장처럼 한·미 FTA가 "삶을 피폐화시키는" 매국적 협정이라면 정동영 의원 본인을 포함한 정치인들과 그동안 한·미 FTA 협상에 관여한 외교, 경제 전문가 모두가 무능력자이거나 현대판 이완용이었을 것이다. 정동영 의원이 주장하듯 한·미 FTA가 을사늑약보다 더 나쁜 망국조약이라면 추진 당시 한·미 FTA에 대해 잘 몰랐다는 정동영 의원이나 이를 알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했었던 정치인들은 이제 와서 생뚱맞은 반대 논리와 폭력적 시위로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여야간의 소통과 합의는커녕 국회를 점거하고 폭력극을 벌이더니 급기야는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최루탄 투척 후 마치 애국거사나 행한 듯 "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의 심정"이라고 말했던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11월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비준 무효 집회 불법시위의 맨 앞줄에 서서 "내가 맨 앞에서 물대포를 맞겠다"고 했고, 11월 25일에는 청와대 앞을 찾아가 "이명박과 맞짱뜨겠다"며 1인시위까지 했다. 최루탄 투척사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국민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대변한 것"이라고 마치 최루탄 투척이 국민의 뜻이었던 양 황당한 주장을 했고, 야5당과 진보세력들은 서울 도심에서 연일 한·미 FTA 무효를 주장하는 촛불시위를 벌이면서 심지어 시위현장에 출동한 현직 경찰서장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자기나라 국회에 최루탄을 투척한 국회의원을 '열사(烈士)'라고 부르는 집단이 공공연히 목소리를 높인다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없다.
국회를 모독하고 전세계에 우리나라와 국민을 망신시킨 김선동 의원은 일반인의 소지가 금지된 최루탄을 사용하여 국회 의사진행을 방해한 현행범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은 김선동 의원 처리 문제를 국회사무처에 미루며 미온적이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한·미 FTA를 날치기처리 할 수밖에 없었던 한나라당의 미온적인 태도는 또다시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키울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최루탄 투척이 "국민의 분노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최루탄 투척사건에 대한 양당의 반응이 바로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수준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GDP의 90% 이상을 대외무역에 의존하고 있어 BIT 및 FTA 등 대외경제정책은 우리 경제의 사활을 좌우하는 국가중대사의 하나이다. 한·미 FTA 문제는 국익과 직결되는 경제적 중대사안인 동시에 국제적으로는 조약체결 당사국인 미국과의 외교문제이며 국제사회에서의 국가신뢰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중국 등에 앞서서 세계최대시장인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은 상징적 의의와 함께 양국간 교역의 활성화를 통해 현재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실업자문제와 복지확대에 소요되는 재원확충 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제는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도록 온 국민이 합심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야권에서 내년 선거를 의식하여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민족주의 정서나 편향된 이념에 기인하는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황당한 논리로 국민을 기망하면서 한·미 FTA 무효를 외치는 것은 정당이나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국가 주요정책에 대해 확고한 소신이 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말과 행동을 수시로 바꾸는 정치인들은 국회 단상을 점거할 것이 아니라 정치 무대에서 사라져야 한다.
한·미 FTA 문제에서 보듯이 국회가 좌우 이념대립이나 정당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무책임한 말바꾸기와 패싸움으로 나라의 미래를 뒤흔들고 정당들이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국민을 혼란으로 몰면서 오로지 정권만을 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난 10월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20~40대 세대들이 뿜어낸 거대한 불만의 힘을 보았다. 그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만이며, 국민을 우롱하며 정권만을 탐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다. 민주당이 20~40대의 불만의 힘을 자신들의 정치적 원동력으로 착각하고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세력들과 합세하여 한·미 FTA 문제를 빌미로 이들의 불만을 부추기려 해서는 안 된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의 뜻과 국익을 외면하고 정권만을 탐하는 무책임한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도태시키는 것이 진정한 유권자의 힘일 것이다.